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에 대한 관심의 발현이 수용의 시작이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어 거대한 변화를 이루기 전의 균형을 깨뜨리는 변화의 시점
할머니가 아이들을 봐주고 있을 때였다. 집에 왔더니 할머니가 근심이 어린 목소리로 큰 애의 꿈이 고작 운전사라고 한탄 섞인 말투로 꿈을 좀 바꿀 수 있게 이야기 좀 해 보라 하셨다. 아내와 나는 이제 6살짜리 아이의 꿈이 뭐 심각한 일이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할머니 입장에서는 꽤나 심각했나 보다. 그 뒤로 둘째에게는 무조건 대통령이 되야 한다고 세뇌를 하듯이 주입을 하셔서 둘째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통령이라는 답이 자동으로 나오게 되었다. 실제 아내와 나는 첫째가 운전사가 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운전사라는 직업을 어떤 이유로 폄하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모든 직업이 의미 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본인이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다. 워낙 어려서부터 자동차를 좋아했으니, 어찌 보면 운전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미래에는 운전사라는 직업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큰 애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다양한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직업들이 없어지고, 또 많은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게 된다. 벌써부터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코 앞에 와 있는 시점에서 운전사라는 직업은 10년, 20년 뒤에 현실적으로 마주하기 어려운 직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미래의 직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부모가 된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갖게 될 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근대화가 이루어진 후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고,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생겨났다. 우리는 그 중에서 항상 미래에 유망한 직업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그에 대한 준비를 하고자 하였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미래의 유망한 직업이란 어떤 직업일까? 항상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복습이 필요하다. 앞선 산업혁명들로 인해 사라진 직업들과 새로이 생겨난 직업들을 생각해 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수렵과 채집의 생활에서 농경의 생활로 넘어가면서부터 직업의 변화는 시작이 되었다. 단지 빠르고 힘이 세서 동물을 잘 잡을 수 있는 사냥꾼과 멀리 있는 사냥감과 열매를 잘 볼 수 있는 눈이 발달한 사람이 유리한 직업을 가질 수 있던 시대에서 곡물을 잘 키우고 또 잉여의 곡물을 잘 보관하고 이동하는 직업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오랜 농경의 시대를 거쳐, 18세기 중반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한 기계에 의한 생산이 주가 된 1차 산업혁명이 발생했고, 19세기 말 전기의 발명과 함께 대량생산이 이끌어낸 2차 산업혁명이, 1960년대에 들어 컴퓨터가 실생활에 도입되고,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의 발달로 이루어진 3차 산업혁명이 발생했다. 이러한 각 산업혁명의 공통된 결과는 엄청난 생산성의 향상이었다. 인간과 가축의 힘으로만 진행이 되던 생산이라는 활동이 기계와 전기, 컴퓨터를 거치면서 엄청난 생산량을 만들어 내었고, 이로 인해 고전적인 생산방식을 고수하던 직업들은 모두 기계와 자동화설비 등으로 대체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직업은 넘쳐나는 생산량을 소비하기 위해 새로인 탄생된 직업들로 대체가 되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사과나무를 심어 생산되는 사과를 그냥 먹기만 했다. 심지어 보관과 이동조차 원활하지 않았기에, 즉각적인 소비가 주가 되었다. 하지만, 생산량이 증대가 되면서 사람들을 이 사과를 조금 더 오래 두고 먹기를 바랬고, 이를 통해 통조림 등의 2차 가공품이 발명되었다. 그리고 운송수단의 발단은 이 사과 통조림을 어디로든지 운송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2차 가공품을 만드는 직업과 운송하는 직업들이 새로이 생겨나게 되었다. 산업이 고도화가 되면서 보다 경쟁력 있는 생산활동을 위해 아웃소싱(Out sourcing)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다.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집중하기 위해 부가가치가 낮은 일들은 아웃소싱을 하게 되고, 아웃소싱을 수행할 산업과 직업들이 발생을 했다. 그리고 넘쳐나는 생산품을 소비하기 위해 소비의 다양화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는 또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기에 이르렀으며, 이 역시 새로운 직업의 창출을 의미했다. 산업은 점점 저비용 고효율을 찾아 재편하게 되었고, 산업경쟁력이 충분히 갖추어진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산업경쟁력이 낮은 제3 국가를 찾아 그들의 노동력을 저비용으로 활용하면서 생산력을 유지했고, 이는 탈지역화를 통한 제 3국가에 새로운 직업들을 만들어 냈다. 이렇듯 수 차례의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많은 직업들이 사라져 갔지만, 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직업들도 끊임 없이 생겨났다.
보다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기술의 발달과 산업군의 재편은 초고효율화된 사회를 지향하고, 그간 기계로의 대체를 피해왔거나 그로 인해 파생되었던 직업들조차 미래의 인공지능과 디지털기술의 고도화에 따르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것에 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는 과거와는 유사성이 현격히 멀어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필요한 직업들만이 필요로 되어 진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단순히 노동과 1차원적인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직업들을 로봇과 인공지능 등으로 인해 그 경쟁력을 잃어 나가게 되며, 보다 인간적인 부분에 집중하거나 이를 통해 차별화 될 수 있는 직업들이 유지되고 생겨나게 된다.
미래에 어떠한 직업이 유망하고, 어떠한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단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다. 다만, 클라우스 슈밥은 미래에는 기술 혁신의 수용 정도가 사회 발전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 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전략컨설팅 펌인 롤랜드 버거 역시 미래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미래의 직업과 변화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 했다. 즉, 지금 눈앞에 와있는 변화들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상현실 체험도 해보고, 우버와 에어비앤비도 이용해보고, 테슬라 매장에도 한번씩 들러보고 하는 사소한 관심의 발현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의 시작이 될 것이다.
P.S
많은 사람들은 수백 수천 년 전부터 와인을 마셔왔다. 와인을 만드는 많은 공정들이 현대화 되었지만, 가장 가치 있는 와인들은 옛 방식들을 고수한 와인들이 많다. 이렇게 오랫동안 과거의 전통과 가치를 이어가는 직업은 미래에도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변화하는 세상을 끊임없이 수용하고, 가치를 높여가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우리 큰 애에게 운전사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라거나 다른 꿈을 꾸라고 한 적은 한번도 없다. 대신 미하엘 슈마허 같은 큰 업적을 남긴 운전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상현실이나 새로운 관련 기술들이 나오면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주면서 그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고자 한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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