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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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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 Apr 25. 2022

진취적 여성들

직장에서 만난 친구들이 있다.

퇴사 후에 더 친해진 또래의 여자 셋이 거의 매달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정신적, 육체적 핀치인 나에게는 숨 쉴 구멍이자 대나무 숲이다. 관심사가 일치하며 개그코드가 맞는 여자 셋은 담백하게 만날 날짜를 정하고 평소 먹고 싶었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만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기혼 둘, 미혼 하나의 조합인데 5년 이상 유지 중이다. 미혼인 친구의 지인은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들도 많을 텐데 왜 그렇게 자주 만나냐고 물었다고 한다.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나이에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듣고 싶은 얘기만 들으려면 만날 사람 한 명도 없다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 하려면 듣기 싫은 얘기도 들어야 한다고, 그리고 오해하지 말고 들으라며 자신의 허무함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같이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 이른 저녁 가족과 아이 식사를 챙겨야 한다고 다른 둘이 돌아가면 공허해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건 자신이 감당할 몫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하는 친구의 모습에 한편으로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공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 건 멋지다.


우리  모두는 나름대로 힘든 일을 겪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크리티컬 한 , 세상이 무너질 만큼 충격적인 , 건강에 커다란 문제가 생긴   부정적인 말투와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비난하고 분노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녀들은 그렇지 않다. 긍정적인 부분을 보고 더 나쁘지 않은 것에 안도하고 감사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인지 그녀들을 만나고 나면 더 나은 내가 되어야지 다짐한다. 앞으로 더 즐거운 일들을 이 친구들과 많이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임이 끝나면 나랑 놀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늘 한다. 친구들도 나로 인해, 모두로 인해 즐거웠다고 스트레스가 풀렸다는 인사를 한다. 서로 기대하는 바 없이 솔직하고, 서로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해하는 것. 그 자리에 멈춰 있지 않고 무언가 항상 노력하는 것. 내가  모임을 좋아하는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어렸을 때처럼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고 이유 없이 연락을 하는 건 어렵고 부담스럽다. 만남을 정하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서로의 사정에 맞게 담백하게, 평소 연락한 통 없어도 만나서는 세상 반갑게, 서운한 건 솔직하게 말하는 관계가 지금 나에겐 최적인 것 같다.


조금 더 나이 들어 셋이 우아하게 에르메스 스카프를 두르고 미술관 투어를 하자는 약속을 실행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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