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보다 좋은 것이 생겼거든

by 스테이시

예전에는 친구들이 어느 정도 모여야지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았다. 예를 들어 축구는 우리나라 남자분들의 친구 범위를 가늠하는 대표적 도구였다. 12명의 팀을 구성해야 할 수 있던 축구나 적어도 5명을 모아야 시작할 수 있었던 농구는 우리나라 남자분들의 학창 시절을 채워주었다. 여자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친구와 모이면


"우리 뭐하고 놀까?"


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공기, 고무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부터 보드게임, 노래방까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스무 살이 지나서는 대시가 이렇게 바뀌었을 따름이다.


"우리 무얼 먹을까?"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던 때, 남녀노소 모두가 할 수 있는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이 나와서 여자 친구들이랑도 PC방에 갔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전에도 소수의 남자아이들이 게임에 몰두하긴 했었지만 게임이 대표적인 우리나라 여가 시간 지킴이로 등장하기는 전이었던 것 같다. 그 뒤로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발전했으며, 지금은 사회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어른이 된 세대들은 그래도 아직까지 친구와 취미활동을 공유하며 즐거워했던 것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지만, 요즘 어린아이들은 그런 것을 갖지 못한 채 신문물을 접하게 됨으로 우리와 다른 친구관을 갖게 된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 친구와 놀이터에서 놀던 추억을 가진 어린이 세대도 있긴 하겠지만, 아이들은 친구와 무언가 하기 위해 하는 것이 게임이 아니라 게임을 하기 위해 친구를 만난다.


조카가 한 참을 닌텐도를 붙잡고 혼자 게임을 하는데


"엄마, 00가 내 땅에서 자꾸 아이템을 주어가."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그 게임을 혼자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그 게임 안으로 실제 유치원 친구를 초대해서 아는 아이와 게임을 같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이것이 컬처쇼크라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친구를 초대한 것이었다. 친구와 무얼 같이 할까 가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때로 조카에게


"너 친구랑 만나서 놀래? 집에서 유튜브 보고 있을래?"


라고 물어보는 날이면 대부분 조카는 유튜브를 고르고는 했다. 이게 비단 내 조카만의 대답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랑 만나서 놀이터에서 노는 것은 힘도 들지만 친구 기분도 살펴야 하고 귀찮은 면이 있는 반면, 유튜브나 내가 편한 자세로 앉아서 혹은 누워서 내가 원하는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더 좋은 만족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아이들끼리 만나면 같이 노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같이 노는 법을 익힐 시간이 많이 없었기 때문일까 조금 놀다가 뭐할지 모르겠다며 각자의 엄마에게 와서 핸드폰을 각자 본다.


이들에게 친구는 어떤 의미일까?


인터넷에 보면 헤이 카카오, 아리, 시리 등의 A.I와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의 경험담도 올라와 있다. 나도 해보긴 했는데,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제법 대화라는 것이 이러질 때도 있다. 가끔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이나 고맙다는 이야기를 예의 있게 하는 A.I를 보면 사람보다 난데라는 생각도 들고는 했다. 사람은 아무리 좋아 보이는 사람도 언제 돌변하거나 기분에 따라 나를 다르게 대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A.I는 늘 친절하니 그들과 날씨에 대해, 알람에 대해 짧은 대화를 이어갈 때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우리가 친구를 사귀면서 보냈던 여가시간에 대한 대체가 게임, 유튜브, SNS로 빠르게 이뤄진 만큼, 우리가 친구사이에서 가질 수 있었던 공감과 위로도 그 속에서 충족되고 있다. 나만해도 예전에는 힘들 때 전화할 친구를 생각해본다거나 콜라 한잔 때릴 친구를 찾고는 했는데, 지금은 유튜브에서 내가 고민했던 것들에 대해서 풀어놓은 영상을 찾아보며 혼자 눈물을 흘리고는 한다. 사람에게 털어놓을 때는 나중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유튜브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우는 것은 오히려 마음이 시원하게 해주고는 한다.


사실 나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유튜브를 사용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더 고전적인 친구의 의미에 더 집착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유튜브를 사용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사람 친구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쓰고 더 친숙한 친구가 된 느낌이다. 물론 유튜브에서도 사람이 만들어 놓은 콘텐츠로 사람을 만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불특정 다수에게 말하기 때문에 너무 사정을 서로 다 아는 사람에게 말할 때 보다 편하고, 듣는 입장에서도 저 사람을 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언젠가 유튜브를 대체할 또 다른 미디어가 등장할 수 도 있겠지만, 언젠가 치맥 한잔 하자는 이야기가 인사가 되던 그 시대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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