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학원을 몇 달 경험해 본적은 있지만, 학원이 학업에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적은 솔직히 없다. 학원에서 나름 실력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반을 묶어주긴 하지만, 내가 모르거나 궁금한 것을 100% 해결받을 수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극내향의 아이였던 내가 여러 친구들 앞에서 질문을 한다거나 그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학원에 대한 불신이 있으면서도 종종 불안해지기도 해 내 자녀를 학원에 보냈다.
특히 첫째 자녀에게 그 불안감이 많이 표출되었던 것 같다. 영어학원도 수학학원도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모두 1년이 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불안했지만, 학원을 믿을 수 없었다. 종종 숙제를 봐주면, 내 아이는 분명히 100% 이해한 것 같지 않았지만, 학원에서는 다음 단계 혹은 다음 책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흠, 내가 돈이 아주 많아서 고정비용으로 얼마가 들어가든 학원만 잘 따라가 다오라고 마음편하게 놓을 수 있는 사람이면 어땠을 지 모르지만, 나는 학원비의 효과에 대해서 집요해야 했고, 학원의 역할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지만 그 돈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첫째는 첫 학원이었던 소마부터 수학 페이지, 황소, 수학을 삼키다 까지 몇 곳의 수학 학원을 경험했고 지금은 학원 휴식기를 갖고 있다. 중요한 건 학원을 못 믿고, 어쩌면 내 자식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에 나는 직접 수학 과외 쌤 역할을 하고 있는데, 물론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과목에 대해서 그런 자세로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어 지문을 대충 쓱 읽고 문제를 푸는 것을 보면, 화가 나서 이렇게 잔소리 한다.
"아니, 이 글을 치킨 뜯어먹듯이 발라먹어 보라니까. 서론, 본론, 결론이 이렇게 나눠지고... "
진짜, 한 글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들어있는데, 녀석은 쓱 눈으로 훑어보더니 다 읽었단다. 읽은게 아니고 본 거라고 표현해야 될 것 같다.
수학 문장제 문제에서도 나는 여지없이 저 잔소리를 했다. 그러자, 딸은 나름 일리 있는 항변을 했다.
"엄마가 40년 살아서 깨달은 걸, 12년 산 내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너무한 거 아냐?"
맞는 말이긴 하다. 나도 저 나이 때 저렇게 대충 풀고 놀고 싶었겠지. 지금이야 공부가 제일 쉬운 거였구나 하지만 저 나이 땐 공부는 뛰어난 애들이나 하고 나는 안해도 되는 거라 생각했겠지. 지문을 대충읽는 게 살이 아직 많이 붙어있는 치킨 뼈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겠지. 돌아보니,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꼰대같은 소리를 하는 40살이 되어버렸다니, 참. 딸의 말 또한 너무 맞아서, 할 말을 잃었다. 자고 있는 걸 보면 아직 아가 같은데, 이제 이길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