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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의 노하우 Sep 26. 2017

12. 당신의 조직에 있는 썩은 사과를 해결하라.

바구니 전체가 썩기 전에 다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약 6 년 전 나는 6 명의 팀원을 관리하는 팀장이었다. 팀원들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고, 그 중 일부는 자체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있는 프로젝트 리더의 역할을하고 있었고, 다른 일부는 그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업무를 하고 있었다. 팀원들은 다양한 배경, 나이, 매력을가지고 다양한 성과를 훌륭하게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나는 이 팀원들과 정기적으로 일대일(one on one) 면담을 갖고 이를 통해 팀원들의 업무상 애로 사항이나 경력개발에 대한 고민 등에 대해 파악하고 도움을 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자 했다. 이런 면담에서는 단지 업무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때로는사적인 이야기들도 허심탄회하게 꺼내 놓기도 했고, 나는 회사의 팀장이 아닌 인생의 선배가 될 때도 있었고, 그러다 보면 항상 면담은 예상보다 길어지기도 했지만, 그 어떤 팀보다 우리 팀은 최고의 팀웍을 보여준다 자부했고, 나는 팀원들을 사랑하고 존경했고, 팀원들 역시 나를 믿어주었었다.

 

어느 날 새로운 팀원이 우리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녀에게는 이곳이 첫 회사였고,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다른 많은 것들을 배워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곧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 거라 믿고 기본적인 능력이나 잠재력을 의심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 신입직원이 우리 팀에 들어온 지 몇 주가 지나지 않아 우리 팀에 작지만 긍정적이지 않은 변화들이 발생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일부 팀원들은 눈에 다크써클이 생길 정도로 매우 피곤해 보였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음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업무속도가 더뎌졌고, 성과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팀웍에 미세한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 느껴졌었다. 나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원인과 이유를 알아내고자 팀원들 한 명 한 명과 개인적인 면담을 하면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나섰고, 모든 문제의 한 가운데에 새로 들어온 직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적응의 문제라고 생각했었으나, 가장 큰 문제는 이 신입직원이 아직도 학교에 다니는 학생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었다. 이 신입직원은 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녘 까지 클럽에서 신나게 놀고, 아침까지 발그레한 얼굴에 술 냄새를 폴폴 풍기면서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더군다나 근무시간에 업무에 집중하기 보다는 채팅이나 전화를 하면서 학생 때처럼 시간을 보냈고, 더 안 좋은 것은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는 다른 팀원들에게까지 이러한 것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직원은 본인의 수다를 위해 다른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했고, 자리에 앉아서는 항상 퇴근 후에 놀러 갈 계획을 세우기에 바빴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에게 같이 놀러 가자고 하고, 또 어떤 팀원은그 계획에서 따돌림을 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같이 놀았던 직원들은 업무에 집중을 못하고, 같이 놀지 않은 직원들과 편이 갈리게 되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해 간섭을 할 수는 없으나, 업무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조절을 못하고, 심지어 다른 팀원들과 조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했다. 나는 이 신입직원과 면담을 진행했고, 사무실에서는 개인적인 일보다는업무에 집중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조금 더 관심 있게 이 신입직원의 업무방식과 결과들에 대해 관찰을 했지만, 항상 기대치와 합의된 목표치를 밑도는 결과들만이 나왔다. 무엇보다도 심각했던 부분은 이 직원은 업무에 대해서 전혀 진지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마치 학교에서 내 준 숙제를 하듯이 가지고 온 결과물들은 전혀 고민의 흔적이 없이 조잡했고, 간단한 영문 번역을 할 때 단어조차도 찾아보지 않고 성의 없게 진행하는 일들이 빈번했다. 이 신입직원은 당시에 정규직이 아니었다. 업무 적응도와 잠재력에대한 우선적인 평가가 진행된 후에 정규직 전환을 검토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이 직원은 다른 직원들에게 자신이 정규직인 것처럼 말을 하고 다녔고, 심지어 나와 면담을 할 때도 당연히 정규직이 될 거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노력했던 직원들과 이와는 별개로 성실하게 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이 이 신입직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조직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었다.


한 개의 썩은 사과가 바구니 전체를 썩게 만든다. 

나는 이 문제를 다른 팀의 팀장들과 부서장과 논의 해 보았다. 다른 팀의 팀장들 역시 이 직원이 다른 팀에도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걱정을 하고 있었고, 같이 입사한 다른 직원에 비해 업무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운 좋게도 인재개발과 관리에 관한 외부 교육을 받고 있었던 나는 수업시간이 마친 후 선생님에게 이 신입직원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해 보았다. 선생님께서는 썩은 사과의 예를 들어 설명을 해 주셨다. 백 개의 사과 중에 비록 썩어 있는 사과가 하나 밖에 없다면, 괜찮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썩은 사과를 나머지 99개의 사과와 한 바구니에 넣어 놓는다면 나머지 99개의 사과가 금방 같이 썩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썩은 사과는 발견하면 그 즉시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고 나서 나는 어떤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 직원에게 우리 팀과 업무에 잘 맞지 않으니 퇴사를 하라는 말을 쉽사리 할 수는 없었다. 이 직원에게 우리 회사는 첫 회사였고,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고 가능성이 많은 고작 23살이었을 뿐이었다.   나는 다시 부서장과 다른 팀장들과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했고, 최종적으로 그녀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보자는 식으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의 팀에서 이미 고정되어 버린 부정적인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것 보다는 새로운 환경과 팀에서 다시 한번 시작할 기회를 주는 것이 23살 밖에 안된 사회 초년생에게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어렵사리 결정한 우리의 선택은 그녀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리는 새로운 환경과 조직에서 그 직원의 업무태도와 성과가 나아지기를 기대했지만, 우리의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허황된 것임이 증명되었다. 그 직원은 새로운 팀에서 잘 적응하는가 싶더니 결국은 업무를 따라가지 못하고, 다시금 예전처럼 다른 팀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가 싶더니 결국은 스스로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그 무렵, 나는 전에 함께 일을 한 적이 있는 다른 회사의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이 사장님이 회사를 설립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함께 업무를 진행해오면서 이 회사가 성장해 오는 것을 지켜봐 왔고, 또 많은 직원들을 새로 채용하고 또 떠나고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이 사장님께도 문제가 된 신입직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조언을 구하고자 했었다. 이 사장님 역시 직원들의 관리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해 본인이 깨닫게 된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주셨다. 수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채용하면서 어떤 사람들은 함께 하고 싶은데도 떠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함께 하기 싫어도 함께 해야만 할 때가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업무성과가 명확히 떨어지고 조직과의 융화도 잘 안 되는 것이 분명하고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 없다는 확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심지어 입사 후 수습기간이었음에도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차마 전달 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직원들은 회사에서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적응도 못하고 결국에는 안 좋은 기억을 가진 채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장님께서 생각하신 문제의 근원은 본인 스스로가 너무나 감정적이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본인의 마음이 편하고자 그 직원의 미래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문제는 간단한 것이었다. 이 업무 혹은 이 회사는 그 직원과 맞지 않는 것일 뿐이다. 그 직원이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 업무 혹은 회사와는 다른 업무 다른 회사에 더 적합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뿐이다. 서류심사와 수 차례의 면접과 같은 검증 과정을 통해 뽑은 직원일지라도 모든 적성과 능력을 그러한 검증과정을 통해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심지어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적성을 찾고 능력을 개발하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남의 적성과 능력은 단시간에 올바르게 평가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죄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적성과 능력이 다른 사람인 것이지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기에 당신이 그 사람에게 기회를 뺏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더 나은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놓아 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았을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도 있고, 더 행복하게 일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조금 생각을 바꾸어서 도저히 적성이 안 맞아 보이고, 성과도 안 나오는 직원을 방치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굉장히 무책임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간단한 논리인 것이다. 만약 당신의 조직에 적합하지 않은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을 붙잡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직원의 무한한 가능성을 막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조직을 위해서가 아닌 그 직원을 위해서 무엇이 옳은 판단일지도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회적 추세, 부모의 바램, 회사의 이름, 또는 친구의 부추김 등으로 본인의 적성과 능력과는 별개의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직원을 채용했을 경우에는 그 직원의 적성과 능력을 보여주고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함부로 누군가의 적성과 능력을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원이 정말 이 업무에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그 직원과 이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를 해 보아야 한다. 능력의 부족이 아님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극복할 것인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갈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러한 과정은 단지 조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 젊은이의 더 나은 미래와 행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 보다는 조직의 미래와 한 개인의 미래에 대해 냉철한 판단과 결정이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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