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주는 것이 멘토는 아니다.
과거에 회사에서 새로운 직원들에 대한 적응을 돕기 위해 많이 사용하던 방식 중 하나가 멘토링(mentoring)이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사수와 부사수라는 말로 엮어서 사용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멘토(mentor)와멘티(mentee)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일상화 되어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단지 신입사원의 적응을 돕기 위한 용도로 멘토링을 활용했다면,지금은 역량개발과 경력개발에 있어 조언을 주고, 도움을 주는 형태로 주로 활용이 되고 있다.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당신의 멘토가 있는가?”
“당신을 멘토로 생각하는 멘티가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면접 과정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질문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들은 보다 세부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
머리 속에 바로 떠오르는 답변들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다. 시간을 조금 들여서라도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변들을 한번쯤 생각해 본다면, 내가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당신은 몇 명의 멘토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냐하면 멘토가 하나여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나에게는 당장 떠오르는 3명의 멘토가 있다. 한 분은 아주 오래 전 부서장이셨던 전무님이시다. 나는 이 분에게서 인력관리(people management)에 대한 부분에 있어 아주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 분을 따라 하고자 노력했고, 지금도 종종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또 다른 분은 나에게 마케팅을 가르쳐 주신 분으로 나의 전체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조직생활, 경력개발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분이다. 마지막 분은 영업부 전무님으로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영업부의 세세한 부분이나, 업계의 오래된 이야기들, 보다 성숙해지기 위한 부분들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또 해주시는 분이다. 요즘 직장 내에서 업무가 점점 세분화되어 가고 전문화 되어 가듯, 멘토도 해당 영역에 대해 세분화된 멘토가 필요하다. 한 명의 멘토가 모든 부분에 대해 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인력관리, 경력관리 등의 멘토를 구분해서 필요할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조언을 구하는데 유리하다.
반대로 지금 당신은 누군가에게 멘토가 되고 있는가? 당신이 회사에서 촉망 받는 인재이고, 많은 멘토를 따르고 있다고 하자. 업무성과는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하여, 빠른 승진을 했고, 말 그대로 앞날이 창창하다. 그런데, 당신을 믿고 따르며, 당신에게 조언을 구하는 후배가 없다면 과연 당신은 올바른 회사 생활을 해 온 것이라 할 수 있는가? 회사는 하나의 조직이다. 당신이 멘토의 도움과 조언을 받아 역량을 개발하고 발전을 해 왔듯이, 당신 또한 누군가에게 멘토가 되어 그들의 역량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고, 조언을 주는 것은 하나의 의무이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에 당신은 멘토의 도움을 받았지만, 당신이 멘토가 되지 못하는 순간 톱니바퀴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누군가의 멘토가 된다는 것은 자랑스러우면서도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의무와도 같다.
결과적으로 일만 잘한다고 멘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신뢰를 얻고 존경을 얻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도 성장해 간다. 그리고, 당신이 멘토라 부르는 사람들에게서 당신이 조언을 구하기보다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들을 멘토라 부르는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부분 멘토가 누구냐 물으면 부서장이나 업무와 직접 연관된 상사를 멘토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들과 일을함께 하면서 그들에게서 존경하고 따르고 싶은 부분을 찾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상사가 좋은 상사는 아니고, 일은 잘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상사가 다 좋다면, 퇴근 후 술을 마시는 직장인들이 현격히 줄어들 것이며, 프로야근러라는 신조어도 탄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직과 전직에 대한 고민도 지금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다. 나의 멘토는 내 스스로가 선택을 한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직장상사가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러므로,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나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 않더라도, 내가 회사를 나가서라도 언제든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멘토를 만들어야 하고, 또 내가 그러한 멘토가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은 형식적인 경우들이 많다. 업무성과가 좋은 선배와 후배를 매칭해서 한 달에 한 번씩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회사차원에서 보조를 해 주거나, 의무적으로 1시간씩 미팅을 하도록 하는 식이다. 심지어 예전에 내가 있던 회사에서는 멘토링 미팅 후에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보고서를 써서 올리기도 했었다. 진짜 멘토링은 시간이 정해져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로 할 때 이루어진다. 한번은 내가 급하게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내가 조언을 구하고 싶은 멘토는 당시 해외에 거주 중이었고,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국 나는 멘토에게 전화를 해서 조언을 구했고, 문제의 올바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도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의사결정에 고민이 되는 부분이 발생하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멘토에게 간단하게라도 물어보고는 한다. 물론 이 정도로 연락을 편하게드릴 수 있는 신뢰관계를 쌓는 것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멘토의 역할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사장님이다.하지만, 국내 회사의 경우 사장님의 말씀은 한 달에 한번 있는 월례조회 시간에나 들을 수 있거나, 사보,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나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내가 듣고 싶은 주제가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사장님 훈화와 같은 일방통행이 된다. 반면에 외국계회사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개방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외국인 사장님들은 언제든 자기 방을 찾아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함께 이야기 하자는 말을 많이 한다. 꼭 업무와 관련된 것이 아닐 지라도 언제든 찾아와서 편하게 이야기 하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그리고 심지어 사장님 방문은 미팅이 있을 때가 아니면 항상 열려 있고, 지나가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미소를 띠며 먼저 인사를 해 주시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려워하지 않고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부서장들도 마찬가지이다.
멘토를 통해서 항상 정답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멘토 역시 정답을 준비하고 있지도 않다. 멘토링이라는 것은 업무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그리고 세상을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을 해 주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어떤 멘토가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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