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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우리 집은 어디에] 이사를 앞두고..

이사를 앞두고..

by 스테이시

지금은, 이사를 앞둔 며칠 전 새벽이다. 어릴 적부터 아니 결혼하고 나서도 벌써 몇 번째 이사를 하는 것이면서도 아직도 이사라는 과정은 적응이 되질 않는다. 아마 이사 자체가 이동이라는 뜻이므로 적응과는 물과 불의 사이 일 수도


사람들은 묻는다. "이사 준비하느라 힘드시죠?"


솔직히 말하면, 이사 준비의 80% 넘는 부분은 버리고 또 버리는 것이다. 버리고 또 버리고 이사를 확정 지은 3개월 전부터 매주 재활용 날 어마어마하게 버렸는데, 아직도 버릴 것이 있으니 내가 이곳에 살면서 너무 욕심을 많이 부렸나 보다.


사실 진실로 버려야 하는 것은 고정되길 즐겨하는 내 자아이다.

익숙하고 편한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도전을 하는 사람은 안 쓰던 근육을 쓰는 것 같은 고통이 수반된다.


올해 행복주택 당첨을 받고도 이사를 갈지 말지 시뮬레이션을 엄청 돌렸다. 당시 2.2%라는 아름다운 이율로 버팀목을 썼는데, 이걸 다 갚고 다시 생으로 대출을 시작해야 우리가 필요한 만큼 대출이 나온다고 했다. 그럼 2.5%. 아, 물론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을 알았지만, 우리가 이것을 방어할 수 있을까 우려도 많이 되었다. 그러다가 에라 ~ 모르겠다! 한 번 해보자 하고 미련이 남지 않도록 2.2프로 대출을 다 갚아버렸다. 그러고 나니 앞선 글에 소개한 1.2%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을 만난 것이다. 시도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으면 2.2% 가 나에게 최선인 줄 알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찔 했다.


늘, 변화는 이렇게 온다. 일단 한 발을 내딛어야 다음이 보인다. 나는 대부분의 일에 플랜을 A~Z까지 만든다. 내가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을 다 시나리오에 넣는다. 그런데, 한 발 내디디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는 것이 도전이다. 그래서, 익숙함을 의도적으로 탈출해 보는 일을 계속하는 것 같다. 늘 새로운 동네로 나아갈 때는 현재 사는 이 곳, 사랑스러운 동네에 대해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돌아보며, 이곳에 이사 오기 위해 했던 준비부터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음미한다. 떠나는 장소에에게 늘 전하고 싶은 노랫말이 있다.

“고마웠어,

네가 있어 너무도 행복했었어 미치도록”



보아의 이별 풍경의 가사인데,

이사를 앞둘 때마다 아름다운 이별 가사가 생각나더라..


이곳에서 아픈 순간들도 있었겠지만, 이곳은 나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함께 해준 역사가 된다... 이 곳에 이사 올 때 2년 전, 나에게는 약 천만 원에 빚이 있었다. 천만 원이면 별거 아니네 난 빚이 일억이야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외벌이 중소기업 가정에게 천만 원은 한 달에 5만 원씩 갚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200달을 갚아야 되는 내게는 큰 돌덩이 같은 돈이었다. 5만 원씩 갚을 수 있는 달도 또 아예 갚지 못하는 달도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때 아,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파트타임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는 이곳에 이사 올 때 스스로에게 한 약속, 다짐을 이루고 이제 이사를 간다.


솔직히 이 목표를 이루는데 몇 년이 걸릴지 자신이 없었는데, 2년. 딱 2년 후, 이제 또 다른 성장점을 잡고 발걸음을 내딛는다. 어제는 새로 이사 갈 동네에 마지막 사전점검을 갔다. 오늘부터 새집증후군 반딧불이 시공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실제 이사가 시작된 것이고, 실감이 나는 시점이다.


이제 진짜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장소를 떠나야 한다. 다음 이사 갈 목적지에 가서 간판을 찍으며 속삭였다. 안녕, 나는 또 다른 인생의 한 페이지를 여기서 보내려고 해.


잘 부탁해.


그러므로 나는 또 다른 이사를 할 것이고, 나는 어디 어디 출신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그룹을 짓거나, 내 바운더리를 좁히지 않을 것이다. 여기저기 살아본 것도 나름의 내 경쟁력이라고 보듬어 보련다. 이사는 가난하기 때문에 다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집은 어디에 라는 질문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을 질문 중에 하나임이 틀림없다.


몸은 흙에서 왔고, 영혼은 하늘에서 왔으니

나는 어느 동네 출신이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는 어디 사람이라는 스펙성 자기소개를 갖기 위해, 시간을 쓰지 말자. 인생의 한 페이지, 또 한 페이지 충실히 채워보자. 그렇다면 플롯이 빈약하다고 던져지는 책은 적어도 되지 않을 것이다. 화려한 표지가 필요한 책이라면, 내용이 빈약할지도 모르겠다. 또 이렇게 이사를 맞이한다.


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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