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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우리 집은 어디에] 임대주택도 임장 필수!

임대주택도 임장 필수!

by 스테이시

우리 가족이 살 집을 찾으려고 하는데, 온라인에서 시세만 보고 딱 여기가 좋겠네 라고 결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집, 이라는 단어 하나에 수만 가지 감정이 얽혀있다는 말로 이 책을 시작하였다. 집은 정말 많은 가치 결정이 모여서 만들어진 나의 선택이고, 즉 내 일부라고 해도 좋겠다.


보통 부동산 카페에서 쓰이는 용어지만 집을 구매하려거나 관심이 있을 때 어떤 동네를 가서 먼저 둘러보고 정보를 알아내는 행위를 임장이라고 한다. 나는 임대주택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SH공문과 인터넷 검색으로만 준비하시지 말고 꼭! 임장을 하셨으면 좋겠다.


때는 2015년 11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날씨가 쌀쌀 해지고 있을 무렵, 나는 국민임대/장기전세 3점 가점 표로 나름 높은 점수 16점을 구축하고 애타게 공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 10월 남편의 청약통장에 횟수가 더 해지므로 1점을 더 잡았다. 그러므로 신의 점수 17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7점이지만, 3자녀가 무조건 우선순위므로, 3자녀 10점도 이길 수 없다는 점에서 나는 마음을 한 순간도 놓을 수 없었을 따름이다. 그 해는 11월만 기다리며 살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 해 초에 16점으로 헛발질을 해서 기회를 날렸으므로 심기일전해서 17점을 구축했으나, 앞선 글에 썼듯이, 나의 사랑스러운 가점 차상위 3점은 다가 올 11월에 소득조회가 들어가면 눈 녹듯이 사라질 예정이었다. 그러므로 타! 이! 밍! 이 기가 막히게 중요했다.


모든 점수는 공고일 기준으로 적용된다. 공고일에 차상위 증명서가 발급된다면, 결과 발표전에 차상위가 박탈돼도 점수는 유지된다. 또한 남편의 제조업 점수 3점도, 그 해 겨울 이직을 앞두고 있었으므로 곧 증발할 예정이었다. 그 해 11월에 예정된 공고에 반드시 결과를 내야만 했다.


시간은 더디 가고, 내가 공고가 나오기 전에 더 준비할만한 액션이 없을까 고민을 했다.


어찌 보면 가만히 있는 게 불안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나름 내가 국민임대/장기전세 3점 가점 표로 쓸 수 있는 잠재적 우리 집 대상지를 찾아가 말 그대로 임장을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당시 살던 천왕 2 지구 1단지 59형 장기전세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다음 공고에 그 단지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플랜 A부터 Z까지 세워 놓아야 했다.


장기전세는 3점 가점 표와 5점 가점 표 단지가 혼재되어 있으므로 내가 쓰려는 단지 점수 계산을 공고문을 보고 차분히 해보셔야 한다. (올해부터 3점 가점 표 적용 단지를 국민임대주택으로 변경하고 있으니 장기전세는 5점 가점 표만 남을 듯하다.)


그리하여, 나는 서울의 서쪽을 기준으로 살던 사람이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당시 심리적 이동거리를 마곡까지로 잡았다. 그 날은 날씨가 꽤나 쌀쌀한 날이었는데, 혼자 버스를 타고 천왕에서 출발해서, 신정지구(신정 이펜하우스) 동네를 걸어서 돌면서 단지 별 특성을 파악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발산지구(마곡 수명산파크)를 7단지부터 걸어서 연결된 마곡지구(마곡엠밸리)까지 이동을 하면서 단지를 살폈다. 남편은 차로 쓱 한 바퀴 돌면 되는 데, 추위 속에 괜한 짓을 한다 했지만, 걸어서 동네를 볼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당시에는 공가가 나올 경우, 단지별로 신청을 따로 받았기 때문에 앞선 나의 글처럼 같은 지구 내에서도 단지 선택을 삐끗하면 떨어지기 일수였다. 천왕지구는 7호선 천왕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역세권이며, 현재는 신규초등학교 2개, 병설유치원 하나, 단설 유치원 하나, 국공립 어린이집이 10개로 기본 인프라 구성된 조용하고 평화로운 단지이다. 동별 간격이 좋은 편이고, 전철역에서 가까운 단지가 매매 시세가 더 비싸다. 더 비싼 집값은 상대적으로 그 단지 내 임대주택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고 보아도 무방하겠다. 단지 사람들이 다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 단순히 패를 던지지 않는다는 게 이 임대주택 판을 읽는데 트릭이긴 하지만 말이다.


신정지구는 일단 장점은 역시 조용하고 평화로운 계획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SH의 대부분 택지지구 개발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중심 단지가 3단지이다. (올해 분양과 임대를 진행하는 신규단지 항동도 그러하다.) 천왕, 신정, 발산 모두 3단지 앞에 학교 및 상업지구가 배치되었다. 즉 3단지가 가장 살기 편한다고 판단될 수 있겠다. 신정지구는 신정 이펜하우스 1.2 단지가 8차선 도로인가 10차선 도로인가 아주 큰길을 건너서 초등학교에 가야 하므로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선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역대 공고들과 커트라인을 보니, 신정 이펜 1,2단지 컷이 상당히 낮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다음 공고에 다시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전 커트라인이 똑같이 발생하길 믿고 많이 넣은 바람에 컷이 쑥 올라가버렸다.)


임대주택판을 읽는 것을 터득하는 동안 심리학을 전공하는 줄 알았다.


그리하여 신정지구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가장 큰 어려움은 교통이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지하철 역은 없다고 보면 되고, 4단지 앞에서 버스를 타고 여의도를 나갈 때 막히지 않은 시간 기준으로 45분이 찍혔다. 워낙 지구가 크고, 경사가 지어져 있어서 유모차 이동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서부트럭터미널 까지 걸어 나와서 388번 버스를 타고 발산지구로 향했다.


발산지구는 마곡 수명산 파크라는 이름으로 마곡지구와 붙어있다고 해도 된다. 발산지구는 2007년에 최초 공급되었므로 이제 신축이라기보다는 기축이며, 가장 큰 장점은 보증금이 여전히 아주 저렴하며 가장 큰 단점은 엘리베이터가 지하주차장까지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공동현관 밖으로 나와서 다시 주차장용 엘리베이터로 갈아타야 된다는 점이었다. 나는 여지껏 돌아다니면서 경비아저씨에게 쫓겨나지 않은 것이 다행 일정도로 두리번거리면서 정보를 흡수했다. 발산지구 같은 경우 공동 복도 창호 재질까지 눈에 스캔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게 걸어서 마곡지구에 도착했다.


마곡지구는 최초 공급 당시 7단지 14단지가 경쟁률이 높았다. 14단지가 대단지고 학교도 가깝다고 그랬던 것 같다. 14단지부터 당시 공사 중이던 10,11,12단지를 거쳐 마곡지구 북쪽 끝에 위치한 2단지를 찍고 마곡지구에 숨겨진 매력 4단지까지 걸었다. 손에 사진기는 없었지만, 눈으로 스캔하고 머리 컴퓨터에 바로 정보를 정리했다. 마곡지구는 너무 스케일 커서 단지 별 분석에 또 다른 한 챕터를 할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간략히 얘기하자면, 마곡지구는 5호선 마곡역 중심으로 10단지에서 15단지가 있고 9호선 마곡나루 역으로 4단지 7단지 9호선 신방화역으로 1,2,3,5,6단지가 있다. 8,9단지는 더블 역세권으로 해석하고 5,9호선으로 걸어가는데 각 7분에서 10분씩 보면 된다. 그중에 학교는 6.8단지 앞인 공항초가 있고, 1,2,3 단지 앞에 공립 단설 마곡 유치원과 송화초등학교가 있다. 마곡지구에 장 큰 매력은 올~ 평지라는 점이다. 라이더를 달고 있는 우리 유모차를 생각하며, 평지에 나는 큰 점수를 주었다. 사실 마곡지구 임장 필수 코스는 4단지였다. 4단지는 지금이야 7단지 다음 매매가를 자랑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4단지는 어디 있어 라고 할 정도로 존재감이 약한 감이 있었다.


사실, 위 단지들은 임장 하면서 각 단지에서 지구 중심 상가까지 거리, 학교까지 이동거리, 시내 중심지로 나가는 버스 노선, 유모차 이동 경로, 등을 세밀하게 살폈지만, 더 디테일하게는 모든 단지가 소셜믹스였으므로, 나는 단지 별 동 배치를 살폈다. SH에 가면 팸플릿 코너가 있고 단지 별 개요 및 호수 별 평면도 자료가 다 있다.


핸드폰으로 지나가는 단지마다 아 이 단지는 이곳이 장기전세 동이고, 이곳이 국민임대 동이고, 여기가 일반분양이구나 살폈다. 사회적 이유는 전혀 아니고, 단지, 만약 공가가 어느 동에 어느 호수 쪽에 나온다면 빛이 잘 드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꼭 남향이어야 한다기보다 내가 집에 있는 시간에 햇빛이 집안을 똑똑똑 두드리며 방문하는지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는 것은 충분치 않다고 말씀을 드리고 있다. 어떤 단지는 단지 배치도를 보면 괜찮은데 앞 뒤 단지 사이에 껴서 빛이 적게 들어오는 동도 있고 어떤 단지는 앞에 높은 건물이 올라가는 공사가 곧 시작될 예정인 단지도 있다. 집을 사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깐깐하게 따지냐고 할 수 있지만, 59형은 국민임대 최대 보증금도 장기전세도 최소 억 단위 보증금을 낸다.


나는 임대주택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공짜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지불하고 있는 돈이 나에게 최대한의 가치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고생을 조금 더 한 것뿐이다. 물론, 당첨이 된다면야 동호수는 SH의 컴퓨터님이 자동 랜덤 추첨을 해주지만, 적어도 내가 괜찮게 생각하는 동호수가 더 많은 단지에 지원할 수도 있는 거긴 하니까 말이다.


점수는 17점!


11월 며칠에 공고가 나오냐에 따라 내 점수는 11점까지도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막상 11월 1일이 되자, 우습지만 득도한 것처럼 마음이 잡혔다. 나는 당시 국민임대 49형에 거주하고 있었므로 국민임대 59형은 감점을 받고 12점으로 지원해야 했고 장기전세는 3점 가점 표로 경이로운 점수 17점이었으니, 똑같이 11월로 예정되어있던 두 공고 중에 장기전세가 먼저 나와주길 바랬으나, 11월 3일! SH국민임대 공고가 먼저 출몰하고야 말았다.


SH에서 메이저 공고가 한번 뜨면 그 메이저 공고의 서류 대상자가 발표될 때까지 다음 메이저 공고를 내지 않는 편이다. 즉, 장기전세는 11월의 끝자락을 붙잡고 내겠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었다. 아, 이번에는 과연 59형 방 3개 임대주택으로 점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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