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인데 나이가 그대로다. 정부 덕이다. 그래봐야 주름은 늘었겠지. 생체나이가 쪼금 좋은 걸로 버텨본다.
집에 오니 딸이 무릎을 꿇으며 '아부지, 무엇을 가지고 싶으신가요?' 묻는다. '네 방이 깨끗하길 원한다'. '저기, 돈으로 되는 거 없나요?'
곰장어 간편 식품에 양파 썰어 넣어 볶고 있을 때 아내가 왔다. 아따 맵다며 맛있게 먹고 나서 아내가 폭우 지나간 안양천을 점검하러 가잖다. 물이 준 고통이 뉴스를 달군 지 얼마 되지 않아 물가로 산책 가기가 마뜩하지 않지만 생일 핑계로 소심하게 나섰다. 왜 요즘 하루 끝이 개운치 않았나 보면 루틴이 어긋나서다. 개천물이 침범한 흔적은 있어도 보행로가 정리되어 있다. 세금 낸 보람이 있네.
아내가 단골집 가서 눈꽃빙수 먹잖다. 몇 주 전 '생일 때 필요한 거 있냐'라고 물었을 때 그 럭셔리 빙수 먹을까 했던 말을 소생시키는 세심한 사람이다. 엔진 달린 발로 공간을 순삭 한 우리는 구수한 팥과 멸균우유 맛 나는 빙수를 입 속에 순삭 한다.
돌아오니 물난리 난 거 같았던 딸의 방이 정리되어 있다. 새벽에 들어온 고3 아들이 작은 카드를 내민다. 키운 보람이 있네. 정신건강나이가 쪼금 더 좋아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