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매장을 관리하는 일을 주로 하는데 직업적인 특성 때문인지 특이한 에피소드가 종종 생긴다.
그날은 일상적인 근무일도 아니었다. 지난 주말에 근무를 해서 대체로 쉬는 휴무일이었고 금요일이라 아파트 단지에 장이 서는 날이기도 했다. 우리 부부가 가장 기다리는 메뉴는 바로 탕수육. 깨끗한 기름에 갓 튀긴 탕수육은 식감이 쫄깃하고 맛이 느끼하지 않으며 속이 더부룩하지도 않다. 후식으로는 찹쌀 도너츠가 그만인데 트럭이 바뀌고 나서는 입맛이 맞지 않아 찾지 않게 됐다. 직장 동료가 장날에 찹쌀 도너츠를 맛있게 먹었다고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쪽 아파트로 자리를 옮긴 모양이다.
그날도 저녁 반찬으로 한 손에 탕수육을 사서 들고 돌아오던 길, 남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매니저님~ 혹시 지금 아파트 상가 근처에서 걸어가고 있어요?
"어? 맞아요! 여기 왔어요?"
아파트 상가에 온 동료가 멀리서 낯익은 옷을 발견하고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상가 입구에서 잠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디선가 쾅! 하며 큰 소리가 났다. 소리는 컸지만 출처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폭발사고라도 난 게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상가 뒤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보이는 아파트 담벼락에 차 한 대가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SUV 한 대가 맨홀 뚜껑이 있는 낮은 지대에 푹 빠져 있었다. 다행히 창문이 없는 담벼락 쪽으로 부딪힌 것 같았다. 시동이 여전히 켜진 상태로 운전자는 패닉 상태에 빠진 듯했다. 차량 스티커를 보니 같은 아파트 주민이었다.
그 와중에 카메라를 꺼내 들고 현장을 촬영하려는 사람이 보이자 남편은 "거기 휴대전화 들고 계신 분! 119에 신고해주세요!"라고 외쳤다. 운전자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면서 정신을 잃지 않도록 돕고 안정을 시키는 한편, 동료는 동반석 문 쪽으로 들어가서 시동을 껐다. 가슴이 좀 답답하다 하시는 걸 보니 아무래도 담벼락에 부딪힐 때 운전대와 충격이 있었던 것 같았다.
조금 안정된 운전자에게 휴대전화가 있는지 묻고 가족과의 통화목록을 찾아 조심스럽게 사고 사실을 알렸다. 다행히 댁에 계신 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현장을 찾아오셨다. 어느새 출동한 경찰에게 목격한 사실을 설명하고 119 구급대가 출동해 구급조치하는 것을 확인한 후 동료와 함께 자리를 떴다.
금요일 퇴근 후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서 다음날 사고가 난 곳에 남편과 함께 가봤다. 바닥과 맨홀 뚜껑 주변으로 하얀 선이 그려져 있었고, 담벼락에 튀어나온 모서리 부분에는 차량이 긁힌 흔적도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 사고가 난 걸까?"
추측해보건대 전방주차된 차를 후진으로 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이브가 R이 아닌 D에 놓여있어서 주차 방지턱에 걸린 차가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자는 '왜 차가 안 움직이지?' 하는 생각에 액셀을 조금 세게 밟았을 것 같다. 그로 인해 뒤쪽이 아닌 앞쪽으로 방지턱을 넘어가면서 담벼락과 부딪혔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아파트 현관 입구나 통행로도 아니었고 방범용 쇠창살이 있더라도 위험할 수 있는 창문에 부딪힌 것도 아니라는 게 참 다행이었다. 잠깐 장에 다녀오던 길에 동료를 만난 건 우연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사람을 도울 수 있는 필연이 됐다.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잘 회복되셨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