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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수 Jul 22. 2023

나이 먹기

생일인데 나이가 그대로다. 정부 덕이다. 그래봐야 주름은 늘었겠지. 생체나이 쪼금 좋은 걸로 버텨본다.


집에 오니 딸이 무릎을 꿇으며 '아부지, 무엇을 가지고 싶으신가요?' 묻는다. '네 방이 깨끗하길 원한다'. '저기, 돈으로 되는 거 없나요?'


곰장어 간편 식품에 양파 썰어 넣어 볶고 있을 때 아내가 왔다. 아따 맵다며 맛있게 먹고 나서 아내가 우 지나간 안양천을 점검러 가잖다. 물이 준 고통이 뉴스를 달군 지 얼마 되지 않아 물가로 산책 가기가 마뜩하지 않지만 생일 핑계로 소심하게 나섰다. 왜 요즘 하루 끝이 개운치 않았나 보면 루틴이 어긋나서다. 개천이 침범한 흔적은 있어도 보행로가 정리되어 있다. 세금 낸 보람이 있네.


아내가 단골집 가서 눈꽃빙수 먹잖다. 몇 주 전 '생일 때 필요한 거 있냐'라고 물었을 때 그 럭셔리 빙수 먹을까 했던 말을 소생시키는 세심한 사람이다. 엔진 달린 발로 공간을 순삭 한 우리는 구수한 팥과 멸균우유 맛 나는 빙수를 입 속에 순삭 한다.


돌아오니 물난리 난 거 같던 딸의 방이 정리되어 있다. 새벽에 들어온 고3 아들이 작은 카드를 내민다. 키운 보람이 있네. 정신건강나이가 쪼금 더 좋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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