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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산우공 Nov 22. 2021

최면의 종말

보디블로의 함정(2012. 4. 3)

유명한 운동선수들은 경기 전에 자기 암시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최적의 컨디션을 끌어올린 채 시합에 임한다. 일종의 최면 효과일 것이다.


“나는 최고다. 나는 최고다. 나는 이긴다. 나는 반드시 이긴다.”


극도로 예민한 상태, 찰나의 실수가 승패를 좌우하는 팽팽한 프로경기에서 최면을 통한 자기 암시는 분명 효과가 있을 법하다.

 

그러나,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사는 보통의 직장인에게 최면 효과는 독이 될 수 있다. 현실에서 느껴지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자기 암시를 통해 끊임없이 외면하다가는 급기야 폭발이라는 회복불능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때의 유일한 치료법은 휴식이다. 일상을 살면서 수시로 또 장기적으로 겪게 되는 긴장과 스트레스는, 그 상황을 벗어나면 이내 증상마저도 사라지기 때문에 우린 그 고통을 통과의례로 인식한다. 하루를 살면서 반드시 겪어야 되는 유쾌하지 않은 감정상태 정도로...

 

복싱에서 보디블로라는 용어가 있다. 상대방과 인파이팅 하다가 너무 밀접하게 붙어 버렸을 때 공격도 방어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아주 가볍게 두 주먹으로 상대의 배나 가슴을 툭툭 치는 행위다.

 

처음에 복싱을 관전할 때 왜 저러나 싶었는데, 그렇게 무심하게 맞은 보디블로가 쌓이고 쌓이면 심각한 피로감을 몰고 와 넉다운되기도 한단다. 상대가 노리는 것이 그것이겠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이 말이다.

 

스트레스는 보디블로다. 치명적인. 그것이 공격이라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방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카운터 펀치를 능가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문제는 우리가 가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일 뿐... 자각하는 순간이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치명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라는 보디블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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