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돌아온 금 2돈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아니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않은 남자

by 그루터기

어머니 생신이었다. 토요일 저녁 가족들끼리 괜찮은 한정식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주말 저녁 복닥거리는 식당에서도 아직 돌이 안된 아들은 아기바구니에서 새근새근 이었다. 맛난 음식들이 줄을 이어 나오고 모든 생일 파티의 하이라이트, 케이크 컷팅을 마칠 때쯤이었다. 식구들끼리 각자 준비한 선물을 어머니께 드렸다. 뭘 그런 걸 주냐는 어머니셨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선물을 받으셨다. 그런데 뜬금 아버지께서 어머니 선물을 주시는 거다. 어머니께 선물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놀라웠다. 그리고 이어가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는 더 놀라웠다.

"오늘 아빠가 너희 엄마 선물을 준비했는데 금목걸이야. 2돈짜리. 정확하게는 선물이 아니고 돌려주는 거야."


어릴 때부터 나는 돌사진이 없었다. 어머니께 난 왜 돌사진이 없냐고 하면

"할아버지가 환갑날 너 안고 찍었잖아. 그게 돌사진이지."

누나 말로는 엄마가 어릴 때 생일마다 사진관 가서 꼭 찍어줬으니 없을 리 없다고는 했지만 못 찾았다. 집에 내려가면 할아버지 환갑날 사진이 있다. 탑처럼 쌓인 사탕, 밤, 과자 뒤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다. 그 가운데 할아버지가 안고 찍은 나. 어릴 때는 늘 그 사진에 차려진 상차림을 보고 늘 대단하다 싶었다. 그 상차림은 바로 어머니의 금반지 두 돈이었다.


30년 전이다. 할아버지 환갑을 앞두고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보, 결혼할 때 준 금반지 있잖아. 그거 하나만 팔아서 아버지 생신 준비해 줘. 미안하지만 그거 내가 나중에 꼭 사 줄게."

우리 어머니는 그 말을 순간 금반지를 다 팔으라는 알고 할아버지 환갑잔치를 준비한 것이었다. 환갑잔치를 마치고 아버지께서 어머니께서 물으셨다.

"아니, 당신 왜 이렇게 많이 차리고 준비했어."

"당신이 금반지 다 팔라면서?"


무려 30년이 지난 일이었는데. 아버지는 그걸 기억하고 계셨던 거다.

"목걸이 좀 직접 걸어줘."

우리 큰고모가 아버지를 부추겼지만

"됐어. 하지 마."

어머니가 싫어하셨다. 그저 손을 이내 받으시고 마셨다. 그간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고생시킨 세월은 금목걸이로는 해결이 안나는 듯한 말투셨다. 우리 어머니는 원래 액세서리는 싫어하신다. 여하튼 아버지의 진심은 정확히 전달되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내가 내게 말했다.

"아버님, 정말 멋있다. 난 아버님 그런 거 전혀 못하는 줄 알았는데."

나도 그날 아버지께 한 수 배웠다. 나도 내 아내에게 빚진 게 있다면 잊지 말고 꼭 기억하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하겠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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