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내 머릿속 플레이리스트 #5

부모님을 부르는 노래들

by 계단

어머니, 아버지, 아빠, 엄마.




어릴 때 거의 유일하게 알고있던 부모님 관련 노래는 '아빠와 크레파스'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왠지 노래의 분위기가 슬퍼서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는데, 유치원 비디오 테이프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게 얼핏 기억난다.


♩배따라기 - 아빠와 크레파스


어젯밤엔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손에는 크레파스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음음

그릴것은 너무 많은데 하얀 종이가 너무 작아서

아빠 얼굴 그리고 나니 잠이 들고 말았어요 음음

밤새 꿈나라에 아기 코끼리가 춤을 추었고

크레파스 병정들은 나뭇잎을 타고 놀았죠 음음

아빠 얼굴을 그렸다는 부분만 듣고는 '혹시 돌아가셨나?'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어제 크레파스를 사오셨다는 내용을 듣고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찾아보니 2절 가사도 있는데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국민학교에 입학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 절 TV프로그램인 육아일기와 함께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god의 '어머님께'가 떠오른다.


♩ god - 어머님께


어머니 보고 싶어요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 집에 없으면

언제나 혼자서 끓여먹었던 라면

그러다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었어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짜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알고보면 '어머니 보고 싶어요'라며 시작하지만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라는 대니안의 소리쳐 부르는 듯 강하게 내뱉는 랩이 앞선 한 마디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이후 청소년기에는 딱리 뇌리에 박힌 노래는 없고 성인이 되고나서 더 많은 노래들을 알게 됐다.


노래 제목이나 가사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등장하는 노래를 떠올리면 대표적으로 산울림의 '어머니와 고등어'와 정수라의 '아버지의 의자'가 생각난다.


♩산울림 - 어머니와 고등어


어머니는 고등어를 절여놓고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이를 먹을 수 있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왠지 모르게 '좋은걸'에는 어머니보다 '엄마'가 잘 어울린다. 아이같은 모습이라 그런가보다.


♩정수라 - 아버지의 의자


언제였나요 내가 아주어렸을적에

아버지는 여기 앉아서 사랑스런 손길로

나를 어루만지며 정답게 말하셨죠...

여기 앉아서 나는 꿈을 키워 왔어요

아버지의 체온속에서 따스했던 말씀과

인자하신 미소를 언제나 생각했죠...


아버지의 '체온'이라는 단어 하나로도 다정한 아버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후에는 인순이의 '아버지'나 싸이의 '아버지'와 같이 아버지를 노래하는 노래가 사랑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인순이 - 아버지


한 걸음도 다가 설 수 없었던

내 마음을 알아 주기를

얼마나 바라고 바래 왔는지

눈물이 말해 준다


점점 멀어져 가버린 쓸쓸했던 뒷모습에

내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싶다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그래 내가 미워 했었다


인순이의 '아버지'는 쉽게 다가기 어려운 존재였고, 여러가지 감정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참 미워했다'고 인정하고 고백하는 부분이 인상깊다.


♩싸이 - 아버지


YO 너무 앞만 보며 살아오셨네

어느새 자식들 머리 커서 말도 안 듣네

한 평생 처자식 밥 그릇에 청춘 걸고

새끼들 사진보며 한푼이라도 더 벌고

눈물 먹고 목숨 걸고 힘들어도 털고 일어나

이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걱정마


'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걱정마'라는 가사는 마치 드라마의 대사처럼 직접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쩌면 '슈퍼맨'이 아빠의 모습을 대변이라도 하듯, 노라조의 '슈퍼맨'이 연상된다.


♩노라조 - 슈퍼맨


아들아 지구를 부탁하노라

아버지 걱정은 하지마세요

바지위에 팬티입고 오늘도 난 길을 나서네

아들아 망토는 하고 가야지

아뿔싸 어쩐지 허전하더라

파란타이즈에 빨간 팬티는 내 차밍 포인트


오늘도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돌아라! 지구 열 두 바퀴


아버지의 부탁으로 아들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지구를 열 두 바퀴 돈다는 설정이 무척 재미있다.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좀 더 서정적으로 아버지와 아들,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라면 역시 이 노래를 빼놓을 수 없다.


♩허니 패밀리(Honey In Honey Family) - 남자이야기 -My Way


이 세상 내 아버지가 살던 세상

이 세상 내 자식이 살아갈 세상

이 세상 속에서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죠

지나간 세월을 회상하며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순 없죠

이렇게 우리들은 후회하며 살아가죠

한번쯤 우리들은 생각을 하겠죠

서로가 지금껏 걸어온 그 길을 말이죠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여기에서 '아버지'가 꼭 남자인 아버지라기 보다는 '부모님' 또는 '윗 세대'로 해석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자식' 역시 '다음 세대'나 '자녀'로 이해해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인생은 후회가 남기 마련'이라는 것과 세대나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의 길을 존중하자'는 의미도 정말 좋다.


이렇게 비교적 '아버지'에 대한 노래가 많은 가운데 제목부터 간단명료하면서도 신선한 라디의 '엄마'가 등장한다.


♩라디(Ra.D) - 엄마


처음 당신을 만났죠 만나자마자 울었죠

기뻐서 그랬는지 슬퍼서 그랬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드릴 것이 없었기에 그저 받기만 했죠

그러고도 그땐 고마움을 몰랐죠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왔네요


엄마 이름만 불러도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죠

모든 걸 주고 더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당신께

나 무엇을 드려야 할지


엄마 나의 어머니 왜 이렇게 눈물이 나죠

가장 소중한 누구보다 아름다운

당신은 나의 나의 어머니


탄생부터 성장까지 솔직한 가사로 풀어내다가 '엄마'를 간절하게 외치는 부분에 울음은 없지만 울음이 담겨 있는 것 같은 애절함을 증폭시키면서 '나의 나의 어머니'에서 절정을 이룬다.


라디의 '엄마'가 아들의 입장에서 노래한 곡이라면 딸의 입장에서 들으면 오열하기 쉬운 노래도 있다.


♩양희은 - 엄마가 딸에게 (feat. 김규리) (Original ver.)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 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 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멜로디와 가사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어느 나이대의 딸이 듣더라도 공감할 만한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어느새 나이가 들어버린 엄마의 입장과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딸의 입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히 엄마와 딸이 실제 감정을 담은 듯이 주고받는 대화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다가 '너의 삶을 살아라!'라고 외치는 부분에서 왠지 '맞아요!'라고 대답을 해야할 것 같은 충동을 느낀다.


또 한 곡, 폭풍 같은 청년의 시기를 보내는 한 인물의 심정을 담은걸까? 싶은 노래가 있다.


♩혁오 - TOMBOY


난 엄마가 늘 베푼 사랑에 어색해

그래서 그런 건가 늘 어렵다니까

잃기 두려웠던 욕심 속에도

작은 예쁨이 있지


난 지금 행복해 그래서 불안해

폭풍 전 바다는 늘 고요하니까

불이 붙어 빨리 타면 안 되잖아

나는 사랑을 응원해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가는데

아아아아아


슬픈 어른은 늘 뒷걸음만 치고

미운 스물을 넘긴 넌 지루해 보여

불이 붙어 빨리 타면 안 되니까

우리 사랑을 응원해


비유와 상징이 많고, 들으면서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좋다. 전주 없이 바로 나오는 목소리에 마치 동굴의 울림을 느낀다. '엄마가 베푼 사랑이 어색하다'는 건 어떤 뜻일까?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걸까? 아무리 부모라도 '베푼' 사랑이 나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는 걸까?


혹 그런 뜻이 맞다면 그런 사랑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는 반면에, 부모 혹은 양육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경험담이 온라인상에도 참 많다. 결혼 후 느끼는 게 한 가지 있는데, 독립해서 살아가는 입장에서 부모님께 가장 감사한 일은 '여전히 그분들이 날 전적으로 믿어주고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고 용기를 얻는다.




번외로 방탄소년단의 곡 중에 '엄마'와 관련된 흔하지 않은 가사의 노래가 있다.


♩방탄소년단 - MIC Drop


미안해 billboard

미안해 worldwide

아들이 넘 잘나가서 미안해 엄마

대신해줘 니가 못한 효도

우리 콘서트 절대 없어 포도

I do it I do it 넌 맛없는 라따뚜이

혹 배가 아프다면 고소해


슈가의 랩에서 '아들이 넘 잘나가서 미안해 엄마'라는 부분이 왜 이렇게 귀에 쏙 들어오고 꽂히는지 모르겠다. 방탄소년단의 이런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가사를 참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이런 장르나 가사의 노래가 발표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무척 아쉽다.


멤버인 호석의 자작곡 중에서도 한 곡을 소개하면서 마치려고 한다.


♩방탄소년단 - MAMA


Time travel 2006년의 해

춤에 미쳐 엄마 허리띠를 졸라맸지

아빠 반대에도 매일 달려들 때

아랑곳하지 않고 띄워주신 꿈의 조각배

But 몰랐지 엄마의 큰 보탬이

펼쳐 있는 지름길 아닌

빚을 쥔 이 꿈의 길

(Always) 문제의 money 어머닌 결국

(Go away) 타지로 일하러 가셨어

전화로

듣는 엄마의 목소리는 선명하고

기억나는 건

그때 엄마의 강인함이 내겐 변화구

정말로

꼭 성공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그 다짐 하나로

지금의 아들로

Hey mama

이젠 내게 기대도 돼 언제나 옆에

Hey mama

내게 아낌없이 주셨기에 버팀목이었기에

Hey mama

이젠 아들내미 믿으면 돼 웃으면 돼

Hey mama

Hey mama

Hey mama

I'm sorry mama

하늘같은 은혜 이제 알아서 mama

Hey mama

So thanks mama

내게 피와 살이 되어주셔서 mama

기억해 mom?

문흥동 히딩크 pc방, 브로드웨이 레스토랑

가정 위해 두 발 뛰는 베테랑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어머니

그런 열정과 성심을 배워

Wanna be wanna be

이제 나도 어른이 될 때

새싹에 큰 거름이 되었기에

꽃이 되어 그대만의 꽃길이 될게

You walking on way way way

Hey mama

이젠 내게 기대도 돼 언제나 옆에

Hey mama

내게 아낌없이 주셨기에 버팀목이었기에

Hey mama

이젠 아들내미 믿으면 돼 웃으면 돼

Hey mama

Hey mama

세상을 느끼게 해준

그대가 만들어준 숨

오늘따라 문득

더 안고 싶은 품

땅 위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하늘 밑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오직 하나 엄마 손이 약손

그대는 영원한 나만의 placebo

I love mom

Hey mama

이젠 내게 기대도 돼 언제나 옆에

Hey mama

내게 아낌없이 주셨기에 버팀목이었기에

Hey mama

이젠 아들내미 믿으면 돼 웃으면 돼

Hey mama

Hey mama

Hey mama

이젠 내게 기대도 돼 언제나 옆에

Hey mama

내게 아낌없이 주셨기에 버팀목이었기에

Hey mama

이젠 아들내미 믿으면 돼 웃으면 돼

Hey mama

Hey mama


특별히 긴 가사를 다 나열한 건 어디하나 생략하기가 힘든 멤버 호석만의 경험과 독창적인 표현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흥이 나면서도 호소력있게 외치는 'Hey mama' 이 부분이 모든 걸 압축하는 가사가 아닐까. 그가 워낙 멋진 퍼포머여서 그런지 이 노래는 오디오로 듣는 것보다 무대영상으로 감상하는 게 훨씬 감동적이다.




* 커버 이미지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ZtLASJerPb0

* 프로필 이미지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PHIgYUGQP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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