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꾸는 날들 두 번째

by 이용수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떻게 놀까 생각하고 있어요

황지우 씨의 시를 읽다가

참,

창 밖이 그리워졌어요

산경을 노닐다가

무릇 무릎을 다쳐

봄에게 돌아왔네요

저 사람을 누가 부르는 걸까요

호출기 소리가 금세

열람실에 가득해졌어요

이제 나가셔야겠죠

오늘 날씨

흐리긴 하지만 포근한 거

알고 있어요

집에서 도서관까지 외우며 왔거든요

저 여자는 누굴 찾는 걸까

아까부터 열람실 골목골목

수색하고 있어요

그냥 나가네요

그 사람이 오지 않았나 보군요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 사랑할 사람

모두요

말리지 않으면 저도 곧

여기서 벗어날 거예요

그리고요

여기를 그리워할 거예요

아무 생각하지 않아요

철문을 밀고 나가고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

누군가의 눈에 저도

그 속에 있을 거예요

하지만 무얼 하지요

좋아하는 날씨거든요

방에 가서 자면 정말 슬프겠죠

방 창을 열고 목욕탕 간판을 복습해볼까요

얼마나 많은 체취가 그 굴뚝에서 빠져나가는지

세어볼까요

몸이나 좀 풀까 싶어요

어깨가 자꾸 뭉쳐요

무거운 짐을 진 것도 아닌데 이런

무거운 짐을 지고 있나 봐요

형체가 없으니 어디 알 수가 있었나요

하지만 걱정 안 해요

이 짐이라도 없으면 땅을 밟고 있지 못할 걸요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릴지도 몰라요

그럼 외로워서 어떻게 살아요

늘 거리로 나서죠

늘 돌아다녀요

늘 멍청해져서

돌아오는 길을 잊어버리지만

한 번도 잃어버리진 않았어요

잠은 꼭 내 방에서 자요

그리고는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대들이 나에게 주는 양식

몸서리치도록 살뜰한 마음들

TV를 보다가 막 짜증이 나고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막 짜증이 나도

그대들의 소식을 물으면 하늘이 말해주죠

주위의 모든 것이 한 마디씩 거들어요

정말요

이제 벼르던 영화 보러 갈래요

여러분 다시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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