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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헤븐국 세제사 2장. 세금의 등장

4. 경제활동의 태동

by Stanislaus

블루헤븐의 주민들은 항상 담장 안에서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평화시대다. 호랑이나 늑대와 같은 야생동물만 조우하지 않는다면 젖과 꿀이 흐르는 산과 강, 평야에서 공동체 안에서보다 더 많은 식량이나 과일, 물고기, 육류를 획득할 수 있다. 담장 밖 포악한 인간 무리들도 함부로 블루헤븐의 주민들은 건들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근래 주민들의 담장 밖 외출이 굉장히 잦아졌다. 특히 신촌이라는 지역을 지나 도착하는데 대략 반나절 걸리는 강(주민들은 '연남강'이라 부른다)은 요즘 핫플로 등극했다. 연남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숯불에 구워먹는 것이 블루헤븐 주민 사이에서는 최고의 유행이다.


하지만 모든 주민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바깥을 활보하며 여유를 즐기며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처지에 있는 것은 아니다. 고작 핫 플레이스에 그래도 있을지 모르는 야생동물이나 다른 인간들로부터의 공격에 소중한 목숨을 바꾸지 않겠다는 ‘위험회피자’(risk averter)를 제외하더라도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담장을 벗어나는 것이 그저 사치일 뿐이다.


당신의 친구 어(魚) 씨가 지금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 그는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훨씬 전 죽은 사슴 한 마리를 놓고 다른 인간과 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불행히도 그 때 다리를 심하게 다친 후 걸을 때마다 절뚝거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어 씨는 지독한 생선 매니아다. 집 안에 온갖 물고기 그림으로 도배를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 어 씨는 하필이면 가지도 못할 연남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어보는 것이 평소 소원이다. 작년 마음씨 좋은 한 인간으로부터 한 번 얻어 먹어본 이후 지금까지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예상하듯이 어 씨가 반나절 걸리는 연남강까지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어제는 옆집에서 넘어온 생선 굽는 냄새에 잠을 이룰 수조차 없었다.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진 어 씨는 마침내 자신이 가진 토지 중 일부를 생선과 교환하기로 결심하였다. 이렇듯 최초 주민들에게 균등하게 배분되었던 토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이유로 주민 간 거래가 일어나면서 토지의 분배는 불균등한 상태로 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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