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감이라는 책임적인 감정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인간에게 사유재산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그리고 그 재산이 권력이 되고 가지지 못한 자들이 그들 밑에서 일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오랜 인간 자체의 존재를 벗어던지고, 의무감에 발을 담구었다. 비권력자는 복종의 의무를, 권력자는 적어도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의무를 지었다.
비/권력의 의무감은 시대를 거쳐 민주적으로 국가가 건설되고, 시민으로서의 의무감이 되었다.
세금을 납부하고, 법을 지키고, 필요에 따라 군사가 되기도 한다. 나 자신과 가족,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해.
누가 우리에게 그 의무감을 부여했는지, 왜 그렇게 정했는지는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에게 소속이 생기는 순간 의무감은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아닌 타인과 함께 묶이는 형태가 등장하면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또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의무라는 멍에를 둘러쓰는 것이다.
태어나서는 아무개씨의 가족으로, 걸음마를 배우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 유치원으로, 머리가 크면 교육 과정을 10여년이나 밟으며 우리는 어딘가에 묶여 있는다.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서라면 최적의 조건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그 조건은 의무라는 책임을 가지게 된다. 만약 우리가 그 의무를 벗어던진다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
삶의 연속인가 아니면 죽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