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좌에서 우로 또 우로 움직인다. 과학적인 답이 있지만 일상의 우리는 '시간은 흐른다'는 관념과 '선은 의례 오른쪽으로 긋는다'는 무의식에 지배받는다. 일의 기획도 As-is에서 To-be로 우상향 하기 위한 온갖 것이다. 방금 도착한 곳이 (또) As-is다. 도대체 언제 끝이 나나. 지나간 구간의 삶은 실재했던 것일까.
매미가 12층에 올라와 방충망에 앉았다. 신생아가 철봉에 본능적으로 매달리듯이 '여기'를 딱 움켜쥐고 놓지 않는다. 몇 년을 나무 아래에서 지냈던 너는 며칠 남았을 생애를 움켜쥐고 미동도 않는다.
삶은 어디를 향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한자리에 머물다가 소멸하는 것이라 싶다. 꽃씨였다가 부풀어 봉오리였다가 흐드러진 꽃잎이었다가 다시 잦아들어 꽃자리가 되는 오직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