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비전공자의 UX/UI 디자인 입문기
석원님은 아직 취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으셨으니까..
작년 12월 중순, 5개월 간의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저는 일주일 뒤에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 면접에서 위와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면접관님이 저에게 직접적인 충고를 준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저의 능력을 과신했던, 그래서 질소 과자 봉지처럼 한 껏 부풀어 오른 저의 착각을 콕하고 터트린 바늘과 같았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 동.서양 철학과 씨름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터득했고, 2년 동안 디자인씽킹 워크숍/프로젝트를 통해 600명 넘게 만나면서 디자인 사고 훈련과 공감의 마인드셋을 교육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캐나다 여행 중에 다녔던 컬리지에선 학생 최초로 학교 클럽 시스템을 기획, 런칭하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저는 디자인과 관련된 경험을 충분히 했다고 믿었는데, 왜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서 무엇인가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을까요.
면접에서 미끌어 지고, 그 회사는 나랑 안 맞는 곳일 거야 라고 스스로 합리화 했지만, 마음속 공허함을 채우기에는 뭔가 부족했습니다. 그 때 무엇인가 처음부터 잘못 됐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챘습니다. 물론 알아차렸다고 해서 쓰린 마음은 쉽게 아물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객관적으로 저를 살펴봐야 했습니다. 이윽고 저는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기획과 디자인을 혼동했구나. 나의 생각과 의도를 시각적 결과물로 담아 표현한 적은 없었어. 내가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불안감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지금은 디자인에 대해 나의 메시지를 타인/사회에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UI에서 Interface를 유저와 콘텐츠를 잇는 다리라고 표현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사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임할 생각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업무에 내가 기여 하는 부분이 있으니, 내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몫이야 라고 말이죠.
큰 착각이었습니다. 나의 생각과 의도는 메시지가 되고, 그 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다면 글이던, 이미지던, 영상이던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습니다.
물론 워크숍 기획, 참가자 응대, 현장 운영 등 제가 잘하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저만의 강점이 아녔습니다. 적절한 훈련과 경험이 쌓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찾은 해결책은 하나, '내 생각을 손에 잡히는 결과물까지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손에 잡혀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과거의 결과물과 비교하며 현재 나의 성취를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철학'하다 어쩌다 디자인까지 시작했습니다.
OO하다 어쩌다 디자인 시리즈는 글쓰기 모임 '그글러 1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립출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저 외에 다수의 그글러 분들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책 출판 시 제일 먼저 소식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