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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우리 집은 어디에] Lovely 마곡!

SH에서 온 등기, 마곡엠밸리

by 스테이시

임대주택을 준비하시거나 이미 입주하여 사신 분들은 SH에서 등기가 왔다는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알고 계실 것이다. 일단, 임대주택을 신청하고 서류 대상자가 되면 SH에서 등기를 보내준다. 서류를 잘 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사실 그 이후에 오는 등기는 반갑지 않은 등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재산총액이나 차량가액 혹은 월소득을 조회해보는 과정에서 기준치를 초과했으니 소명을 해보시오 하는 등기가 그다음에 온다. 그 등기가 오지 않았다고 해서 당첨에 가깝다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시기는 이르다. 그다음에 오는 등기가 바로 당첨 등기이다!


2014년인가, 2013년인가 내가 처음 임대주택을 신청하던 해였는데, 그때, 당첨자 발표 전 날에 SH공사가 당첨자에게 등기를 발송해서 다음 날 당첨자 발표가 나기 전에 등기를 받아보신 분들도 계셨다. 참, 부지런하다고 이야기해야 할지...^^; 여하튼, 그 시점에 오는 등기는 온 가족을 로켓에 태워주는 등기이다! 심지어, 그 등기는 계약서류와 납입고지서에 동호수까지 찍혀서 오니, 정말 집을 산 것과 진배없는 기쁨을 주기도 한다.


참 저 위에 쓴 그 발표날 우체국에 전화해서 우리 집에 오는 등기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생년월일로 줄 서서 어리므로 떨어지기도 했고 말이다. 이렇게 계약 관련까지는 SH가 등기로 처리를 하는데, 입주 이후에 재계약 건이나 소득초과 할증 건은 그냥 편지로 진행을 함으로 우편함을 못 보시고 놓치시는 경우도 참 많다. 적어도 SH에서 재계약 건은 등기로 보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내가 그때 받았던 등기는 이러하다. 장기전세 59형 입주 후 우리 가족은 나름 안정된 삶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맛보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에게 톡이 왔다.

“SH에서 등기 왔다는데?”


헐! 집에 올 때까지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49형 퇴거일 하고 59형 입주일이 같아서 중복되었다고 퇴거하라고 하는 건 아닌가. 뭘까, 걱정에 걱정을 하며 집에 와보니, 지난겨울 1가구 모집, 아 잊고 살고 있었던, 마곡 국민임대 59형에서 감점 낀 12점으로 예비 2번을 받았었다. 그 예비자 자격이 아직 살아서 마곡 국민임대 2단지에 당첨이 된 것이다. 장기전세 당첨으로 만족스럽게 살고 있었으므로 기억이 희미해져 있었는데, 동 호수가 찍힌 계약금 전표를 보니, 또 탐험심이 발동했다. 그때 그 편지가 나에게 준 당황스러움은 정말 한 단어였다.


헉.


정신을 주어 담고 SH 홈페이지에 가서 그 단지 중에 어느 위치에 있는 동이며, 어느 구조인지 등의 정보를 빠른 속도로 검색해 나갔다. 내가 최근에 부러워하며 살아보고 싶었던 타워형 구조였고, 앞에 막힌 동이 없어서 빛이 아주 잘 들 것 같았다. 당장 차에 시동을 걸고 집을 보러 갔다. 그렇게 멀리 운전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정말 무언가에 취한 것처럼 운전을 해서 도착했다. 물론 신청 전에도 임장을 했었기 때문에, 동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 날의 목적은 정말 '집'을 보는 것이었다.


지금 장기전세 집도 너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사실 이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집을 한번 보기나 하자 보기만 하는 거다 스테이시 마음을 다잡으며, 관리사무소에 도착했다.


“집 보러 왔는데요”


나는 부동산을 끼지 않고 SH랑만 집을 거래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부동산에서 겪을 감정 소모가 없기 때문이다. 관리소에서 친절히 문을 열어 주셨다. 빛이 사르르 녹아드는 것 같은 남서향 타워형 구조였다. 전용 59형 답지 않게 넓은 거실과 주방. 정말 환상적이었다.


우와.


(난 나름 지금도 확신한다. 마곡지구 분양 임대 장전 모든 59형 세대를 통 틀어서 이 집 구조가 가장 잘 빠졌다고. 그 집에 방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의 첫마디는 30평대 예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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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포스코 건설이 시공한 연지타운보다는 내부 마감 자재가 부실해 보였지만, 내가 살아보고 싶은 구조의 집이었다. 이 책을 시작하면서, 내가 언제 그런 집에 살아보지 했던 바로 그 집이었다. 나는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내일 중문 견적 내러 오신다는 아저씨께 일단 취소 통보를 했다.


아저씨는 급 당황하셨다.

“네? 이사를 하신다 고요?”

중문을 취소할 때는 이사를 확정한 것은 아니었다.


연지타운은 우리 아이들의 고향 같은 곳이었고, 아주 만족스러웠으며, 교육기관도 둘이 같은 국공립어린이집으로 가히 안정적 세팅이었다. 전세자금 대출로 잡힌 빚만 빼면 말이다. 정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크고 작은 가족회의를 여러 번 열었다. 저번 이사는 방 2개에서 방 3개를 향한 몸부림이라는 뚜렷한 주제가 있었는데, 이번에 이사를 해야 되는지는 큰 설득력이 있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이제부터는 머리의 영역이 아니고 가슴의 영역이다. 새로운 환경에 도전을 할 것이냐, 아이들을 새로운 광야로 몰아내 볼 것이냐! 나는 그렇게 장기전세 59형에 살게 된 지 딱 6개월 만에 이사를 결정했다. 이번 이사는 이유는 없었지만, 장점은 있었다.


천왕, 마곡, 천왕, 마곡 퐁당퐁당 ……


장기전세는 20년 거주 가능하고, 2년 뒤에 무조건 5퍼센트 오르는 반면 국민임대는 30년 거주 가능하고, 재계약 시 거의 인상이 없는 추세이다. 그리하여, 일단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보는 것 외에도 빚을 줄 일 수 있다는 베니핏을 잡아 이사를 하기로 했다. 천왕 장기전세 59형 방 3개보다 마곡 국민임대 59형 방 3개가 보증금이 몇천만 원 더 저렴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빚을 상환했고, 아마 재계약 시에도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계획 속에 나는 이제 이 집에서 30년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49형 국민임대에서 이미 2년을 소진했으므로 나는 정확히는 28년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결혼 후 3번째 이사가 신속히 진행되었다. 장기안심_SH국민임대_SH장기전세_SH국민임대로.. 참, 나는 여기까지 왔을 때도 내 이야기는 아주 조금 특이할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이사한 뒤, 국민임대 제도는 변화를 겪었다. 더 이상 국민임대를 전세 형태로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우리 차수를 마지막으로 반전세 형태로 제도가 수정되었으며, 또한 공가 입주자를 모집할 때도 단지 별이 아닌 지구 별 통합 모집이 실시되었다. 즉, 3자녀가 아닌 이상 더 이상 국민임대 59형에 들어오기 불가능해졌다는 말이다. 감점도 있는 12점 눈치작전으로 마곡 국임 59형에 입성한 마지막 2자녀가 되었다. 임대제도에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착각도 살짝 해보았다 ^^;


그 이후 국민임대 제도는 또 한 번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동안 장기전세로 공급되던 2014년 이전에 공급된 3점 가점 표 적용 단지 59형이 국민임대로 편입된 것이다. SH입장에서는 장기전세제도를 축소하고 거의 폐지하고 월세를 받는 임대주택을 확대하려는 취지이다. 임대주택 이용자들에게도 장단점이 있는 선택이나, 그동안 들어가기 너무너무 어려웠던, 꿈의 평형 59형의 물량이 대폭 풀리므로, 올해 같은 경우는 정말 낮은 점수분들도 많이 입주 혹은 예비당첨의 기쁨을 누리실 수 있었다.


제도는 생물이라 계속 변한다. 그리고 임대주택 이용자의 마음도 필요도 계속 변할 수 있다.


그렇게 20년을 살려고 했던 장기전세 주택 집들이도 5번 이상 했으나, 6개월 살았던 그 집을 떠나보냈다. 두려움과 함께 그 해 11월 마곡 땅을 밟았다.


잘해 낼 수 있을까? 여기 이제 정말 30년 살려고 하는데 늘 시작은 진심이다. ^^ 그 진심의 일환으로, 2년 된 나름 새집이지만, 방을 도배를 하고 이사를 하면서 중문을 달았다. 멈출 수 없는 우리 집은 어디에 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어느 정도 휴식기를 가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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