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이고 활용하라.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어 거대한 변화를 이루기 전의 균형을 깨뜨리는 변화의 시점
여유를 만끽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평일 낮에 전시회를 찾아가는 것이다. 즐겨찾는 곳으로는 서울 현대미술관, 과천 현대미술관 그리고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등이 있다. 간헐적으로 만끽하던 여유가 잦아지자, 2~3개월 마다 바뀌는 전시는이미 다 찾아 보게 되었고, 다른 전시회가 없나 찾아보게 되었다. 여러 미술관들이 있었지만, 바람도 쐴 겸해서 찾아갔던 곳이 반포에 있는 세빛 섬에서 진행하고 있던 “헬로아티스트전” 이었다. 전통적인 전시 방식을 벗어난 컨버전스(Convergence) 아트 라는 새로운 전시 형태였다. 컨버전스라는 것은 말 그대로 번역하자면 통합, 융합, 복합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떤 전시이길래 이렇게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는지 궁금한 마음을 붙잡고 전시 공간으로 들어가자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들인 고흐, 세잔, 르누아르 등의 작품들이 조금은 변형된 형태로 전시가 되고 있었다. 고전적인 전시의 형태가 정적이고, 평면적이었다면, 컨버전스 아트의 전시 형태는 기존의 2차원 적인 그림을 디지털로 변경하여, 움직임을 추가하여 동적인 요소를 가미하였고, 이러한 디지털화된 작품에 어울리는 음악을 입혔으며, 오롯이 음악과 작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 내었다. 기존의 인상파 화풍의 작품들을 감상을 할때는 빛의 방향에 따른 색의 표현과 직관적인 형태와 느낌을 중시하며 조금은 진중한 자세를 요했다면, 컨버전스아트는 이러한 진중함보다는 때로는 밝고 따뜻한 느낌을 음악과 공간을 어우러져 창출을 했고, 익숙한 작품속의 배경이 되는 갈대의 흔들림과 구름의 움직임, 혹은 나비의 팔랑거림과 인물의 가벼운 몸짓이 디지털기술의 덕분인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전해 주었다.
컨버전스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 중의 하나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물리학이나 생물학 등이 모두 디지털과 융합(Convergence) 되면서 시너지효과(synergic effect)를 내는 것이다. 생물학의 예를 들어 보면, 1990년대에 전세계적으로 게놈 프로젝트(Genome Project)를 통해 유전 정보를 해독하면 모든 질병의 예방과 치료, 인간수명의 무한한 연장이 가능할 것만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약 30억개의 DNA 염기서열의 순서가 밝혀지는데,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기간은 13년으로 줄어 2003년에 완성된 게놈 지도가 공개되었다. 하지만, 단순한 염기서열 자체의 공개가 의미를 갖는다기 보다는 수십개 혹은 수만 개 이상의 염기가 모여 이룬 2만~ 2만 5천개 정도의 유전자가 어떤 단백질을 생성하고,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 중요한 이슈였다. 이러한 유전자를 밝혀 내는 과정을 아직까지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역할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융합되어 그 시간과 노력을 단축시켜 주고 있다. 또한, 과거에 단지 염기서열에 따른 유전자의 발현만을 고려했던 이론에서 2중 나선으로 촘촘히 얽혀있는 실타래와 같은 물리적 성질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론이 나오면서 물리학이 생물학에 추가되었고, 염기 서열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단지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만이 아닌 그 유전자를 발현시키거나 억제시키는 새로운 염기서열이 있을 수 있음도 밝혀지게 되면서 생물정보학(Bio Infomatics)와 같은 디지털과 결합된 새로운 학문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생물학 단독의 발전이 아닌 디지털 기술과 물리학의 융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각각의 학문은 놀라운 속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은 독립적인 것이 아닌 상호간의 융합을 통한 발전을 통해 보다 다양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바라보는 미래의 기술 발전은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의 각각의 발전이 아닌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의 융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앞서 게놈 프로젝트의 예에서 보듯이, 이미 1990년대에 생물학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그 성과를 만들어 냈다. 미술 전시회 하나에서도 디지털과 음악과 미술이라는 아날로그적인 분야가 융합을 하면서 새로운 전시회의 포맷이 만들어졌고, 어느새 우리 곁에 은근슬쩍 자리를 잡고 있다. 2016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의 주최로 ICT-문화.예술 융합공모전이 있었다.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과 문화 예술의 융합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미 우리는 융합된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있다. 심지어 요즘 젊은 층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전자책(e-Book)도 디지털 기술과 문학의 융합 중 하나이며, 이제는 전자책 전용 컨텐츠(Contents)들도 생산이 되고 있다. 브런치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문형출판(POD,Publish On Demand) 역시 고전적인 인쇄방식의 출판을 탈피한 기술을 통한 융합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당장 서울현대미술관에 가면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로 제작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이미 융합의 시대를 살아간 지 꽤 오래 되었다. 더 이상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형태의 융합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고, 이러한 다양한 융합을 받아들이고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으면 된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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