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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우리 집은 어디에]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임대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임대주택 (재개발임대)

by 스테이시

그즈음에 시댁이 사시던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러 오라고 하셨다. 평생 다세대 주택에 살아오신 시부모님은 재개발이 완료되면 나이 70이 다 되셔서 난생처음 아파트에 살게 되실 예정이다. 현대 산업개발 아이파크였다. 확실히 공공주택 하고는 마감재가 다른 느낌이 이었지만, 오~ 이런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


이전에 브랜드 아파트를 방문했던 것 중에 아주 아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한 건 소개하자면,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였다. 장기전세를 준비하던 어느 날, 뜬금없이 재개발 임대라는 공고가 SH 홈페이지에 떴다.

간단히 말하자면, 재개발 지역에 철거민 세입자에게 공급되는 민간 브랜드 내에 SH소유 임대주택이었다. 철거민에게 공급하고 남은 부분을 일반공급한 것이었다. (요즈음은 이런 물량을 저렴하게 공급해야 되는 재개발임대가 아니라 행복주택 월세형으로 변경하여 비싸게 공급하는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우리가 17점으로 구장전을 준비할 때, 나온 재개발 임대는 국민임대 그리고 구 장전 점수 체계와 흡사했다. 3자녀가 우선권이 없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그 공고에서는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이하 마래푸) 59형이 단 하나 공급되었다.


견본 주택을 보러 갔는데, 와 ~ 대박! 멋 졌다. 당시 전세금 9천에 10년 보장이었다. 그 견본 주택에는 부동산 업자들도 많이 몰려서 이건 되기만 하면 그 한 명 로또라고 난리였다. 정말 분양 모델하우스급으로 붐비는 임대 견본주택은 처음 봤다. 그 아래 49형 36형도 많이 같이 공급되었지만, 우리는 집을 넓히려는 목적이 있었기에 59형에만 눈길이 갔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브랜드 아파트의 정석을 보여준, 마래푸 59형은 최종 접수 결과 425: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잠시나마 우리 집이 될 것 같은 착각은 18점 4명이 서류 컷으로 발표되면서 막을 내렸다. 커트라인을 보고 헛웃음만 났다. 그럼 17점인 우리는 425명 중에 공동 5등이란 말 이군. 그 걸로도 대단하다 싶었고, 또 마래푸 같은 로또(?)를 기다렸으나, 그 이후 재개발임대 59형은 공급되지 않았다. 올해 59형이 또 공급되는 일이 발생했으나 역시 최종 당첨자는 18점이었다. 재개발임대는 10년 보장이고, 현재는 월세 형태로 공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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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임대보다 보증금이 더 저렴한 편이어서 임대주택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꼭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볼 만한 분야이다. 재개발 임대뿐 아니라 장기전세도 그렇고 임대주택은 SH가 직접 발주해서 건설한 것과 다른 시공사가 지은 것은 매입한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반포 자이, 신정 롯데캐슬, 강서 자이 등 이런 곳에도 임대주택이 있다는 이야기는 “금 수저 임대 강남 행복주택”이 기사화되기 전에도 들어 봤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시 서울시에서 용적률 등에 인센티브를 주고 임대주택을 건축하는 조건을 건다. 그래서 SH가 매입하게 된 SH소유 주택인 것이다. 임대주택이 존재하므로 집주인들은 분명 금전적인 이득을 얻은 것이 있는 것이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는 결국 서류도 내보지 못하고 구경하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나름의 로망이 돼주었던 즐거운 기억이었다. 가끔 지금도 지나다니면서 보면 마치 잠시라도 내 집이었던 것 같은 웃픈 생각도 든다.


마곡에 살 때, 처음 본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래푸 49형에 살다왔다는 것이다. 하하, 그분은 59형은 안될 것 같아 49형을 했다는데, 사시는 동안 동네가 참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면 임대주택은 한 번 준비해본 사람들이 잘 알고 계속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


브랜드 아파트. 좋네 ~라고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꼭 브랜드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아니었다. 임대주택에 머물고 앞으로도 공공분양만을 생각하던 나는, 내가 브랜드 아파트에 살아볼 일이 있을까 하고 말풍선을 띄웠다가 바늘로 톡 터뜨려 버리고 말았다.


사실 도시개발을 진행한 지역들은 공공임대아파트가 전철이나 학교 등 입지가 더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집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네이밍이라는 한국인 정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브랜드 아파트 내에 임대주택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사실 브랜드 아파트에 들어 가 있는 장기전세는 보증금은 적어도 3억 이상이고 강남권은 5-6억을 상회한다. 국민임대주택이나 행복주택처럼 보증금 포함 총 자산 제한이 존재하지 않아서 장기전세는 무주택이고 월소득이 낮게 신고된다면 현금부자도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임대주택의 생명력은 회전율에 있다고 책 초반에 말씀을 드렸는데, 회전율은 진짜 필요한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사람들은 내보내는 것에 있다. 걸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임대주택 재계약을 위해서 그 시즌에만 빚을 내서 자산을 낮게 보이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며, 임대주택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래서 나는 임대주택제도만큼이나 사용자들의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용자 입장에서 거주기간이 긴 임대주택을 선호하고 되도록 오래 살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이 혜택에 젖어들면 나중에 원망만 남을 수 있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만약 20년을 살았다고 하자. 싸고 좋은 집에 오랫동안 감사히 잘살았다고 생각이 들까? 그때 가서는 그 보증금 그대로 어딘가 비슷한 곳으로 갈 수 없는 사회적 변화에 화가 날까? 솔직히 나는 후자일 것 같았다. 그래서 복지제도가 정말 힘들 때 이용하고 자발적으로 내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길 응원하는 바이다.


나의 총 임대주택 이용기간은 약 7년이 될 예정이다. 결과적인 이야기이지만, 서초네이처힐 가든 6년이나 마래푸 10년 보장 등을 보면서 너무 기간이 짧아서 선호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 내 편견이었던 것이다. 아직 장기전세는 10년가량 되었고 국민임대 행복주택은 더 뒤에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임대주택의 만기를 채워서 나가신 사례는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스로 만기를 정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이나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우호적인 상황으로 바뀔 날이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기득권이라는 것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한 번 손에 쥐면 놓을 수가 없는 가 보다. 어르신들도 어렵게 그분들이 손에 쥔 걸 갖었으리리라. 다만, 젊은이들을 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현재 한국의 집값으로는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어 임대주택으로 밖에 시작할 수밖에 없는 현시대의 상황을 이해하신다면 물리적 도움까지는 아니어도 따뜻한 시선을 건네주시길 요청드려본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뭐랄까. 내 욕망이 투영된, 부끄럽기도 하고 풋풋한 단어로 내 마음속엔 남아 있다. 언젠가는 브랜드 아파트에 살게 될지도 모르지만, 내가 브랜드 아파트로 네이밍 된 건물 안에 내 짐을 풀고 살고 있다고 해서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는 착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아파트끼리만 모여서 배타적 관계를 형성하는 모임이라면 내가 먼저 거부하고 싶다 우리 집의 평수보다 나의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용량이 커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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