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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수 Sep 25. 2023

너는 자격이 있어

지금 아들의 나이, 고3이던 나는 경영학과를 목표로 삼았다. 중학생 때 국어 선생님이 잘한다 해줘서 국문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희망하는 대학에 갈 성적은 안되고 그렇다면 돈 되는 곳을 가자는 마음이었다. 경영학과는 돈 버는 학과라는 애매한 논리와 함께. 부모님은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키워주셨지만 자립이 필수인 형편인 건 알고 있었다. 대학교 4학년 때 당시 연봉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였던 종금사입사원서에 한자를 그려 넣다가 좌절했지만, 차선으로 모 그룹 공채를 통해 증권사에 입성했다. 이후로 두 번 직장을 옮기는 동안 연봉은 꾸준히 올랐다. 금융회사 다니는 아내와 맞벌이하면서 꾸준히 자산이 늘었다. 부동산 덕도 보았다.


내 돈 벌어 장가가려고 '그냥 마음이 하고 싶은 일'은 접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지만 잘할 수 있는 일을 잘 해내면서 보람도 컸다. 주중은 포기해도 주말과 휴가는 온전히 아내와 아이들과 보냈다. 여러 나라를 다녀왔고 전국을 누볐다. 국산 미들웨어 신화의 주인공에게 면접을 본 일이 있었다. 그와 인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혼에 불굴의 꿈을 좇는 갑부인 그가 해주었던 말은 강하게 남았다. '다 가졌네.' 뒷산 진달래 따먹고 논두렁 개구리 구워 먹던 강원도 양양 산골 소년이 말이다.


반문해 본다. 부모님이 자산가였다면 했을 선택을 지금 할 뿐이야. 자립해야 했던 너는 자립을 했어. 19살에서 30여 년을 쌓았듯이 지금은 30여 년을 쌓는 시작점이야. 너는 자격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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