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 대한 피드백(Feedback)을 관리하라.
몇 년 전에 다른 부서의 매니져 자리에 지원했다가 그 부서장과의 면접 후에 탈락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미 현재의 업무를 4년 넘게 했기에 변화가 필요했던 시점이었고, 새로 지원한 업무는 이전에 이미 경험을 해 보았고,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마케팅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오기를 원했고, 우리 부서의 전무님과 사장님조차도 내가 적임자라고 지원을 해 주셨었다. 그래서 인사부에서 공식적으로 채용을 진행한다는 메일이 왔을 때, 인사부를 통해 지원을 했었다. 그러자 며칠 후 그 부서의 부서장이 갑자기 나를 찾아와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하더니 왜 지원을 한 거냐고 물어보셨다. 혹시 하기 싫은데 누가 강요한 건 아니냐는 식의 지원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뉘앙스를 잔뜩 풍기면서 말이다. 어찌됐든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지원을 했다고 말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예정된 면접 하루 전날 나는 우리 부서의 워크샵 일정으로 지방에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정신 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오후쯤 그 부서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메일로 면접 사전 질문지를 보냈으니, 당일 오후 몇 시까지 보내라는 것이었다. 인사부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부서장이 개별적으로 급작스레 결정으로 내려서 진행하는 것이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워크샵 짬짬이 작성을 해서 보냈고, 다음날 아침 일찍 면접을 봤으나, 결국 그 자리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얼마 후 그 부서 내부에 있던 사람이 승진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애초에 그렇게 내정이 되어 있었다는 것도 그 부서의 사람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애초에 부서장이 뽑고자 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어서 그 부서에서는 다른 지원자들은 아예 지원조차 못하게 막았는데, 갑자기 내가 지원을 하는 바람에 그 부서장이 당황해 했다고 말이다. 이런 뒷얘기를 나중에 듣게 된 것도 불쾌했지만, 더 불쾌했던 던 건 그 부서장이 나를 떨어뜨린 이유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른 임원들에게 내가 자질이 부족하네, 지원하고 싶어서 지원한 게 아니었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이 면접에서 떨어진 후 우리 전무님께서도 의아해 하시며, 면접에서 무슨 큰 실수를 한 게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내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일은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난 원인을 파악하고 피드백을 받아보고자 인사부 상무님께 면담을 신청해서 조언을 구했었다. 인사부 상무님도 오래 전부터 나를 보아 오셨기에 내가 떨어진 걸 의아해 하셨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그 부서의 부서장이 나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니는 걸 처음으로 알려주셨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여쭈어 보니, 지나간 일을 굳이 마음에 담지 말고, 어찌되었던 변화하고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 주어야 다른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임원 분들끼리 있는 자리에서 혹시 오해될 만한 이야기가 나오면 지원을 해 주시겠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2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첫번째는 승진의 기회는 상황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만약 내가 지원한 부서의 내부 사정과 정치적 역학 관계, 그 부서장의 성향 등을 사전에 알았더라면, 애초에 그 자리에 지원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발생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내가 어떤 승진의 기회를 잡고자 한다면, 그 자리에 관련되어 있는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먼저 파악을 하고, 결정권자가 누군인지, 그 결정권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로 하는 역량과 경험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내가 그러한 역량과 경험을 갖추었고, 그 결정권자의 선택을 받는데 있어 결정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 볼 것이다. 어떤 기회를 잡기위해 도전을 하는 데 있어 미리 겁을 먹거나 주저할 필요는 없지만, 정해진 결과가 이미 있다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면 그 상황을 스스로에게 유리하도록 전환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회사 생활을 하는 데 있어 피드백 관리는 필수이다.
고 생각을 하겠지만, 하루에도 몇 명씩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고 나가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의 사람들을 모두 알 수는 없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해들을 수 밖에 없고, 그러면서 나에 대한 선입견이 쌓여 갈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선입견이 부정적이라면, 그리고 그 부정적 선입견을 갖게 된 사람이 나에 대해 중요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이상 기회를 잡기 어려워 질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만약 당신에 대해 긍정적인 선입견을 보다 많이 쌓아갈 수 있다면, 다른 부서와의 협업이 수월해질 뿐 아니라, 당신에게 승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누군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도 있다. 직장에서의 승진은 부서장 혼자서만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부서의 부서장이라도 "그 사람 지난 번에 보니 별로던데..." 라는 말 한 마디로 승진을 유보 시킬 수도 있고, "우리 부서에서는 이 사람이 일 잘한다고 하던데..." 라는 말 한 마디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더 많은 책을 읽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주고, 스스로가 발전하기 노력하고 있음을 노출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였다. 다른 임원 분들을 찾아가 면담을 하면서 나에 대한 오해가 있는 부분을 풀기도 하였고,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다른 부서와의 협업에도 더욱 신경을 썼다. 그러면서 또 다른 기회를 잡기까지는 1년의 시간이 걸렸던 듯 했다. 한 명의 영향력 있는 사람이 준 잘못된 피드백으로 인해 내 경력이 1년이나 정체되어 있었다는 것이 억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꾸준히 주변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정체되지 않고 발전해 가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한 번은 회사에서 본부장 승진 후보자를 대상으로 360도 피드백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전반적으로 균형 있게 다른 사람들보다 점수가 높게 나왔으나, 이런저런 계기로 내 스스로가 주변으로부터 직접 피드백으로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주변의 다양한 부서의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피드백을 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협력 업체에 있는 분들한테도 메일을 보내 좋은 점 보다는 안 좋은 점, 개선해야 할 점을 좀 알려달라고 요청을 드렸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메일을 보낸 후 가장 많이 받은 답변은 술 한잔 하자는 내용이었고, 힘드냐, 다른 회사로 옮기냐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나보다 직급이 낮거나 어린 친구들은 피드백을 주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 하며 입에 발린 좋은 이야기만 해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었다.
어떤 사람들은 본인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이 오는 것을 굉장히 꺼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이야말로 내가 계발해야 하는 부분을 객관적으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도 싶다. 이런 피드백은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위에서 보기에 부족한 부분만이 개선이 되고, 아래를 향한 부족함은 전혀 개선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직장생활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부서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부서, 외부 업체, 고객, 후배, 선배 등과 함께 어우러져서 일하는 것이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내가 선배와 상사들에게는 잘하지만 후배들에게도 잘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피드백을 구하고 개선을 해 나가야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위로부터의 피드백만을 받아 승진해서 올라간 사람들은 결국 밑에 직원들로부터의 신뢰를 쌓아가기가 어렵게 된다. 그리고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감정을 상하지 않게 피드백을 수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이 갖추어 질 수 있다면 보다 건강한 조직과 개인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에서 승진의 기회는 한발 더 다가올 것이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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