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TV에서 본 다큐에서다. 인간극장 류 였는데 프로그램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편이 거리의 가수이고 부부가 함께 유랑하며 지낸다. 남편은 한때 가수가 꿈이었으나 접고 사업을 하다가 실패했다. 아내가 PD의 질문에 답하던 중에 이렇게 말한다. "돈을 빼고 생각하니 결정이 쉬워졌어요". 생활은 여전히 고달프다. 엷은 미소엔 체념의 흔적도 보인다. 그러나 부부는 진심 홀가분해 보였다.
많은 생각이 몰려왔다. 돈을 좇진 않았어도 돈을 손해 보는 결정은 하지 않았다.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빌딩, 높은 층, 개인 사무실에 안착한 나는 돈을 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비굴하지 않기 위해 돈은 필요하다. 얼마가 충분할까? 연구결과(보사연, 22년 4월)에 따르면 근로자 경우 월급이 600만 원을 넘으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근로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상쇄할 수 있어야 할 터인데 이 연구의 질문지가 고려했는지 모르겠다(예를 들어, 근로자이니 국민연금으로 상쇄된다고 보았는지 등).
최근 커리어를 전환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했다. 10년 전부터 생각해왔던 방향이다. 돈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스스로 '포괄적 의미의 연봉'을 정의해보았다. 금전적 연봉, 실질적 근로시간(야근은 미래를 당겨 쓰는 것이므로), 스트레스 수준(연봉엔 욕 값이 포함되므로), 지속가능성(공백기가 생기거나 근로를 종료해야 하는 시점이 가까우면 장기 연봉 총액은 적어지므로).
돈을 뺄 수는 없더라도 돈을 한편으로 밀어놓고 다른 중요한 것들을 생각하면 결정은 좀 더 수월해진다. TV의 부부가 누리는 자유로움, 부부애, 꿈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그런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