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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의 노하우 Sep 25. 2017

11. 인터뷰에서 면접관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

스스로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압박면접 대신 예의를 갖추어라.

내가 면접관으로 면접에 참여한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간다. 그간 내가 면접자로서도 많은 면접을 진행했지만, 면접관으로서도 많은 면접자를 경험했다. 면접을 대하면서 면접관과 면접자로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도 긴장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면접자일 때는 적어도 내가 무언가를 얻기 위한 것이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이 따르고, 질문을 예상할 수 없기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머리 속에 고려해야 하고, 또 미지의 면접관의 성향과 태도에 또한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의 하나이다. 하지만, 면접관으로서는 딱히 긴장할 일이 없다. 물론 나와 함께 좋은 성과를 만들어가야 할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인터뷰 바로 직전까지 업무를 보다가 시간에 맞추어 헐레벌떡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인사부에서 준비해준 이력서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들어갈 때도 있다. 나의 면접관으로서의 첫 경험도 그랬었다.


 내가 첫 면접관으로 면접에 참여했을 때 나는 프로젝트 리더로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을때였다. 당시 나는 잦은 지방 출장으로 서류작업은 항상 밤늦게까지 이루어졌고, 보통 10시 이후에 퇴근을 했고,심지어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부서장께서 나에게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석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처음 그러한 요청을 받았을 때는,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제 나도 면접관이 되었다는 생각이 뿌듯하게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면접자로서의 고된 미래가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아무튼그렇게 기분 좋은 것도 잠시이고, 곧 업무의 부담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면접에 참여하기 위해서 나는 출장 일정을 조정해야 했고, 업무 시간을 쪼개야만 했기에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굉장히 피곤하고 지치고 일정에 쫓기는상황에서 다른 미팅을 마치자 마자 바로 면접에 들어가야 해서, 이력서도 제대로 읽지 못한 채로 들어갔다.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하는 그 면접은, 면접이 진행되는 회의실에 나를 포함한 세 명의 면접관이 앉아 있었고, 맞은 편에 한 명의 면접자가 긴장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면접이 시작되었고, 다른 두 명의 면접관들이 질문을 시작했다. 나는 그 사이 이력서를 읽어봤고, 그 이력서를 통해 그 면접자에 대한 판단을 어느 정도 끝냈고, 곧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러자 나는 피곤이 몰려왔고, 질문을 하고 그 면접자에 대해 무언가를 더 알려고 하기 보다는 피곤한 몸을 기대고싶었고, 내가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을 머리 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30여분이 지나 면접이 끝났고, 결국 그 면접자는 합격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당시 함께 면접에 참석했던 나의 부서장에게 한소리 듣고 말았다.아무리 면접자가 부족해 보이더라도 면접을 진행하는 중에는 집중하고 면접자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당시 일에 쪼들리고 있던 나는 알겠다고 대답은 했으나, 마음 속에 남겨두지는 않았고, 한동안 나에게 면접에 참여할 기회는 오지 않았었다.


 그 후로 한참이 지난 후에 나는 팀장 되었고, 본격적으로 많은 면접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와 다른 팀장들은 일주일에도 2,3번씩 면접을 진행하고 새로운 사람을 뽑는 일 자체가 나에게는 중요한 업무가 되어버렸다. 한동안은 틀에 박힌 면접이 진행이 되었다. 면접자가 들어오면 자기소개를 먼저 하고, 이력서에 나열된 경험들에 대한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3명의 면접자들은 새로운 질문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일이었고, 결국은 내가 몇 개의 질문 항목들을 만들어서 그 질문들을 활용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리 회사와 관련된글을 읽게 되었고, 그 글이 내가 참여했던 면접에 관한 글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호기심이 증폭되었다. 그 글은 취업 준비생들이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리 회사에서 면접을 본 경험자가 작성한 글이었다. 글의 내용은 간단히 요약하며, 3명의 면접관이 있으나, 질문은 평이했고, 영어 질문이나 직무에 관한 어려운 질문은 없어서 편했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들과 다르게 압박면접 같은 것이 없어서 취업 준비생들에게 나름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또 회사의 문화이기도 했다. 그리고 영어 질문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력서 상에 나온 공인된 영어 점수들이 모두 상위 1%안에 들 정도였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보다는 영어를 잘 하겠지 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나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우리는 정말 좋은 인재를 뽑고 있는 것인가? 우리의 면접 절차는 문제가 없는 것인가? 그래서 한동안 나는 다른 회사의 면접 사례들을 수집했다. 하버드비지니스리뷰(HarvardBusiness Review, HBR)에서 면접 관련된 글들도 많이 찾아보고, 비슷한 업계의 다른 회사에서는 어떤 식으로 면접이 진행되며, 어떤 질문들을 주로 하는 지도 알아보았다. 그리고 우리가 적절한 검증과정을 거치고 있지 않으며, 그것이 회사와 면접자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압박면접은 면접자의 무능력을나타낼 뿐이다.

 우선 어떤 식의 면접이 채용하고자 하는 포지션에 가장 적절한 인재를 뽑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시작했다. 당시 많은 회사들이 면접자를 궁지에 몰아넣는 질문을 하고,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면 어떤 문제해결 능력을 보이는지에 대한 면접 방식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면접 방식은 대부분 면접자들의 감정만 상하게 하고, 좋은 인재를 뽑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않는 듯 보였다. 더군다나 이러한 압박면접이 정말 업무와 관련된 극한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사적인 부분들에 대한 공격으로 변질되거나 성차별적인 발언들을 옹호하기 위한 변명으로 사용되는 것은이해조차 할 수도 없다. 실제로 10년이 훌쩍 넘는 회사생활을하는 동안 그처럼 사적이고 인격적으로 극한 상황에 처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를 생각해보면 현재 기억에 남는 것은 없는 듯 하다. 대부분 압박면접을 좋아하는 면접관들은 스스로가 현명하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해 극한 상황에 많이 처한 기억이 있거나, 무엇을 통해 면접자의 능력과 잠재력을 판단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무지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첫 번째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최대한 면접자가 긴장하지 않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본인의 생각과 능력을 모두 보여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어떠한 질문일지라도 면접자가 너무 긴장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가능한 부드럽게 질문을 했으며, 또 천천히 답변을 하거나, 엉뚱한 답변을 하더라도 비난하거나 지적하지 않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며 편안한 분위기로 하나의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냈다. 그랬더니 대부분의 면접자들은 평소에 본인들의 생각과 준비해온 것들을 천천히 풀어냈고, 하나의 스토리는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궁금하게 해 주었고, 또많은 것은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를 통해 우리는 그 사람의 진정한 능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혹시 아쉬운 부분이 없었는지를 물어보고, 면접자가 본 면접에 보여주지 못한 것이나 후회되는 부분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면접자에게 예의를 갖추어라

 

또 하나는 다른 회사의 경우에서 참고한 것이었다. 우리는 인터뷰할 때 우리를 먼저 소개한 적이 없었다. 무뚝뚝하게 앉아서 면접자에게 “자기소개 먼저 시작해 보세요” 한 후 이력서에 나와 있는 것들 중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곤했다. 그런데, 어떤 회사의 인사부 담당자는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면접자에게 간략한 회사 소개와 면접관 소개 그리고 인터뷰에 응해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한다고 했다. 우리도 바로 우리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간략한 회사소개와 면접관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조금 낯간지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몇 번 했더니 익숙해졌다. 우리는 약간 쑥스러운 정도였지만, 면접자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며, 우리 회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면접은 면접관이 갑질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를 뽑기 위해 검증을 하는 자리이고, 올바른 검증을 위해 상호간의 배려와 존중을 바탕으로 진행이 되어야 한다. 무관심과 예의 없는 태도로 능력 있는 인재들을 놓치기 싫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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