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으로 일하고 일찍 퇴근하라.
외국계회사로 이직하기 전, 국내사에서 근무하던 초기에는 원치 않는야근이 너무나 잦았었다. 딱히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한다기 보다는 다들 하니까, 상사가 대놓고 하라고 하니까 하곤 했었다. 그 당시에는 아예 부서장이었던 상무님이 10시 이전에는 무조건 퇴근을 하지 못하게 했었다. 사장님이나 회장님이 지나가다 보셔도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고, 딱히 어떤 업무를 하라는 지시같은 것도 없었다. 주간 업무 시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야근시간에도 딱히 할 일은 없었다. 눈치보기 식으로 똑 같은 챠트만 반복해서 만들었다 지웠다 하던가, 자료를 찾아보는 척 하던가 하는 게 다였다. 당연히 야근수당은 없었고, 야근을 하는 식대 지출이 아깝다고 총무부서에서 지속적으로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번은 저녁 9시가 넘어서 총무이사님이 갑자기 들어오셔서는 전기가 아까우니 컴퓨터는 끄고 일하라는 이야기를 하셨었고, 그러면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더니, 그럼 불이라도 끄고 일 하라고 하셔서 한동안 불을 끈 채로 야근을 했던 적도 있었다.
외국계 회사로의 이직 후 한동안은 엄청난 업무량 때문에 굉장히 많은 고생을 했었다. 국내회사에 있을 때 한 팀에서 진행했던 일을 마치 한 사람이 모두 다 하는 듯 했다. 다행스러웠던 점은 주간 근무시간의 1.5배에 달하는 야근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야근이 쉽지는 않았고,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도 한 6개월여가 지나고 나니 어느 정도 일에 대해 정리도 되고, 주변도 조금씩 둘러보게 되면서 친한 동료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당시 내가 속해 있던 부서에는 남자 직원보다 여자 직원의 수가 월등히 많아 몇 안 되는 남자 직원들끼리 서로를 챙겨주고는 했었다. 당시 남자 직원중 막내였던 나는 선배 남자직원들이 담배를 피러 나갈 때 마다 따라가고는 했었다. 혼자 가기 심심하다고항상 나를 데리고 갔던 것이다. 처음에는 나도 머리를 식힐 겸 따라가곤 했었다. 그런데, 이게 자주 반복이 되다 보니, 업무시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당시 18층에 있던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려면 1층 외부로 내려가야 하고, 한번 내려가면 커피도 한잔 마시면서 담배를 2 가치 이상씩은 피곤했었다. 그러다 보니 왕복으로 걸리는 시간이 10분 이상이 소요되고, 이런 일이 하루에 네다섯 번 반복되다 보니, 하루에 1시간 정도의 업무시간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었다. 추가적인 야근수당은 둘째치고 반복되는 야근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을 무렵이었기에, 나는 사무실에 출근한 이후에는 퇴근할때 까지 담배를 피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선배들에게도 양해를 구해, 하루에 한두 번 정도만 따라 내려갔다. 업무에 익숙해 진 것도 있겠지만, 그 이후로는 10시에 퇴근할 것을 9시에 퇴근할 수 있었고, 내 스스로가 점점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에 더 집중하고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사무실에서 보내는 비효율적인 시간 중에 하나가 바로 회의 시간이었다. 회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더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만나 동료들이 반갑다 보니, 사적인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는 했다. 이러한 회의 시간에 누군가의 연애이야기, 가족이야기를 본 주제보다 더 많이 들은 적도 많았다. 대부분 회의를 할 때는 시간을 정해놓고, 도출해야 하는 결과를 목적으로 진행을 해야 하는데, 1시간 회의에 40분을 수다를 떨고 20분 동안만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1시간을 넘어서도 수다만 떨다가 정작 해야 할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다음으로 미루던가 회의 시간이 터무니없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서도 이렇게 시간이 낭비되는 것을 알고 있기에 회의실에 효율적으로 회의하는 법이라는 포스터를 걸어 두기도 했었다.
회사에서는 끊임없이 직원들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며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 회사의 정책과 시스템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본인의 업무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배분하고 배치할 수 있는 건 본인 스스로이다. 매일매일부터 매주, 매월 단위로 본인이 해야 할 업무리스트를 작성하고, 일의 선후관계와 중요도를 고려하여 업무순서를 정하고, 또 내가 해야할 일과 다른 사람 혹은 부서와 협력해야 하는 일, 상사의 도움이 필요할 일, 외주를 주어야 하는 일 등에 대해 업무 지도 같은 것을 사전에 그릴 수 있다면 조금은 장기적으로 업무 시간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이 쉽지가 않다면 매일 아침, 몇 시에 퇴근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루의업무를 어떻게 배분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할 지,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다. 물론 대부분의 프로야근러들은 상사나 외부 고객 등으로 인해 불가피한 야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P.S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야근 수당과 관련하여 덧붙이자면, 정해진 근무시간이후에 하루 최대 4시간 주당 12시간, 월 40시간을 초과하여 야근을 할 수는 없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야근 시 진행한 업무에 대해 사전에 직속상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면, 야근을 한다 해도 수당을 신청할 수 없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을 초과하여 일하기도 한다. 하지만, 임신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야근을 제한하고, 직속상관은 업무조정을 통해서 업무량을 조정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야근 수당을 주는 회사보다는 주지 않는 회사가 더 많으며, 겉으로는 야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한다. 외근이 잦은 경우에 외근은 이동시간 등을 고려해야 하고, 객관적으로 오롯이 근무만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 때문에 야근수당을 책정해 주지 않는 곳도 많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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