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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우리 집은 어디에] 서초 네이처힐 가든 임대

서초 네이처힐 가든 임대

by 스테이시

지금까지 주 맥락은 크게 국민임대, 장기전세 이야기였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SH, LH에서 나오는 모든 공고문을 읽어보고, 내 조건에 해당되는 것은 다 지원했다고 보면 된다. 앞선 글들에서 메이저 공고와 깨알 공고라는 단어를 써서 소개했었다. 물론 신청은 이사의 필요성이 대두될 때의 말이다. 수능강사들은 수능 보러 가서 다 풀어놓고 일부러 틀리게 답을 제출한다고 하는 것처럼, 지금도 SH에 나오는 공고를 보면 어디에 신청하면 당첨 일지 감이 오지만, 현재는 진짜 필요하신 분이 이용하시길 응원하며 신청하지 않는다 ^^


SH공사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특수목적을 가지고 지어진 건물 혹은 아파트 등 이 있다. 그중에 중소기업 재직자 (근로 신혼부부 전형) 신혼부부에게만 자격을 주었던 “서초네이처힐 가든”이라는 단지가 있었다. 이 단지는 최근에 재공고 되었던 신정 도시마을 주택의 2015년 공급에 같이 공고가 났었던 곳이다. SH에서 부르는 호칭은 우면 2 지구 다세대이다. 가서 보면 그냥 아파트이다 ^^;


서초 네이처 힐 1단지 맞은편에 있는 그 단지는 정말 조용한 전원주택 같은 느낌이 풍겨졌다. 층수도 최대 5층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높지 않은 아파트를 선호한다.) SH임대주택을 준비? 공부? 하면서 서초 네이처힐 동네를 임장 하지 않았다면 아직 1퍼센트 부족한 것이라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서초 네이처힐은 임대주택계의 완결판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역대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서초네이처힐 59형 장기전세 현재는 국민임대로 변경된 그 집이 거의 매 공고에서 커트라인의 정점을 찍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 특히 3~4자녀 분들이 원하시고 아이들 키우기 좋은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내가 3점 가점 표 장기전세, 국민임대로 17점을 찍었을 때도, 혹시나 해서 마음이 가긴 했으나 서초 네이처힐은 3자녀들만의 리그로 남겨두기로 했다. ^^ 물론 지하철 역이 도보권이 아니라는 단점이 있지만, 강남 쪽이 회사이신 분들에게는 워너비! 공간인 게 틀림없다.


천왕에서 만났던 2자녀 엄마는 신혼 때 네이처힐 준비하다가 나이로 밀려서 다음 공고인 천왕에 왔다는 분도 계셨다. 나도 서초라는 동네와는 전혀 연관이 없었지만, 남편을 졸라서 밤에 한번 낮에 한번 임장을 왔었던 곳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좋네!라는 느낌을 가지고 돌아갔던 그 동네! 서초구! 그곳에 우리가 당첨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신청자격이 되는 공고가 나왔다니 일단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시 천왕 국민임대 49형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넓은 집을 찾고 있었고, 이 공고에서 서초 네이처힐 가든은 46형 49형 59형 79형이 같이 나왔다. 신혼 3년 이내가 1순위였고 중소기업 재직기간과 청약으로 가점을 주었던 것 같다. 우리는 신혼 5년 이내 2순위였고 2순위 9점인가.. 그랬다. 이런 애매한 점수로 확실히 할 수 있는 일은 정공법을 택하지 않는 것이다.


46형

49형

59형

79형


어디가 가장 신청자가 몰릴까? 일단 49형, 59형이다. 아이가 한 명인 집은 46형도 고려할 것이고, 아마 79형은 필요성의 범주에 해당하는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같이 한 번 던져나 보자 하는 사람들의 리그가 된다. 결과도 그리 했다.


최종 커트라인은

1순위 6점

1순위 9점

1순위 9점

2순위 10점 순으로 발표가 되었다.


오히려 79형이 제일 점수가 낮은 당첨자가 나온 것이다. 이런 현상을 잘 이해하시면 준비하실 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선택을 할 때 최악을 피하는 선택을 하도록 너무 교육을 받았다. 나도 그러했으나, 이 임대주택을 준비하고 신청을 거듭할수록, 우리가 안전하다고 배워 온 선택법이 결코 나에게 좋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갔다. 아마, 이 건 언젠가 배웠어야 하는 것 여야 했는데 그 인생의 시기에 내가 이걸 하고 있어서 여기서 배운 것뿐이다. 모두가 임대주택을 준비해 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


사실 이 결과가 우리에게 서프라이즈였던 것은 79형의 서류 제출자 커트라인이 2순위 10점이었기에 우리는 서류를 내지도 않았고 아, 아쉽지만 떨어졌구나 했었다. 그런데, 최종 발표날 또 unexpected 등기가 온 것이다. 이건 또 뭐래 하고 보니 우리가 79형 예비 1번으로 선정되었단다.


헉.


서류 심사 가운데 부적격자가 많이 발생한 통에, 당첨자 발표 날 바로 예비 1번으로 발표가 났고, 나중에 서류를 제출하라고 연락이 왔다. 우와 ~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서류 탈락이었는데,

당첨자 발표 날, 명단에 있다니 아마 겪어 보신 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그것도 79형이었다. 서초에 있는 30평대 집이 전세 9천이었고 최장 6년 거주가 가능한 제도였다. 물론 20년, 30년짜리 임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딱 맞는 세팅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제도였다.


혹시 79형에 우리 순서가 되면 시부모님과 함께 살까라는 효녀적인 생각도 잠시 했다. 그러나, 나의 그 생각을 하늘이 막아준 건지^^; 우리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1년의 예비자 유효기간 동안 예비 1번도 당첨되지 않았다. 46형 49형 59형은 예비가 상당히 돌았다. 보통 어디든 예비 1번이면 기다리면 곧 당첨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그곳은 거주 만족도가 워낙 높았던 것인지, 우리는 결국 당첨자가 되지 못했다. 1년 동안 아무도 당첨을 포기하거나 이사를 간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다.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생각하자. 늘 말하지만 새옹지마. 괜히 마음이 숭숭 할 뻔했다. 혹시 몰라서, 대기 걸었던 형촌 어린이집에 연락이 와서, 한번 더 그런 곳이 있었지 추억할 수 있었다. 역시 나는 서울의 서쪽에서 사는 게 맞는가 하며, 서초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버렸다.


뭐 그러고 나서 우린 또 한 번의 행복한 이사를 했으니 말이다. 마곡 국민임대 59형으로 오라고 등기를 받았으니, 서초에 대한 기억에게는 곱게 접어 놓을 테니 추억이 되길 부탁했다. 지금까지 쭉 읽어 오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난 계속 더 좋은 집 자체를 찾아서 이사해 온 것이 아니다. 이사 간다고 하면 다들 “왜 이사가? 그 집이 더 좋아?”라고 물으시는데, 내가 가진 금액 대비 내가 살아온 모든 집은 다 좋았다. 심지어 신도림 미성도 난 그렇게 느꼈다.


가정이 형성되고 구성되고 성숙해 가면서 각 시기별로 요구되는 점이 달라졌고, 난 그것에 맞는 이사를 계획해 왔을 뿐이다. 집은 내 집이 이라고 하지 않는다. 내 욕망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집은 늘 우리 집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의미 있는 행복한 우리 집. 우리 집. 그게 자가면 더 좋겠지만, 자가면, 우리(은행) 집 이 되니까 (웃음)


다시 한번 영구 이사 아저씨에게 연락을 했다. 아저씨는 마곡으로 간다는 나에게 “사모님, 어떻게 당첨되셨어요. 돈 많이 벌으셨겠네요.” 란다. 저기요. 제 첫사랑 꿈이 사업가라고 해서, 사장 사모님 되기 싫어서 그분 안 만났거든 요. (웃픈 애기지만 그분은 사업을 하지 않고 S사 회사원이 되셨다는 하하) 한참 어린 내게 사모님이라니, 듣기 못내 불편했지만 새댁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아줌마라고 하기도 그렇고, 다른 단어가 없겠네 싶어서 그냥 관행으로 받아들였다. 이사 때마다 여전히 닭살이 돋긴 한다. 사모님이라니.


아저씨들도 프로 이삿꾼이었지만, 나도 그에 못지않은 프로 이사러였다. 나는 짐을 미리 싸 놓거나 그렇지 않다. 다만 버릴 것을 미리 다 버린다. 가져갈 것과 가져가지 않을 것을 확실히 정해 놓는다. 나는 평소에도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100리터 쓰레기 봉지를 사서 채운다. 사람들은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왜 같은 평수인데 너네 집에 더 넓어 보이냐?’ 하는데, 그게 아니라 나는 남들에 비해 잘하는 게 있다면 버리는 것이다. 보통 1년 이상 안 쓰는 것은 버리라고 정리법이 많은데, 나는 3개월 이상 안 쓰는 것은 버리는 편이다. 아무리 임대든, 그냥 전세 월세 든, 억 단위 돈을 내고 사는 집에 살면서 좁다고 느끼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집을 바꿔서 만족도를 얻기는 극도로 어려운 일이지만, 집 안을 바꿔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방 한 칸에 몇 천을 지불하고 빌리고 있다고 생각해본다면, 나는 절 대 방 하나를 창고나 옷 방으로 쓰지 않을 것 같다. 그러므로 실제 우리 집은 큰 옷장이 없다. 이사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고객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내가 마곡으로 가야지 하고 좌표를 찍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 발걸음은 보이지 않는 바람 혹은 물살 그 무언가에 따라 마곡까지 이르렀다.


어렸을 때는 목표를 잡고 그 목표가 안 이뤄지면 죽으니 사니 했었다. 예를 들어 어느 대학에 못 가면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하는 전형적인 한국인. 그게 우리다. 그러나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 ^^빨강머리 앤의 멘트를 인용하여 오늘을 시작해보려 한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멋지네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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