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새가 되고 싶다.
물리치료를 받고 오는 길이었다. 차창 넘어 집 근처 작은 공원 안 시냇물에 새가 둥둥 떠 있었다. 기러기일까 싶었다. 동네 공원에 기러기가 보인다 했더니 아들이 나가서 구경하자고 재촉한다. 조류독감 때문에 근처에 가면 안 된다 했지만 멀찌감치 구경하면 되지 않냐 하여 나가기로 했다. 방학 중인 아들, 딸을 데리고 옷을 단단히 입히고 나왔다.
바람이 참으로 매섭게 불었지만 새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똘똘 뭉친 아들은 그 바람을 가르고도 남았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새를 가만히 살펴본 아들은
"아빠, 이거 기러기 아니에요. 흰뺨검둥오리예요"
"그게 뭔데?"
"얼굴에 흰색 줄무늬가 있는 걸 보니 흰뺨검둥오리가 틀림없어요. 그리고 기러기보다 작아요."
핸드폰 카메라로 줌으로 당겨 찍어 보니 흰색 줄무늬가 보였다. 책으로만 본 새들을 척척 구별해서 놀랐고, 시력도 좋지 못한 녀석이 그 특징을 어떻게 알아냈나 대견스러웠다.
기러기로 오해하게 만든 너, 흰뺨검둥오리 너는 누구냐? 검색해 보니 원래는 철새였는데 1950년대부터는 우리나라에 텃새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철새였다가 텃새가 되는 새도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조류학을 공부해 본 적은 없으나 적절한 온도와 먹이가 텃새로 자리 잡게 해 준 것은 아닌가 싶다.
나는 철새이다. 지금 사는 집도 임대로 살고 있어 때마다 이사하니 철새이지 뭐겠나. 나도 언젠가는 철새 생활을 멈춰야 하는데 치솟는 집값을 내 벌이로는 따라잡을 수는 없고 코로나로 집콕 생활하는 아이들 때문에 맞벌이도 어렵다. 아이들이 점점 더 자라면 중고등학교도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다녀야할 텐데 걱정이다. 나도 하루빨리 기러기가 아니라 흰뺨검둥오리처럼 한 곳에 잘 정착해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