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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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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Oct 07. 2021

그놈의 한복, 한복이 왜 필요한데?

저는 양장을 좋아합니다만

_ 수현야 그래도 한복은 맞춰야지?

_ 아 저는 한복 필요 없는데, 결혼식 때 인사 다닐 때 저는 세미 드레스나 양장 입고 싶어요.

_ 그래도 한복은 있어야지!

_ 그때 말고 한복 입을 일이 있어요? 저 동생 결혼할 때도 세련된 양장 빼 입고 가고 싶어요.

_ 그래도 한복은 맞춰야지, 한 번하는 결혼식인데.

_ 그럼 저 빌릴래요. 결혼식 때 입고 평생 안 입을 텐데 돈 아까워요.

_ 결혼식 끝나고 집에서 친척들 잔치상 차릴 건데 그때도 입어.

_ 결혼식 끝나고 오빠랑 호텔에 있다가 떠날라고 그랬는데...

_ 친척들 인사해야지. 음식도 다 주문했어.

_ 그럼 어쨌든 결혼식 당일이니깐 빌린 거 입고 갈게요.

_ 그날 입고 또 명절에 입고 시댁 와야지. 돌잔치 때도 입으면 돼지.

_ 그땐 유행 지날 텐데, 살찔 수도 있고.

_ 수현아 그래도 한복은 맞춰야지!

벽에다 말하는 것 같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답을 맞혀라. 답. 정. 너.

일할 때야 갑 앞에서 을이 되면 내가 해야 할 것도 내 기준으로 못하는 건 세상의 이치지만,

내 결혼식에 내가 입을 옷도 내가 선택하지 못한다니.

내가 느낌 감정은 억울하다였다.



내 마음은 눌렸고 그래서 나는 답답하다.(누를 억 [抑], 답답할 울[鬱])

결국 한복 맞추는 집까지도 친절하게 예약해둔 그 파혼남의 어머니를 몇 차례 겪고

나는 당시에 내려놓음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버린 것뿐이었다.

답정너 앞에서 나는 이제 내려놨어라고 안위했지만

나는 내 마음 하나 지키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 되고 있었다.


결혼이라는 틀에 맞추려고 한복도 맞췄는데

결국 나는 틀에 들어 찬 두부 신세가 되었다.

두부멘탈.

아무리 두부틀에 갇힌 채로 눌리고 눌려 단단하게 만들어도

결국 손가락 하나도 견디지 못하는 상태.

한낱 두부 같은 게 내 마음, 내 정신었다.


마음을 내려놓다는 마음을 버리다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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