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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명 Sep 07. 2017

사진 찍어준다고 하지 마세요

근래에 사진에 대해 이야기했었기에 몇 자 적어봅니다.



우리는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없다. 실망스럽죠? 그렇게 생각하면 외로운 일이다. 그 누구도 내 눈으로 세상을 봐주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언어는 시각이다. 물론 시각이 우리의 모든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육신을 가진 존재로서 꽤 많은 정보를 눈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사진은 놀랍게도(혹은 전혀 놀랍지 않게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찍힌다. 어쩌면 그것이 그가 바라본 세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작은 파편일 뿐이지만 타인의 프리즘을 빌려보는 것이다.


또한 어찌보면 사진만큼 자기중심적이며 공격적인 일도 없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 순간에 자신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찍어내고 소유하려 한다.


특히 피사체가 사람인 경우에는 훨씬 복잡하다. 이게 인물사진에 대한 엄두를 못내는 이유다. 사람이 어렵다고 생각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처럼 불가사의한 존재를 내가 온전히 담아낼 자신은 없다.


그런 내 모습이 나를 찍은 사진에도 담긴다. 뭐 그걸 아니까 나는 내 사진이 싫다. 옷을 반쯤 입었는데 누군가 방에 들어오는 느낌.


작년 이 날 나는 독일로 날아가고 있었다. 수천 장의 사진을 가지고 돌아왔지만 역시나^^ 내 사진은 세 장 뿐이다.



-

근데 생각해보니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다. 오만한 내가 그들의 시간을 간직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리도 바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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