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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시 Jan 27. 2020

나의 설

명절을 떠나보내는 의식의 흐름

올해 설도 다 지났다.

매 명절을 앞두고 나름의 알찬 계획을 세우지만 끝나갈 때쯤엔 이룬 게 얼마 없어서 마냥 아쉽다.

출근을 12시간 앞두고 증발한 연휴를 추억해보려 한다.



잘한 일

이번 설에는 성묘 외에는 별다른 가족 일정이 없어서 온전히 나를 위해 푹 쉴 수 있었다.

그래도, 명절을 맞아 가족을 위한 몇 가지 일을 실천했다.



하나, 

막 학기를 마치고 다시 본가로 들어온 동생의 방을 싹 정리해주었다. 

미니멀리즘 정신에 따라 옷가지며 살림이며 일단 다 내다 버렸다. 역시 비우니 채워지는 이 마음!

방이 2.4배는 넓어진 것 같고 이렇게나 멋진 뷰를 볼 수 있는 방이란 걸 이사 온 지 10년 만에 깨달았다.

졸업을 앞둔 취준생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나는 이제 기억도 안 나지만 축 처진 어깨를 보면 알 만도 하다.

다시 독립(자립)할 때까지 내가 해줄 수 있는 응원은 이런 게 전부다. 문송한 우리 동생 파이팅!



둘,

아빠에게 새 구두를 선물했다.

작년부터 낡은 구두를 볼 때마다 참 마음에 쓰였는데 조르고 졸라 드디어 새 신을 사드렸다.

내가 사드리는 건데도 사정을 해야 하는 게 참 아이러니하지만, 한결 가벼워지신 발걸음을 보니 뿌듯했다. 

오랜만에 가족 다 같이 나들이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화목한 명절 기분을 만끽했다.



기쁜 일

새 모니터가 생겼다. 

하루 내에 분당 - 강남 - 일산을 들러 업어온 것이고 중고의 중고이지만 너무 좋다.

USB-C 케이블만 연결하면 맥세이프도 필요 없이 충전과 모니터 출력이 바로 된다.

화질은 두말하면 잔소리! 아이맥만큼 좋은 것 같다. 모니터 집착공들이 대번에 이해된다.

재택근무 시 업무 효율과 딴짓 효율이 두 배로 좋아질 것 같아서 너무 기대된다. 



못한 일

연휴 내 공부하려고 마음먹은 것이 많았는데 실천하지 못했다. 

공부는 날 잡아서 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해야 함을 또 깨닫는다.



하나,

프레이머 연습을 못 했다. 튜토리얼 페이지를 참 잘 만들어서 다시 시작해볼 용기는 생겼는데..

역시 나에게 부족한 것은 동기였을까? 오늘도 궁색한 핑계를 대본다.

내일부터 하지 뭐.



둘,

두 권 정도 읽고 싶은 책이 있었는데 한 권은 거의 펼쳐만 봤고, 한 권은 펼치지도 못했다.

오늘 자기 전에 가벼운 것 먼저 펼쳐서 후루룩 읽고 자야겠다.

꿀잠엔 실용서보다는 문학이지!





나이가 드니 명절에 듣는 부모님 잔소리의 결이 조금 달라졌다. 

지금보다 어릴 땐, 나의 앞가림을 걱정하는 잔소리가 주를 이루었다면 

어느 정도 앞가림을 하고 나서는 일단 "네가 알아서 하겠지만…."으로 시작하며 나의 대소사를 걱정하신다. 

그래도 살면서 큰 걱정 끼치지 않고 알아서 하는 자식은 된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 

다만, 언제쯤 걱정 끼치지 않는 자식이 될 수 있을까 싶다. 아마 평생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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