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영어학원에 깊이 발을 담가 버린 것이지만, 사실 정작 나는 영어학원을 오래 다녀본 적이 없었다. 잠시 다녔던 영어학원 선생님이 예쁘셔서 그 과목 또한 호감이 간 기억이 있고, 중고등학교 6년간 영어교과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셨던 적이 무려 4번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다른 과목은 몰라도 영어는 잘하고 싶었다 아니 잘해야만 했다.
그렇게 영어교과에서 나름의 성적과 상장을 얻기는 했지만, 영어는 도구로서 존재할 때 내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영어를 대학전공으로 선택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지금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단지 영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번은 함께 하는 리더 분 께서 “우리가 하는 일은 종합 예술이예요” 라고 했는데 격하게 공감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직업에 대해 나름 이런 저런 정의를 찾아가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고 난 후 만난 경력단절 앞에서는 나를 소개할 직업이라는 것을 다시 갖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한없이 작아지던 나였다.
몇 년 전, 어느 날 나는 결국 두려워했던 그 길에 들어서기로 결심을 했다. 파트타임으로 이 일 저 일 전전하던 내가 영어 학원 이 두 단어를 넣고 취업 사이트에 검색을 자행한 날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피할 수 있을 때까지 피해 보려 했던 일었지만, 인생은 나를 단련시키려는 듯 몰아쳤다.
멋지게 살아내지는 못했지만
,
대충 산 적 또한 없었다
.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나에게 존재하던 능력
,
스펙
,
인맥 그것이 무엇이든지 속절없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잔인하게 슬로우 모션으로 목격하는 일이었다
.
체감상으로는 이미 나는 사회적으로 회기 불능이었고, 파트로 일하면서 자존심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들을 만나자, 내가 별로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능력, 영어 마저도 곧 나를 떠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그 날이 영어 학원으로 구직사이트를 검색한 날이다. 당시 아직 우리 아이들이 도움이 필요한 나이였는데, 일반 영어학원들은 끝나는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적어도 여섯 시에 끝나는 일을 찾아보려 했고, 영어유치원이 그 조건에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 학기 시작한지 좀 되었는데 학기 중에 구인광고가 올려진 원들이 있었다. 음, 사람이 중간에 그만두는 건가 라는 의문은 들었지만 지원을 했다.
몇 시간 뒤 전화가 왔다. 다음 날 가 보니 면접이라기 보다는 어떤 업무를 하는지 설명 듣는 자리였다. 그리고 내일부터 당장 일할 수 있냐고 물었다. 원래 면접이 이렇게 쉬운가 하는 이상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당시 나로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파트타임, 계약직 일들을 해왔던 탓에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을 때였다. 일단 날마다 출근하는 직장이 생겼다는 것에 나름 그 날은 벅찼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왜 학기 중에 공고가 나와 있어야 했는지는 곧 알게 되었다. 여러분이 영어유치원을 보내실 것을 고민하시거나 영어 유치원 취업을 원하시면 반드시 확인해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취업사이트이다. 어떤 회사에서 얼마나 자주 같은 포지션으로 구인 공고를 내는지 확인하는 것을 추천 드린다. 그리고 같은 포지션으로 구인광고가 자주 올라와 있는 곳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 업계는 겨울에 내년 교사를 준비하기 위해 자주 공고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학기 중간에 공고가 계속 나온다면 여러모로 심사숙고해야 되는 대상이 되는 것 같다.
어른이 머무르기 힘든 곳과 아이들이 머무르기 힘든 곳이 과연 다를까?
나는 그 다음 해를 준비하기 위해, 당시 내가 타켓팅한 지역의 모든 영어유치원 공고를 알람 해 놓았다. 그 뒤로도 일 년 간 그 모든 학원 들에서 공고를 올릴 때마다 알림을 받았다. 그러면서 그 지역에 대한 일 년 간의 데이터를 쌓게 되었다.
학원에서는 다 좋은 면만 보이려고 애쓴다. 학원 말만 듣고 결정하겠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고, 이미 그 학원에 다니는 학부모에게 듣는 것은 편향적 사고가 내재되어 있을 경우가 크다. 난무하는 정보의 홍수 가운데, 내 아이의 인생을 위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에 1년 정도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하고 결정 할 만큼의 열정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
원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중간에 담임교사가 바뀌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원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시는 분들은 보호자들이다. 물론 나도 학부모 된 입장에서 담임이 바뀐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 한 번은 우리 막내가 만 1세 어린이 집을 다닐 때였는데 일 년 동안 아주 잘해 준 선생님이 1월 말에 그만둔다고 했다. 한 달 만 더 해 주면 되는데 그만둔다고 하시니 처음에는 속상했다. 그런데 듣고 보니 선생님이 지금 조건과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곳에 취업이 되셨다는 것이다.
난 그때 그런 선택을 한 우리 아이 선생님의 인생을 축하하고 응원해 주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 더 좋은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에 기쁨이 나 에게까지 전달되어 참 좋았고, 그 분과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한다. 우리 아이를 맡고 있는 동안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교사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면, 여러 해 동안 이 필드에 머물면서 학기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보아왔다. 그만두는 타이밍은 정말 다양했다. 제일 짧은 사람은 한 시간이었고, 세 시간 머물고 간 사람도 있었고, 반나절, 하루, 이틀, 일주일까지 조금 일을 가르쳐 놓으면 나가고 또 나가서, 신규 교사 트레이닝을 하면서
“아, 제가 이거 가르쳐 드렸나요?”
라는 말을 계속해야 했던 기억이 난다. 한 달, 세 달 이렇게 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유는 제 각각이지만 한 해에 한국인 교사가 일곱 번 바뀐 반도 있었으니, 그 반은 학부모들이 계속 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사실 위에 학기 중 퇴사에는 앞에 소개한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 같은 케이스로 그만두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건강상의 사유도 더러 있을 수도 있고, 신입선생님들의 경우는 생각했던 것과 일이 너무 달라서도 많으시다. 영어유치원이 처음이신 분들은 나도 그랬지만, 영어를 쓰면서 조금은 고상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해가 크실 수 있기 때문이다.
원에 따라서는 파트타임으로 9시부터 3시 혹은 4시 이렇게 일을 하실 수도 있는데, 시간이 파트라고 해서 아르바이트 같은 개념으로 시작 했다가는 업무강도에 충격을 받으실 수도 있다. 참 극단적으로는 학기 중간에 잠수를 타고 다음 날부터 안 나오는 사람도 있었고, 한 달 뒤 나가겠다고 했는데 계속 후임이 구해지지 않자 이번 달 말까지, 이번 학기까지 만 이러다 계속 잡혀서 못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솔직히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 강도는 독자분들이 상상하시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 이상이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 라는 말은 꽤 빈번하게 들려온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앞에 눈을 반짝이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나 없어도 우리 반은 잘 돌아갈 터이지만, 나보다 누가 이 아이들에게 잘 해줄 수 있을까 라는 착각에 남다른 책임감을 갖기도 한다.
나라고 왜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들이 없었겠는가?
다만 한 해를 지키겠다는 것이 부모님과의 약속, 혹은 회사와의 계약이기전에 내가 나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바라는 생각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