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집에 처음 살아본 소감
사실 요즘 세대 같이 잠자는 시간 외에는 집에서 보낼 일이 거의 없는 라이프 스타일에서
집의 향이 무슨 소용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결혼 후, 여러 집을 옮겨 다니고, 심지어 내가 직접 동 호수를 고른 적도 없었지만,
(모두 컴퓨터 추첨으로 동호수를 받은 경우였기에) 늘, 남향집이 선택되었었다.
빛이 만개하듯 집으로 들어올 때,
너무 예뻐서 어떻게 저 빛을 사진으로
담을까 시도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이번 집에 이사를 왔는데, 음, 동향이구나.
계산해 보니 아침에 주로 빛이 들어오겠네 라고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겨울은 빛이 짧아서 인지, 나는 이사 와서 100일 동안
집에 빛 한줄기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향에 따라 이렇게 빛을 머금는 시간이 차이가 나는구나
처음으로 알고는 조금은 놀라기도 했다.
집이 빛으로 가득한 모습이 없어 아쉽긴 했지만,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선택이 아닐지라도
나에게 늘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내게 넘치는 곳이기에 그래도 감사했다.
그러다 요즘은 봄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 것이,
아침 8시 30분부터 8시 45분까지 한 줄기의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빛이 들어오던 날,
가족 모두 신기해서 모여서 구경을 했다.
"애들아 빛이다. 모두 모여, 광합성하자"
라며 호들갑을 떨자, 아이들은
"엄마가 좋아하는 빛이네" 라며 같이 기뻐해 주었다.
주말에 보았던 그 빛, 그 소중한 15분을 또 만끽하고 싶었으나,
아이들 등원 시간을 맞추려면 그 시간에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내 너털웃음이 나왔다.
어린이집에 걸어가면서
딸내미는 뒤돌아서 집을 보더니
"엄마, 집에 빛 들어오는 시간이데?" 라며 웃는다.
괜찮아, 네가 웃어줘서 내 마음이
빛으로 물들어졌거든
: )
동향이면 어때, 가족과 함께해서 마냥 좋은 우리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