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학 개론(2012.12.21)
Foreign Object Damage, 말 그대로 외부 물체에 의해 손상을 입는 것을 말한다. 공군 비행단에서 근무를 해본 이라면 모두 F.O.D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비행기 엔진은 아주 작은 물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비행장 활주로와 인근 도로는 늘 말끔히 청소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불거나 궂은날에는 예상하지 못한 물질이 날아들 수 있고 이착륙하는 비행기 엔진에 이물질이 투입되기라도 하면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공군 비행단은 늘 F.O.D와 BAT(Bird Attack Team, 일명 새 몰이꾼, 주로 공기총을 이용하여 활주로 주변 새를 잡거나 쫓는 일을 한다. 이건 부사관들이 주로 맡는다.)를 가동한다.
F.O.D는 이른 아침부터 활주로에 나와 한 손엔 빗자루 다른 한 손엔 쓰레받기를 들고 일렬로 줄을 맞춰 활주로를 청소한다. 물론 재활용 비행기 엔진으로 제작한 초강력 진공청소기가 있지만,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미세한 외부 물질을 마지막으로 책임지는 것은 F.O.D의 임무다. 내가 자대에 배치받고 처음 했던 일이기도 하지만 자칫 소홀히 업무처리를 할 경우 가히 어마어마한 비극을 초래하기 때문에 조금은 긴장되면서 나름 자부심을 느끼는 일이었다. 물론 아침마다 내무반을 나와 활주로에 들어서는 순간 초임 일등병에서 자유로운 파견자가 되는 호사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행복하게 기억하는지도 모른다.
F.O.D를 장난 삼아 우리말로 풀어 '풀(F), 오물(O), 돌(D)'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가 주로 치우는 게 활주로 옆에서 날아든 잡풀, 새똥, 자잘한 돌멩이들인 탓에 아주 어울리는 해석이라고 웃어넘기곤 하였다. 사회생활을 제법 하면서 Foreign Object Damage는 비행장 활주로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직장에 가면 공짜로 얻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Damage다.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손상은 외부 요인에 의해 입게 된다. 우리는 늘 Foreign Object를 예의 주시하면서 그것이 내 근무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Damage는 크다.
늘 반복되고 불가피한 Foreign Object에 대해 추세를 예측하고 Damage를 최소화하는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직장인의 숙명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비행장에서 우리를 괴롭힌 Foreign Object들을 똑같이 사회에서 만난다는 것이다. 주로 내 사생활에 손상을 입히는 직장 내의 Foreign Object들은 잡초근성을 지닌 인간(풀)의 똥 같은 매너(오물)와 돌덩이 같은 지능(돌)이다.
풀, 오물, 돌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비행기도... 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