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릴 때, 정확히 말을 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영어로 된 이야기 책을 샀다. 아직도 기억난다. 그 페이지 중에 하나는 옥수수 알이 어떻게 팝콘이 되는지에 대해 영어로 써져 있었다. 왜 그랬을까 되돌아보면, 일단 영어를 내가 배웠던 것 보다 어릴 때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얼 해야 할지 몰랐다는 말로 정확히 이 상황이 설명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부모가 된 우리 세대는 대부분 중학교 1학년 때 정식 영어 교과를 시작했으니, 1살에 시작하는 영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 당연했다. 지금은 유튜브가 영어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건만, 나의 첫 육아는 십년도 더 넘어가는 이야기이니 유튜브라는 채널이 그다지 활성화될 때도 아니었다. 그저 무식하게 검색해서 CD를 사고 DVD를 모으며 열정을 내던 그 시절,
나의 모든 분주함은 대부분 내가 아이 교육을 위해 무언가 하고는 있어 라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수준에서 끝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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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가 4살이 될 때, 당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주1회 영어 특별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이것보다는 뭔가 더 해야 된다 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고, 주변에서는 뭘 그리 조급하냐며 이상한 취급을 받고는 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이 영어교육에 대한 고민은 종종 나를 외롭게 했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자 이 친구가 언젠가는 외국으로 대학을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 했다. 세계는 장벽이 없는 형태로 점점 변해 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뚜렷했고 또 다른 이유는 감사히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외국에서의 경험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부모가 된 즉,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우리가 대학생이 될 때에는 세상은 많이 변해 있었고, 아주 크게 부유하지 않아도 외국경험을 할 수 있는 길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학교와 정부의 좋은 제도 덕분에 나는 UC계열 학교의 교환학생으로서, 인도네시아 정부초청장학생으로서 해외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대학가고, 취업하고, 좋은 사람 만나고, 집 사고, 승진하고, 나이 들면 전원 주택에 사는 것을 따라가지 못했을 때 실패한 인생이라는 중력이 작용하는 것 같았는데, 외국에 나가자 마치 달에 간 것 같이 그런 중력에서 자유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미국에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여권에 붙여 놓았던 나의 Social Security Number를 바라보면서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시 와야지 했던 기억이 난다. 10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가 여기서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그 계획은 실패했다는 뜻이다.
이런 시대를 살아온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나보다 더 영어를 잘하는 자녀들을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나보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워서 나보다 더 자유롭게 영어를 한 다면 내 자녀가 나보다 덜 고생할까 싶은 마음은 자녀를 향한 사랑이었다.
그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하긴 했는데, 음 일단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은 우리 때와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방법 또한 크게 달라졌기 때문도 있다. 우리는 소리 내어 단어를 읽어보지 않고도 눈으로 손으로 단어를 암기하며 습득할 수 있었다. 다른 말로 하면 읽지도 못하는 단어를 해석할 수 있었으니 참 이건 이 단어를 안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야 할지 난감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Phonics(파닉스)라고 부르는 알파벳의 소리와 소리의 조합을 영어학습을 시작하는 가장 첫 단계에서 배운다. 그래서 어느 학원에 가던지 제일 먼저 듣는 말이
“어머니, 학생 Phonics 끝났나요?”
이다. Phonics의 완성은 간단히 말하면, 이제 이 친구가 영어로 쓰여 있는 글을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아이들은 단어의 뜻을 몰라도 그 단어를 Phonics를 이용해서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 Phonics부터 영어를 시작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현재 영유아 영어교육 기관의 대부분이 Phonics를 시작으로 선택하고 있다.
나는 처음 영어 유치원에서 일을 할 때 파트너 원어민과 영어유치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교육이 바람직한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라는 토론을 많이 했는데 그 때 이미 몇 년 차 베테랑이었던 원어민 친구가 말하길,
“영어를 처음 배울 때는 소리를 배우는 것이니까 원어민에게 배우는 것을 추천한다.“
라는 말을 했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그 파트너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듣기 전에도 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아이를 가르쳐 보려고 노력을 하면서도 빨리 외국인선생님을 만나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던 것이다. 다만 꼭 미국, 캐나다 원어민이어야 된다는 편견을 갖지 않았던 것은 인도네시아에서 25개국 세계 각국의 50명의 친구들과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경험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각국의 50명의 대학생 대표들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모두 공용어로 영어를 써야 했는데, 분명 모두 영어를 쓰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소통이 쉽지가 않았다. 한 번은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랑 같은 팀이 되었는데, 서로가 같은 단어를 다르게 발음하면서 오해가 생겼고 그래서 티격태격한 일이 있었다. 그 때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 우리가 어떤 영어를 기준으로 발음이 맞다 틀리다 할 수 있겠 느냐는 것이다. 그 이후, 나는 영어를 생각할 때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우리와 다음 세대는 다양한 영어의 표현과 발음을 인정하고 익숙해 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서의 영어를 고민했던 내 고민은 사뭇 진지했다. 내가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영어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다. 더 나아가서는 이런 번민들이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져 있는 것이 맞는가 라는 고민도 이어졌던 것 같다.
지금 아이들이 공부하는 양상을 보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모습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목표는 크게 바뀌지 않은 듯한 인상을 준다. 대학을 가는 것을 목표로 한 하나의 과목으로서 영어 말이다. 영어유치원에 반대 의견 중에 하나는 ‘입시 영어는 어차피 따로 해야 돼요.’ 라는 멘트가 단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어가 교과목이기 전에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공교육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많은 학자분들이 어릴 때 외국어 학습이 뇌의 불균형적 발전을 초래할 수 있다 라는 말씀도 하시고, 모국어를 완성하고 시작하라고도 하시는 분들도 계시며, 언론에서는 영어유치원이 생기면 소아정신과도 늘어난다고 상관관계를 만드셔서 기사를 쓰시기도 했는데, 현장에서 현상을 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연령대 이기 때문에 이런 속도로 습득할 수 있다 라는 말도 사실이다.
사실 우리나라 밖으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어릴 때부터 한 가지 이상의 언어를 배우는 나라들이 존재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영어와 스페인어, 캐나다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친구가 말해준 바로는 남아공에서는 학교 과정을 이수하려면 최소 3가지 언어로 교과과정을 수강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고3 때까지 교과의 하나로만 소개되다가 대학교에 가면 영어 100% 수업을 들으라고 한다. 갑자기 말이다. 많은 학부모님께서도 이 부분에 공감하시지 못하기 때문에 영유아 영어 사교육 시장이 발전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라는 생각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