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11월, 장기전세
벌써 그게 3년 전 11월 이라니,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
그 해 11월은 국민임대 공고가 11월 3일에 장기전세가 11월 26일에 나옴으로 두근두근 심장이 쉬지 못하는 달이었다. 국민임대를 모의고사 삼아 장기전세 최종 전략을 점검했다. 당시 국민임대에 거주하고 있으므로 받는 페널티 5점을 헌납하고 일반 12점으로 공가 하나 나온 곳에 서류 제출자 선정까지 그야말로 숨 가쁘게 진행됐다. 그러나 방 3개 임대주택을 향한 도전은 키를 받기 전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 서류 제출자 혹은 예비자는 기분은 좋을 수 있으나 명백히 그 단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와는 별개일 수 있다.
감점을 받고도 12점이라는 것은 내 원점수는 국민임대와 장기전세 3점 가점 표로 17점이라는 이야기다. 17점을 차상위와 제조업으로 유지하던 그때, 11월 중 순, 예상은 했지만 한 통의 반가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싶은 편지가 왔다.
구.로. 구. 청
차상위 기준 소득 초과로 차상위를 해제하겠다는 내용.
아. 그때 장기전세 공고일 전이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공고가 먼저일지. 차상위 해제가 먼저일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살 때였다. 결국, 차상위 해제 통보가 먼저 왔고 장기전세를 14점으로 준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차상위와는 애틋한 추억이 너무 많은 고로 고마움이 마음에 가득했으나, 우리 이별을 하루만 미루면 안 될까 아니 일주일만 아니 단 한 달만 …...
혼자 편지를 보며 방 3개 임대주택을 향한 나의 발버둥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렇게 고득점에서 이탈하게 되자 그냥 공고 나오면 살고 싶은 곳에나 던져봐야겠다 라는 반은 자포자기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혹시나 해서 콜센터에 차상위증명서 발급을 요청했으나, 더 이상 어렵다는 말이 돌아왔다.
확인사살을 당한 것이다.
그래, 차상위를 졸업했다는 것은 우리 가정이 경제적으로 조금씩 더 건강해져 가고 있다는 증거이니 나름 기뻐하자며 마음을 다독거렸다.
그렇게 장기전세 공고가 나왔다. 11월 26일.
그렇게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당시 내가 거주하고 있던 천왕 2 지구 1단지 59형 공가가 그 공고에 포함되어 있었다. 와. 17점이었으면.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눈물이 글썽글썽할 것 같았다. 1년 넘게 점수를 만들고 찾고 유지하며 기다리던 딱 그 집이, 그녀가 내 앞에 있는데 스쳐가는 듯했다.
그 겨울은 유독 춥게 느껴졌다. 바람이 말이다. 14점으로는.. 음... 천왕을 쓰기에 불안한 점수로 보였다. 신정 이펜하우스 나 발산지구 쪽으로 눈을 돌려야 되나.. 14점으로 지원할 경우 17점으로 지원할 경우 다 시뮬레이션을 해놓긴 했지만, 지금 살고 있는 단지를 보고도 모르는 척 하기가 마음이.. 참..
그 공고에 구성을 보면 같은 지구에 여러 단지를 나온 곳을 쓰는 게 첫 번째 전략이긴 하다. 각 지구들은 잠재적 수요, 그 지역만 노리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 한 지구에 예를 들어 59형이 딱 그 단지만 나오면 모두 그 단지를 쓸 수밖에 없다.
그 공고에는 신정 59형도 3단지만 나오고 발산 마곡 수명산 파크도 2단지만 나왔으므로 사실 유효한 옵션이 더 이상 아니었다. 59형이 여러 단지로 함께 나온 은평, 상암, 천왕 중에 선택하긴 해야 되게는데, 사실 14점이면 은평을 쓰는 게 당시에는 당첨권으로 보였다.
나는 서쪽만 보았기 때문에, 천왕_신정_발산_마곡_상암_은평 만 데이터를 분석했었다. 동쪽 및 강남권도 우면(서초네이처힐)_세곡_내곡_장지_강일_위례(최근에 추가됨), 등 나름의 노선이 있지만, 아무래도 동남쪽이 서쪽보다는 수요자가 많아서 경쟁이 심한 양상을 보여왔다. 경쟁률에 관해서는 인기 많은 절대적 단지만 잘 골라서 피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공고에 같이 나온 단지들의 포지셔닝을 캐치해야 길이 보인다. 내 심리적 이동거리는 지난 글에 마곡까지 였다고 말씀드렸기에, 상암과 은평도 좋은 곳이지만, 당첨돼도 안 갈 곳이면 안 쓰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14점, 천왕으로 고! 하기로 했다. 못 먹어도 고!
천왕은 감사히 3군데 단지가 동시에 나왔었다. 가장 원했던 곳은 연지타운 1단지 59형이었고 물량은 2개였다. 연지타운 2단지 59형이 물량이 2개 천왕 이펜하우스 5단지 물량이 5개였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연지타운 1단지는 초역세권이고 보증금이 가장 높았다. 연지타운 2단지는 역은 10분 거리이지만 대단지 초 품아 예정, 1단지에 비해 보증금 2천 정도 더 저렴했다. 이펜 5단지는 역 10분 거리, 초등 5분 거리이고, 물량이 5개로 가장 많았다.
일단, 그 공고에 최종 경쟁률은 순서대로
38.5 대 1
45 대 1
45.8 대 1로 마크되었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해도 될까. 휴. 이건 결과론 적인 데이터이고 신청 전 내 판단으로는 사실 14점으로는 어느 쪽이나 승산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안 그래도 마음이 심란한데, 둘째 아이가 또 아팠다. 이제 제법 컸으니 14번째 입원만은 아니길 바라면서 소아과에 갔다. 다행히 처방전만 주셔서 계산하려고 카드를 내밀었다.
"천 원입니다."
"네? 천 원이요? 저희 이제 차상위 아닌데요."
그게 신청하기 전 주 일요일이었다.
"전산상에는 아직 차상위 등록되어 있으세요."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 왔다. 혹시 혹시 혹시, 차상위 증명 발급이 가능할지는 내일 월요일 아침 9시가 돼야 알 수 있을 터! 밤 새 잠을 못 이루고 7호선 전철을 타고 출근을 했다. 남편에게 9시 정각에 콜센터 말고 담당부서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라고 당부를 했다. 강남으로 향하는 7호선 만원 전철서 드디어 카톡 이 왔다. 남편에게서 온 이미지였다.
그 사진은 팩스로 받은 차상위 서류였고, 그 날 날짜가 찍혀있었다!
오
오
오
대박! 진짜 7호선 출근 전철서 그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훌쩍훌쩍 울었다. 이제 다시 17점이다. 바람이 불면 꺼질 촛불을 지키는 것처럼 애간장 태웠던 그 17점. 그 사진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이번 장기전세에 나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그건 비단 17점이 주는 안정감은 아니었다. 17점은 3자녀 1점에게 눌리는 점수이다.
그냥, 하늘이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17점!
이제 이것저것 잴 것 없다. 나는 내가 당시 살고 있던 단지에 내 패를 던질 것이다. 그 결과로 35:8대 1을 받았다. 하하하하하하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여타 2단지는 45:1이었으니까, 내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자기 합리화를 해야만 했다.
두둥 서류 컷 발표날이 오고야 말았다. 서류 컷만 보면 나는 최종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서류 컷은 순서대로 15점. 16점. 17점으로 공지되었다. 물량이 5개로 가장 많았던 5단지가 가장 높은 점수에서 잘렸다는 말은 고득점자들이 저기로 몰렸다는 이야기다.
이론은 내가 여러 번 겪은 것처럼 간단하다.
물량이 많으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통이 약간 불편한 연지타운 2단지가 1단지보다 커트라인이 높은 이유는 보증금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신청자들에게 천만 원 이천만 원은 큰 차이다. 그러므로 아무래도 보증금이 높은 쪽에 경쟁률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경쟁률이 낮다고 해봤자 35:1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감사하게 우리가 신청한 단지는 3 배수 뽑았을 때, 15점 서류 컷이었으므로, 이제 관건은 내 위에 3자녀가 몇 명이냐는 것이었다. 3자녀가 2명 있으면, 게임오버이다.
서류 컷을 발표하고도 100일 정도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사이에 유치원도 픽스해야 했는데, 장기전세 발표가 3월 중순이었다. SH에서 이런 부분은 조금만 배려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가정이 이사를 학기 시작 전에 한다. 그 이유는 당연히 아이들 교육기관 세팅이 중간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혹시나 당첨될지 모르는 국민임대 마곡지구 유치원 및 어린이집까지 모두 걸어놓고 확정까지 받아놓았지만, 3월 전에는 어느 쪽이든 하나만 살려야 했다.
적어도 결과 발표를 2월 28일이라도 2월에 해주면 한 끗 차이지만 임대주택 이용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건 서류 검토를 일찍 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급계획을 세울 때부터, 어떤 이용자들이 이제도를 이용하는 가에 대한 고민도 수반돼야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35:1에서 3:1로 걸러지고도 꺼져가는 내 희망을 살려준 차상위 서류를 받은 날의 확신은 지속되었다.
이번엔 돼야만 했다. 내 점수는 차상위 3점과 제조업 3점은 겨울이 지나면 녹아버릴 눈사람처럼 사라질 것이다. 이번엔 방 3개를 획득해야 된다는 열정 이상의 간절함으로 겸허히 내 선택에 대한 결과를 기다렸다. 그 사이 마곡지구 국민임대 공가 하나에 대한 예비 2번을 받았다. 공가가 하나이었으므로, 예비 2번은 큰 의미가 없어 보여서, 공립 단설 마곡 유치원과 국공립어린이집들에 포기한다고 연락을 드렸다.
마곡 유치원에서 포기한다고 했더니 정말이냐고 재차 너무 놀라 물으셨다. 아,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3월에 나올 예비 1차에서 예비 2번까지 가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3월이 지나 18일!이었던 것 같다.
2시는 다가왔다.
그날도 회사에 있었다. 2시.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축하해요, 103동 000호”
오!
내 위에 3자녀는 한 분만 있었던 것이다. 반면 연지타운 2단지와 천왕이 펜 5단지는 둘 다 3자녀 13점까지만 당첨이 되었다. 처음 신청 때부터 가지고 있던 평안함은 결과 발표날까지 이어졌다. 우린 이제 옆 동으로 이사를 갈 것이다. 관리소에 가서 집을 보여달라고 하자. 소장님이 말씀하시길 공가가 2개였는데, 하나는 좀 손을 많이 봐야 되고 한 집은 깨끗한데, 우리가 당첨된 집이 깨끗하다며, 안내해주셨다.
남서향의 빛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집이 날 반겨주었다. 이전분이 딱 1년만 살고 나가셨다는데, 여태껏 왜인지 공고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이번 공고에 포함되었던 집이었다. 그 집이 날 기다려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참, 애써 준비하고 우여곡절 끝에 만났던 집이라 지금 생각해도 참 마음이 파스텔톤으로 물드는 예쁜 집이었다. 이제 이 집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면 되겠지라고 또 잠시나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