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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산우공 Dec 05. 2021

Practical experience

축적의 시간(2013. 6.20)

반복적인 훈련은 실전 상황에서의 대응능력을 키우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초체력을 다지고 기술을 연마하여 실력을 고도화시키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실전에서 발휘하지 못하는 실력이란 아무 소용이 없는 탓이다. 그래서 요즘은 실전형 혹은 현장형 인재를 제일로 친다. 'no pain, no gain' 이란 말처럼 모든 성과는 고통을 전제로 하고, 그 고달픔을 달게 감수하는 자만이 풍성한 과실을 수확할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현장에서의 성취가 고통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동력이 된다는 사실은 삶의 진실한 단면일 수는 있을지언정,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지는 못한다.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그것은 인생'일뿐이지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워'가 될 수는 없다. 결.단.코.


훈련, 단련, 연마, 연단... 이렇게 다양한 용어를 동원하지만 분야가 다를 뿐 목적은 같다. 스포츠나 군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게 '훈련'이지만 교회에서 자주 쓰는 '연단'도 다르지 않다. 그저 심신을 굳게 한다는 취지에서는 다 같은 목적, 같은 수단이 된다. 연단을 받은 신자는 종교적 신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지조(?)를 지켜 성자가 된다. 그들의 강한 믿음은 연단의 결과다. 운동선수의 경기력은 훈련의 성과다. 이렇게 반복되는 연습의 효과는 실전에서의 대담성, 과감성, 결단력, 실천력 등으로 연결되어 기대 이상의 성취를 이룬다. 그래서 모든 반복 연습은 돌발상황에서도 놀라운 대응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살면서, 연습의 경험은 무수히 쌓인다. 학업, 운동은 말할 것도 없고 군대, 직장에서의 경험은 실전에서 절대적이다. 그래서 훈련은 실전처럼 모의연습을 하고, 리허설을 하며,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우리가 설정해 놓은 훈련은 의외로 당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범위까지 확장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직장에서 벌어지는 천차만별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가 능숙하게 대응하는 것은 비록 똑같은 상황은 아니나 늘 예측하지 못하는 돌발상황을 겪었던 경험이 축적되어 꽤 현란한 응용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부지불식간에..


그래서, 닳고 닳은 인간은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본인의 뇌 속에 잠재된 경험의 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하여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응체계를 구축해 버린다. 그들의 새로운 조합은 비록 새로운 상황일지라도 이미 대응 가능한 요소들의 유기적인 연결만으로 최적의 해법을 만들어버린다. 이들의 가치와 주가가 수직 상승하는 이유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이는 군대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군은 군별이라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육/해/공군을 나누고 특수전을 위한 별도의 병력을 운영한다. 제아무리 모든 훈련과정을 완벽하게 수료한 이라도 모든 전투 형태를 종합적으로 마스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설정과 대응체계로 기획된 모의훈련은 실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그 예측불허의 양상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할 수 없다. 결국 최고의 사령관은 무수한 전투 경험으로 무장한 야전출신에서 배출된다. 최고의 의사가 수많은 임상환자와 수술 경험에서 탄생하듯이.


따라서, 최고의 직장인이란 닳고 닳은 직장 경험의 소유자에게 돌아가야 할 찬사란 말이다. 실전을 능가하는 훈련은 없으니까...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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