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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수 Jun 30. 2023

오늘 할 일을 하자.

유퀴즈 김연아 편

유퀴즈에 피겨 여왕 김연아 씨가 나왔다. 방송은 영광의 순간들을 되짚었다. 대단한 성취지만 익히 아는 내용이다. 이날의 묘미는, 우리가 모른 김연아였다.


밤낮이 바뀌어서 대낮에 눈을 뜨고는 '남들 다 일하는데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단다(나 같으면 탱탱 논다). 선수 시절에 '무슨 생각 하면서 스트레칭 하세요?' 질문을 받고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답한 장면이 여느님 어록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사실 그날 힘들어서 짜증 난 상태였다고 백스테이지의 진실을 밝힌다(학교 시험 공부하다가 자학성 짜증을 시연하는 고1 딸 생각이 잠시 스침). 소치 올림픽 갈라쇼에서 마지막 연기를 마치고 빙판을 바라보는 장면을 '아쉬워서인가보다'들 했지만 그저 '와, 이제부터는 놀면 된다'(약간 의역)는 생각뿐이었다고 그날의 속마음을 보여준다.


밖에서 보면 화려하고 드라마틱해 보이지만,  경기를 해내고 '기쁘다, 속상하다' 느낄 겨를 없이 이미 잡혀있는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해내고 또 준비하고 해내는 과정반복이었다고, 턱 끝에 차오를 때까지 했다고, 그걸 버틴 자신이 기특하다고, 그래서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다고, 소곤소곤 들려주었다.


맡고 있는 강의 중 하나가 수강생 평점이 신통찮았다. 첫 두 번이 좋았던 게 신기할 정도다. 유튜브에서 흥미 끌만한 영상을 뒤진다. 장표마다 수강생이 '아하'할 한 마리가 뭘지 들이 판다(내가 알고 있는 것과 수강생이 느끼게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소설 첫 문장 쓰는 작가의 심정과 비스무리하다. 강의자료를 읽고 또 읽고 또 읽는다. 배우들의 대본이 너덜너덜해지는 것과 비스무리하다. 이럴 때면 자근자근하게 죄는 두통이 온다. 강의를 마치고 강의 운영 담당자가 평점을 메일로 공유해 주기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좋은 점수가 나왔다. '준비를 잘해주셔서 만족스러웠고 훌륭한 강의였다'는 코멘트 하나에 두통이  낫는다.


앞으로도 일희하고 일비할 게다. 10년을 했어도 강의는 어렵다는 선배의 조언이 무섭긴 하다. 김연아 씨는 예전엔 목표가 주워져 있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성취들은 여행지에서의 야경처럼 남고 태양은 다시 낯설다. 배워서 남 주겠다는 목적이 몇 년 뒤 어느 시점에 짠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늘의 강의가 그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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