친구 없어도 나쁘지 않네

by 스테이시

원래 사교적인 성격이 아닌지라 소수의 친구만 사귀는 편이었지만, 어느 날 돌아보니 친구가 거의 없었다. 카톡 친구 리스트에는 700명 정도의 정보가 쌓여 있지만, 그중에서 회사 사람들을 제외하고 가끔이라도 안부를 주고받는 사람을 1%에 해당하는 7명이 될까 말까 일 것 같다. 나머지 친구들은 뭐 대판 싸우고 갈라지는 것은 아니니 가끔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며 결혼했네, 아기 낳았네, 애기 돌잔치했네 하는 정도의 관계로 남은 것이다.


전화번호부의 1% 하고만 연락하는 내가 불쌍해 보이려나 싶긴 하지만, 또 그리 나쁘지도 않은 성적인 것 같기도 하다. 만나기 전에도 보고 싶고 만나서도 좋고 만나고 나서도 힘이 되는 느낌을 주는 친구만 고려해보면 여러분도 나와 비슷한 스코어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까?


원래 때때마다 친구들을 만나고, 결혼하신 분들은 친구들과 가족단위로 놀러도 가고 그런 것이 일상이었지만 사실 나는 집순이 인지라 이도 저도 그다지 즐겨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회사에 글쓰기에 새로운 것을 하나 정도 배우고 있으면 너무 바빠서 사람 만나는 것에 쓸 에너지가 남아 있지도 않았다. 코로나에게 감사한 것은 이런 나를 뉴 노멀로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원래 나는 여행도 싫어하고 사람 많은 곳에서 쇼핑하는 것은 더 싫어하고 사람 있는 곳에 자발적으로 가는 것은 서점이 거의 유일했다. 그렇게 SNS에 자랑할 것이 하나 없는 삶을 사는 나는 약간 시대에 뒤쳐진 찐따였는데, 코로나는 내가 평범한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었다.


오래된 친구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혹은 직업에 흐름에 따라 가치관에 흐름에 따라 하나 둘 떠나보내면서 어린 시절을 이제 공유하며 깔깔거릴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친구가 없어진 혹은 적어진 삶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내 주위에 사람을 둘러봐도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공감해줄 수 없을 것 같을 때 외로웠는데, 아예 내 얘기를 듣고 공감해줄 친구를 찾는 것을 포기하니까 편해지는 것 같다. 그 시간에 불특정 다수가 읽을지도 모르는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 또한 이너 피이스를 찾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이제 전 국민은 딱히 친구를 만나려 애쓰지 않는다. 아무도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인지, 이 삶이 모두에게 더 유익하고 덜 스트레스받는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진할 때 고민하는 과정에서 친구에게 말하면 더뎌지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프로세스들이 생략되니 도전에 더 적극적이 되어간다는 착각도 든다.


친구가 많지 않은 것에 대해 내가 잘못 살아왔나 하고 자책할 때도 있었는데, 친구들이 자신의 삶에 다들 집중할 수 있도록 관계를 느슨하게 함으로 도와주고 있었나 라는 웃픈 생각도 해본다. 지금은 한 번 만나더라도 다시 언제 대면으로 보게 될 수 있을지 모르는 친구들이니, 더 줄어든 친구와의 만남은 오히려 더 의미가 있고 소중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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