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그곳의 소파는 지나치게 길었다.
이렇게 길 필요가 있나 싶은 소파에 나는 왼쪽으로 살짝 치우쳐 앉았다.
그렇게 앉으면 굳이 마주 앉지 않고, 살짝 엇갈려 서로를 보게 된다.
“오늘은 얼굴이 좋네요?”
“… 그런가요?”
“약은 어때요?”
“… 잠이 안 와요.”
“아침에 먹었는데 잠이 안 와요?”
“아뇨, 아침에 먹는 걸 잊어버려서 밤에 먹었는데 잠이 안 와요.”
“그 약은 아침에 먹는 게 좋아요. 약을 먹고 잠이 안 오는 증상이 있을 수 있어서요.”
“…아… 네”
“잠이 안 와서 무슨 생각했어요?”
“… 음… 그냥… 우울해서 약을 먹었는데, 그렇다고 잠도 안 오면, 약을 먹을 필요가 있나 뭐 그런 생각했어요.”
“왜요?”
“… 쉴 수가 없잖아요. 잠은 안 오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이고. 잠을 자야 쉬는데 잠도 못 자고, 결국은 죽어야만 쉴 수 있나… 뭐 그런 생각?”
“죽고 싶어요?”
“사람은 어차피 다 죽잖아요. 결국은 다 죽잖아요. 어차피 우리의 끝은 죽음이니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걸 생각하는 게 나쁜가요?”
“죽음을 이야기하는 게 나쁘대요?”
“아니… 항상 문항 체크 할 때 그런 질문이 매번 나오잖아요.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냐고.”
“그 질문을 볼 때마다 어때요?”
“… 당연한걸 왜 물어보나… 그런 생각이 들죠. 어차피 사람은 다 죽는데 뭐 이런 질문을 하나 싶어요.”
“우리는 결국 다 죽긴 하지만, 모두가 다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살진 않아요. 모두가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있어요. 죽기 위해 살아가진 않죠. 잘 살고 싶은게 우리의 본능이에요.“
“…..”
“죽음을 기다리며 공부를 하고, 회사 승진을 기다리진 않잖아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도 잘 살고 싶은 우리의 본능이죠.“
“…..”
“스테이시 님은 죽는게 낫다고 생각해요?”
“…저는…오늘 하루를 살면 내일은 죽음에 하루 더 가까워지는구나 하면서 살아요.”
“지금 당장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서서히 죽음에 가까워지는 거네요?”
“…..”
“조금 다른 거 같죠?”
“…..”
“죽음에 가까워지는 거지, 당장 죽고 싶은건 아니잖아요.”
“…..”
“죽음에 가까워지며 안도하는 마음이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일까요?”
“…..”
“아, 이거 봤어요?”
“…네”
“나는 이 작은 쿠션이 여기 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죽음을 이야기하던 공간, [ChillPill]이라고 쓰인 알약모양의 쿠션이 소파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럼 우린 2주 후에 볼까요?”
차에 타서 백미러로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얼굴이 좋다고?
거울에 초점 잃은 내 모습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