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같이 가을도 간다.

해방일지, +171일(2022.10.28)

by 낙산우공

완연한 가을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계절이다.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서 감기 걸리기에 딱이라는 푸념도 귓등으로 들릴만큼 나는 지금의 날씨가 좋다. 나무는 누런 잎에서 붉은 잎까지 제각각 색이 바랬고 바람은 서늘하며 오후의 볕도 적당하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지 몰라도 나는 요즘 바깥이 좋다. 게다가 땀에 절은 마스크마저 벗게 되었지 않은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점심에는 가급적 시간을 내어 자전거를 탄다. 옷을 껴입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땀을 식히려고 벗을 까닭도 없다. 이런 날씨를 일러 상쾌하다고 하는 것이리라. 엊그제는 이른 퇴근을 핑계 삼아 반려견(호두)을 데리고 온 가족이 산책을 나왔다. 여름 끝자락 모기떼의 습격을 받았던 9월과 달리 한적한 평일의 낙산공원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가 막힌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는 건 덤이다. 날씨만으로도 이미 축복받은 산책이었다.


아직 보름 이상 남았지만 나는 11월 중순을 지나 2박 3일의 짧은 휴가 계획을 세웠다. 수능시험일과 겹쳐 재량휴업을 하는 학교가 많기에 오랜만에 아들과 아내와 여행을 간다. 가을의 설악은 이미 대설주의보로 설경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무려면 어떠랴. 우리는 떠난다. 어릴 적 주말마다 콧구멍에 바람(일명, 콧바람)을 불어넣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았던 대학생 딸아이는 목, 금요일 수업 때문에 빠지기로 했다. 강의는 꼬박꼬박 챙기는 걸 보면 나를 닮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원작소설인 스티븐 킹의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을 읽었다. 영화에서는 19년 만에 탈옥에 성공하는 주인공 앤디가 원작에서는 무려 27년이나 복역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지난 5월 11일에 나를 구속하는 직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스스로에게 해방을 선언하고 앤디의 탈옥 도구였던 '록 해머'를 구입했던 나는 이제 22년 남짓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앤디는 나의 직장생활과는 비교도 안 되는 지옥 같은 형무소 생활을 무려 5년이나 더 했다는 사실이 나에게 힘이 된다면 억지스러운 비유가 되겠지만 그래도 나는 힘이 난다.


앞으로 5년이 될지 혹은 그 이상이 될지 모르는 내 속박의 굴레를 잠시 내려놓고 나는 짧은 2박 3일의 해방을 꿈꾸며 오늘, 2022년의 가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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