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을 통해 당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라.
롭 무어(Rob Moore)가 쓴 레버리지(Leverage)라는 책에서는 스스로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고 한다. 워렌 버핏(Warren Buffett) 역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목표를 이룰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지를 선택하는 데 있다고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쓸데 없는 짓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실제 우리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중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을 줄인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야근 따위는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고, 비효율적인 일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버리고 있다. 외국계 회사의 장점이라면 이러한 비효율적인 과정들을 최대한 간소화하고, 직원들의 능력을 오롯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일 수도 있다.
약 10여년 전 국내회사에 다닐 때였다. 서울에 있는 모 병원에 바인더로 된 서류를 여러 개 보내야 할 일이 있었다. 병원 측에서 급하게 요청을 해 와서 정신 없이 서류를 만들고, 퀵서비스를 통해 서류를 보내려 했더니, 회사에서 퀵서비스 사용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는 내 월급이 더 싸니 서류 한 박스를 들고, 버스를 타고 직접 갔다 오라고 하였다. 그래서 난 서류로 가득한 서류 상자를 낑낑거리며 들고, 버스를 타고 다시 내려서 한참을 걸어서 병원 담당자에게 전달을 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 담당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 무거운 걸 들고 직접 왔냐는 것이다. 다른 회사는 서류 한 장이라도 급하게 필요하면 퀵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이렇게 직원이 무겁게 직접 들고 오는 경우는 처음 봤다는 것이었다. 그곳까지 오느라 힘들었던 건 둘째치고 나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더 당혹스럽게 느껴졌었다. 그 이후로도 이러한 일들은 빈번했었다. 경기도에 있는 곳으로 출장을 가야 할 일이 있으면, 지하철을 타고, 다시 광역버스를 타고, 내려서 한 20분을 걸어가야만 하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더 억울한 건 일이 끝나고 회사로 돌아가면 이미 저녁 8시가 넘는데, 무조건 회사로 돌아가서 인사라도 하고 퇴근을 해야 했다는 것이었다. 비효율적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도 그걸 바꾸려 하지 않았다. 다들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외국계 회사에서 국내사와 협업을 오랫동안 진행했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불필요한 인력을 고용하기 보다는 전문적인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일을 진행하면서 효율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와 협력을 하고 있던 국내 회사에서는 아웃소싱의 개념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무슨 일이던 내부 인력으로 모두 다 해결을 해야만 했다. 심지어 회사 내부적으로 인재개발이라는 미명하에 2년에 한번씩 보직 변경이 일어나서 어느 부서에서도 전문성을 쌓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렇게 비전문적인 인력들이 전문적인 인력들과 경쟁을 하니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기도 어렵고,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유일하게 아웃소싱할 수 있는 업무는 계열사에 발주하는 것뿐이었으니 그 역시 전문성과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실제적으로 대부분의 국내회사는 1인당 생산성이 외국계회사에 비해 현격히 낮다.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인력을 뽑고, 또 많은 인력을 쉽사리 내보낸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전문가를 선호하고, 한 명의 전문가가 여러 명의 비전문가보다 효율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알기에 더 많은 연봉을 주더라도 전문가를 뽑으려 하고, 또 쉽게 내보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전문가는 경쟁력을 갖기에 회사 밖을 나오더라도 새로운 기회를 쉽게 찾는 데 더 유리하다. 조직의 운영에 있어 효율적으로 좋은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참여도(engagement level)을 높게 유지하는 방법도 함께 고민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롭 무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한 회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봅은 사무실에서 튀지 않는 직원 중 한 명 이었다. 그럼에도 탁월한 코딩능력을 인정받아 1억 7천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어느 날 회사 내부의 감사에서 봅은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쇼핑과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 보낸 것이 드러났고, 그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성과는 중국에 있는 한 업체에 저렴하게 아웃소싱을 해서 만들어 냈다. 아웃소싱 비용은 3천5백만원이었고, 결과적으로 봅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1억원 이상의 순익을 창출했다. 이 회사에서는 정직성의 문제를 들어 봅을 해고했다. 그리고 롭 무어는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한 봅을 해고하기 보다는 승진시켜서 그에게 더 많은 아웃소싱 업무를 맡겨야 한다고 했다.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이 이야기를 언뜻 들으면 봅은 아무런 능력이 없이 놀면서 잔머리만 굴린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봅은 1억 7천만원의 연봉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일을 3천5백만원에 대신해 줄 수 있는 아웃소싱 업체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더 중요한 것은 아웃소싱 업체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결과물을 가지고 올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단지, 봅은 모든 일은 혼자서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았을 뿐이다.
단지,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스타트업은 비용에 더 민감하다.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직원을 뽑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다. 전문가가 아니면서 경험까지 적은 직원들이 열정과 패기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그들이 외부의 많은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들만큼의 성과를 동일한 노력과 투자를 통해 만들어 내는 것은 결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외국계 회사에서나 일부 국내 대기업들에서는 중요한 업무를 진행할 때는 내부의 유능한 인력들을 모아 태스크포스팀(Task Force Team)을 만들기도 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외부의 전문 컨설팅 업체와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비용의 감수를 하더라도 더 큰 성과를 얻는 것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무실에서 사소한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일을 다 나 혼자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 내에 여러 부서가 나누어져 있는 것은 각 부서별로 전문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함이다. 이쪽부서에서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내가 며칠 밤을 새며 고생을 할 필요는 없다. 같은 부서 내에서도 어떤 사람은 이런 업무에 강점이 있고, 어떤 사람은 저런 업무에 강점이 있을 수 있다. 혼자서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고 있지 말고, 각 업무에 강점이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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