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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산우공 Nov 24. 2022

이기적이거나 혹은 위선적이거나

당신은 어떠한가?(2012.08.27)

인간의 행동을 좀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대개 혹은 모두가 이기적인 동기에서 유발된 것이다. 내 표현이 과하게 단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 이 주장은 나와 내가 겪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린 결론일 뿐 어떤 과학적, 학술적 이론으로 증명할 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인간의 행동 중에 이기적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는 대개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거나 충분히 양보할 수 있는 범위일 때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적지 않은 희생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틀림없이 선량하고 이타적인 행동으로 정의 내릴 수 있겠으나, 그 모든 것이 본질적인 이기심을 방어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최소한의 수용범위 밖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옛말이 이 문제에 있어서 가장 명쾌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인심(이타심)은 곳간(물질적 풍요)에서 나오는 것이지 당신의 자발심이 아니다. 물론, 곳간이 텅텅 비어가는대도 인심을 물(?, 김삿갓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던 시절을 기준으로)쓰듯 쓰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정한 이타심의 발현인지 혹은 우리가 모르는 내재적 결핍을 채우려는 비정상적인 이상행동인지 말이다. 


즉, 인간의 극단적인 이기심의 범위가 사람에 따라 넓고 좁은 차가 있겠으나, 결국 모두에게 이기적인 선택이 우선되는 것은 본능과 필연의 영역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매우 동물적인 감각으로 자신의 이기심을 숨긴다. 그 숨기는 행위가 자연스럽지 못한 이는 티가 많이 나지만, 연기 수준이 아카데미 주연상 감인 사람들은 스스로의 연기에 도취돼 자신이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다. 


예컨대, 감정이입이 뛰어난 연기자는 배역과 자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몰입의 경지에서 펑펑 눈물을 쏟아내지 않던가? 물론 그들의 남다른 감수성과 예술가 고유의 감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하지만 피아식별 능력의 상실은 이기심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뇌에서 단순한 착각과 오류가 발생했을 뿐이다. 


이기심을 숨기는 행위를 '위선'이라고 부른다. 거짓 위, 착할 선... 쉽게 말해 '착한 척'한다는 것이다. 위선적인 이를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자보다 나쁘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위선자들이 이기심을 감추는 이유는 더 큰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때론 그들도 자신의 행위가 위선인지 선행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자신의 내재된 욕망과 계산을 무의식의 세계에 남겨 놓기 때문에... 


나는 돌아보고 또 돌아보려 한다. 내 선의의 행동이 위선인지, 위선이라면 내가 욕망하는 진실은 무엇인지... 나는 세상의 모든 낭만주의자(Romanticist)를 혐오한다. 그들의 낭만은 위선의 반대 면이다. 그 낭만을 아름답게 그리는 자 또한 고도의 위장술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은 아전인수의 다른 말이고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다. 


코엔 형제가 만든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 '참을 수 없는 사랑'의 원제는 '참을 수 없는 잔혹함(Intolerable Cruelty)'이다. 왜 이렇게 번역했는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이 영화에서는 천재적인 이혼소송전문변호사와 그를 유혹하는 위자료사냥꾼(꽃뱀?)이 등장한다. 이들에게 낭만이 있을리 없다. 그런데 낭만을 혐오하는 내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의 로맨스에 빠져들었다. 매력적인 배우의 힘일까? 내가 홍상수보다 코엔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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