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흔일기

레드카펫이라도 깔아주세요

by mei

너무 바빠 얼굴 보기 힘들어진 승호를 만나러 여의도에 갔다. 점심을 같이 먹을 요량으로 말없이 서프라이즈 해야지 라며 은서 등원 때 함께 나와 부지런을 떨었다. 후다닥 준비하느라 어제 입던 옷 그대로(구깃해진 흰 티셔츠 쪼가리)에 노트북이 담긴 책가방을 짊어지고 예의상 립스틱만 후딱 바른 채였다.


점심 메뉴는 미나리 부대찌개였는데 하필 우리 테이블 뒤에 승호의 회사 동료들에 우르르 들이닥쳤다.

밥을 다 먹고 나가며 와이프가 놀러 왔다고 나를 소개하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방글방글 웃으며 인사하면서도 속으로는 쥐구멍을 스캔했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여보 대체 무슨 말씀을 들려드렸니 하하하)


꼴이 이래서 너무 창피했노라 웃으며 말하며 회사 건물에 있는 라운지로 향하는데 또 다른 직원을 마주쳤다.


또 와이프 모드로 방글방글 웃으며 조신한 척 인사를 했다. 여긴 신축이라 쥐구멍이 없구나 ㅠㅠ


라운지에 도착해 내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이번엔 승호가 친한 동료들이라며 두 명의 회사동료를 직접 손수 내 눈앞에 모시고 왔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방글방글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 회사분들을 왕창 만나 가지고 하하하

다음번엔 풀메이크업으로 드레스라도 입고 오겠습니다. 하하하“


나 먹으라고 핫한 빵집의 레어빵도 사다주시고

다음에 식사라도 같이 하자고 말씀해 주시고

서로 어색해하며 아름다운 굿바이, 약속의 씨유를 나누며 오늘의 게릴라 팬미팅이 종료되었다.


자라가 세일을 시작했던데 드레스를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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