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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수 Feb 17. 2024

새로운 길

아내와 도성길 산책 두 번째

오늘은 와룡공원 지나 예향재(구청이 운영하는 한옥 체험관)를 불쑥 들렀다가 바로 근처 '조셉의 커피나무' 옥탑에서 늦은 모닝커피를 마시고(저기 보이는 게 길상사구나) 북악산 도성길을 걸었다. 김신조 사건 이후 닫혔다가 개방되었 그때 걷고 그러니까 십몇 년 만에 다시 걷는 길이다.


창의문을 빠져나와 지난번 인왕산을 넘어왔을 때는 위치 확인만 하고 지나친 윤동주문학관에 (부채감이 들기도 해서) 들렀다. 아담한 1전시관에서, 시인이 1938년에 친필로 쓴 '새로운 길'을 만났다.


새로운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길 새로운길


문들레가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길은 언제나 새로운길

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시인의 장례식에서 유족들이 낭독했다고 한다. 2전시관으로 나서니 지붕 없이 하늘을 전시한 공간이었다. 그의 마지막 길이 보이는듯하다.


계열사(닭집)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청운동으로 들어가서 빌라촌을 눈팅하고(여기 살아도 괜찮겠다. 개발 욕심 버리면.) 서촌 큰길을 따라 내려오니 아기자기한 카페, 빵집들이 눈길을 잡는다. 여기 꼭 와야지 점을 찍어둔다. 한입의 겉바속쫄깃을 기억하고 있다가 찾은 꽈배기집은 가게 이름을 보니 서울은마꽈배기다. 이번엔 한 봉지 가득 담았다.


서울고궁박물관으로 쪼르르 들어가 (처음 온 양, 기억이 안 나니 처음 온 거나 마찬가지로) 태정태세부터 열공을 하다가 숙종의 글씨를 새긴 돌(어필각석)을 만났다.

龍. 내 이름에 있는 용이다. 이 차고 유연한 꿈틀거림이 내 안에 있다고 믿고 싶어졌다.


새로운 길은 아무도 못 가본 길이 아니라 익숙한 길을 변주하는 마음의 길이지 않을까. 내가 가는 길을 의심하지 말고 꿈틀거리는 호기심을 두려워하지 말고 운전으로는 못 보던 풍경을 발견하듯이 어제 걸은 길 위에 오늘 걷는 길을 덧칠해서 새로우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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