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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수 May 20. 2022

소명을 발견하라

중학교 때 이런저런 글을 썼다. 이상을 흉내 낸 시는 땅을 파고 들어가 눕는 내용이었다. 기이한 나를 국어 선생님은 지지해주셨다. 당시 우리나라 젊은 소설가가 쓴 청춘 소설(제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을 흉내 내서, 고아원에서 형, 동생으로 의지하며 자란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갈등하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국어 선생님이 표절을 의심하셨지만 잡아 땠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함께 절로 도망쳐서 여생을 보내는 소설도 썼다. 여자 사람 친구가 줄거리를 듣고는 자기가 썼던 소설을 찢어버렸다고 나중에 말해주기도 했다. 귀여웠던 나이다.

고등학교 가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여자 사람 친구도 끊고 글쓰기도 끊었다. 공부 외엔 나의 인생을 책임져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대학교 가서 다시 끄적이기 시작했다. 시를 썼다. 꽤 많이 썼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한번 응모했다. 서른 살까지 썼다. 서른한 살 1년짜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일에 재미를 들였던 시점이다.

마흔셋이 됐을 때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동안 직장생활에서 시행착오하며 배운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대여섯 편 쓰고 멈췄다. 새로 옮긴 회사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핑계지만.

오십 둘이 되었다. 커리어를 바꾸는 과정에 있다. 연구하고 교육하는 일이다. 쓰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생각의 덩어리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해보기로 했다. 블로그 제목을 '이용수의 기록'이라고 단출하게 바꿨다.


오늘은 로버트 그린의 '오늘의 법칙'의 첫 편을 읽은 날이다. 로버드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을 샀었다. 벽돌 책이다. 죽음 편만 읽었다. 더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오늘의 법칙'은 로버트 그린이 본인의 저서들, 미 출판한 글들로부터 핵심을 뽑은 책이라고 해서 최근에 샀다. 하루에 한편씩 읽는 구성이다. 첫 편의 제목이 '소명을 발견하라'이다. 그는 나를 위해 이 책을 썼음에 틀림없다.


"... 인생의 과업이란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성취하도록 운명 지어진 일을 뜻한다. 어릴 적에는 이 힘이 뚜렷이 느껴졌을 것이다. 이 힘은 당신을 타고난 성향에 어울리는 활동과 주제로 이끌었으며, 깊고 원초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자라는 동안 부모와 또래의 말에, 당신을 괴롭히는 하루하루의 불안에 더 귀를 기울이면서 그 힘은 점점 희미해진다. ... 자신의 참모습을 깨닫고 그 내적 힘과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자신을 분명히 알면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방법을 발견할 것이며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오늘의 법칙>(로버트 그린, 2021, 까치) '1월 1일: 소명을 발견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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