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된 회의, 주단위 보고, 분기 리뷰 등등... 대다수의 직장생활은 반응형으로 끌려간다. 지금의 현장으로 오고부터는 내가 으레 반응해야 했던 일들이 확연히 줄었다. 한 가지 예로, 주간보고가 없다. 얏호!
하루를 설계할 자율권이 많아지자 아침부터 욕심과 나태가 격렬히 싸운다. 안 되겠다. 규칙을 만들자. 소개하면 이렇다.
#공간 전환 : 이불 정리
아니, 그간 안 했단 것이냐... 가 아니라, 이불 개기에 의미를 부여했다. 내 소속이 바뀐다는 신호다. 어제의 나에서 오늘의 나로. 무대는 바뀌었다.
#몸속 전환 : 계란, 과일, 영양제 흡입
멀고도 먼 훗날 지질학자는 지금의 시대를 '닭뼈의 시대(아마도, 계골대)'로 부를 것이라고 한다. 인류는 닭이 없으면 단백질 공급에 지대한 차질이 생긴다. 감사의 마음으로 아침마다 훗날의 닭 한 마리를 미리 먹어준다. 과일은 루틴한 밥상에 대한 작은 변주다. 영양제를 이제는 먹는다. 카페인과 당만으로는 곧 아플 예정이란다.
#몸 근육 전환 : 산 자세 몇 차례
<스트레칭이라도 하셔야겠습니다>라는 노골적인 책을 책장에만 모셔둘 만큼 게으른 나도 어쩌다 배운 요가의 '산 자세'를 아침마다 하고 있다. 어깨와 등이 풀리고 종아리가 쭉 펴지고 허리가 기분 좋게 뽀드득해지는 만능 자세다.
#마음 전환 : 오늘자 조언 읽기
린다 피콘의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과 로버트 그린의 <오늘의 법칙>에서 오늘자 페이지를 찾아가 조언을 듣는다. 린다 피콘은 온화하게 말을 건다. 로버트 그린은 환생한 마키아 벨리답게 따끔하게 찔러준다. 신문을 보수와 진보 둘 다 봐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내 피셜 근자감 덩어리인 나는, 어느덧 마음에 영양제가 필요해졌다. 순리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