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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수 Dec 17. 2023

인생은 홀리스틱.

2023년 노벨경제학상은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를 실증한 클라우디아 골딘이 받았다. 이 시대의 일자리는 시간을 몰빵 하라고 그러면 돈을 더 주겠다고 부추긴다. 아이를 돌볼 여유 따윈 고려치 않는다. 부부 둘 다 그러다간 가정이 무너진다. 여성이 희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벌컥벌컥 들이켠 탄산음료의 뒤끝이 과당의 행패와 갈증의 증폭이듯이.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선족, 장모님이 아니었으면 어림없었다. 25년 간 아내보다 늘 퇴근이 늦었다. 회사의 그들은 나를 원했고 결과가 좋으면 더 많은 돈을  쥐어주었다. 아내 직장도 편한 곳은 아니지만 내가 남자이고 더 번다는 이유로 자정 퇴근이 용인되었다. 주말에 처가 소파에서 꾸벅꾸벅 조는 일이 훈장이었다. 장모님이 아이들 저녁 먹이고 가신 후의 이것저것은 아내의 몫이었다. 작년부터 교육 일로 옮기고  땡 퇴근 아니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낮 동안 아이들이 어지러 놓은 이것저것을 정리하고 빨래를 개고 분리수거를 하면서 그녀들의 수고를 돌아본다.


보통의 직장인은 회사에서 하루 평균 9시간 47분(*)을  보낸다. 집에 오면 지쳐 쓰러져있다. 이 시간은 내일의 직장을 위한 준비시간일 뿐이다. 단면을 사는 인생이다. 사료를 먹는 하우스 속 가축처럼 주인에게 이쁨 받는 우량함을 성공이라 믿으며 나도 그랬고 그대들도 살아간다. 그게 나쁜가. 가치 판단할 이유는 없다. 세상에 순응한 덕에 고픈 배를 채웠다.


아내와 저녁을 먹고 배드민턴을 치는 시간. 동네 빵집에서 식빵을 사고 다음날 아침에 장모님 표 딸잼을 바르는 시간. 코로나 지나고 수능을 지나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 작은 생각들을 만지고 곱씹어 글로 옮기는 시간. 인생은 홀리스틱.



(*) 한 근태관리 솔루션 회사가 1만 3천 개 넘는 회사의 2020년 한 해 출퇴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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