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과 야무짐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본투비 기본 장착 스탯인 줄 알았다.
엄마가 자꾸 깜빡깜빡할 때
언니가 뭘 자꾸만 잃어버리고 올 때
저들은 대체 왜 그럴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비웃으며 비난했다.
내 나이 40이 넘고 보니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겠다. 야무짐은 젊은 뇌가 선물한 잠시잠깐의 버프 같은 거였을까.. 잊어버리고 잃어버리는 수준을 넘어선 좌절, 자학의 영역에 들어섰다.
세제를 잘못 주문해 세탁용으로 식기세척기를 돌려놓고 하얀 얼룩이 생긴 것은 물의 석회질 때문이라며 똑똑 박사놀이를 하며 소금을 주문하는가 하면 4 정거장 후의 목적지에 가기 위해 반대 방향의 열차를 타고 6 정거장이 지나도록 왜 도착을 하지 않는지 의문만 품고 있는 일, 전자레인지에 넣은 음식을 다음번 전자레인지 돌릴 일이 생길 때에야 발견하게 되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이제 그 비난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내가 대체 왜 이러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절망과 슬픔을 동반한 노화를 겪고 있다.
뇌를 활성화시키려면 달리기를 하라는데 달릴 체력은 없고 체력이 없으니 무기력해지고 무기력해지니 둔해지고 무한의 루프를 떠도는 한때 야무졌던 그 여자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