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AD 창간호에서 배운 것들

by 이용수

북저널리즘이라는 콘텐츠 커뮤니티를 알게 되었다. 책은 너무 느리고 뉴스는 너무 가벼워서 책처럼 깊이 있고 뉴스처럼 빠른 지점을 공략한다는 자기소개가 간지났다. 종이 뉴스 잡지를 낸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창간호를 사서 읽었다. 새로 배운 점이 많다. 기록해둔다.


#냉동새우

새우가 흔하다. 우리 집 냉동실에도 늘 있다. 생새우 초밥도 저렴하고. 왜 흔한가 했더니 동남아 바다에서 맹그로브 숲을 없애고 대규모 양식을 하고 있다. 맹그로브는 탄소 흡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라면에 새우를 넣을 뿐이지만 지구 온난화에 일조하는 셈이다.


#곡물빅4

4개 회사가 전 세계 곡물 교역량의 80 퍼센트, 곡물 저장 시설의 75 퍼센트, 곡물 운송 항만 시설의 50 퍼센트를 차지한다. 가뭄, 전쟁의 이면에서 웃는 자들이다.


#쿠세권

과거엔 백화점, 대학가 등 큰 랜드마크를 기준으로 상권이 형성되었고 그다음엔 역세권, 스세권, 맥세권 등 교통 인프라나 특정 프랜차이즈에 기반하여 상권이 생겼다. 이제는 쿠팡, 마켓컬리 등 물류가 닿는 곳까지를 기준으로 하는 상권 개념이 탄생했다. 그러나 쿠팡 새벽 배송이 가능한 지역은 국토의 11.8 퍼센트에 불과하다. 수도권, 광역시에 집중되어있어서다. 세상이 발전하는 것 같지만 도시만 발전한다.


#BeReal

비리얼은 2019년 말에 출시된 소셜미디어다. 올해 들어 사용이 대폭 늘었다. (누적 다운로드가 700만 회를 넘는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하루 한번 알림이 오면 2분 안에 휴대폰 카메라로 눈앞의 상황을 찍어 올려야 한다. 동시에 셀피도 찍혀서 좌상단에 자리한다. 필터는 없다. 딱 한 번만 지울 수 있다. 최근 게시물 한 개만 남는다. 글로벌한 공개도, 친구에게만 공개도 가능하다. 지나간 게시물은 혼자만 볼 수 있다. 설치해서 찍어봤다. 셀피는 찍힌 후에 확인이 되니 (정우성이 아니기에) 마음이 불편하다.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둘러봤다. 터키, 이탈리아, 벨기에 등등. 자동차 밖, 침대, 버스 안, 사무실 등등. 보정이 불가하니 그 시각 그 사람 그 장소가 가짜일 수가 없어서 편하게 느껴진다. 집 소파에 벌렁 누워서 먹는 과자처럼.

"이제껏 소셜 미디어는 이용자가 자신을 한껏 포장하고 드러내는 공간이었다. 피드는 모두 각자의 하이라이트로 구성됐다. 앱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더 많은 정보를 기입하게 하고 이를 노출 빈도와 '좋아요'로 환산했다. 일상, 가시적 재능, 인적 네트워크가 시장 논리에 편입됐다. 그림자는 가려졌다. 이런 디지털 생태계의 폐해는 Z세대가 안았다"


#250의뽕

250(이오공)이라는 프로듀서가 앨범 <뽕>을 냈다. 7~8년 걸렸다고 한다.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뽕을 찾아서'라는 다섯 편의 다큐멘터리로 찍었다. 왜 오래 걸렸나 했더니 그의 말로 '온갖 뻘짓'을 해서다.

"결과물을 내야 하는 입장에서 다 예상할 수 있는 건 물론 효율적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는 순간마다 비로소 내가 그런 우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느끼며 작업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았던 것 같다. 여행과 비슷하다. 그곳의 공기는 어떤지, 길거리는 어떤지, 낯선 공간에 던져진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여행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무언가를 직접 해보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다. 여행을 안 가도 인스타그램에 여행지가 넘쳐나고, 벤츠를 타지 않아도 벤츠 내부를 알 수 있다. 그러면 결국 사람은 예상의 덫에 갇힌다. 근데 이게 필연적으로 사람을 굉장히 피곤하게 한다. (중략) 어설프고 허술한 그 과정들이 인생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바보짓하고 뻘짓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앨범을 들어봤다. 뽕은 뽕인데 생경하다. 생경한 것이 세상을 바꾸기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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